탈 인형 알바를 왜 하나고요? 만화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재미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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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인형 알바를 왜 하나고요? 만화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재미있거든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8.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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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아르바이트 / 김민재(대학생, 산업디자인 전공)

무거운 탈을 쓰고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탈 인형 아르바이트.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이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1순위로 꼽히는 아르바이트의 하나이다. 하지만 김민재 학생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계절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와 게임에 푹 빠지는 것처럼, 탈을 쓰고 몸을 움직이는 일에는 빠져나올 수 없는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그의 도전과 꿈은 무엇일까.

 

탈 인형도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는 거 아세요? 저는 귀여운 캐릭터부터 용감한 전사까지 여러 유형의 인형을 쓰고 일을 했어요.”

산업디자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재 학생이 탈 인형 아르바이트를 말하는 태도는 남다르다. ‘힘들어요라는 말이 먼저 나올 법도 한데 힘든 기색이 하나도 없다. 사뭇 발랄하기까지 하다.

처음 시작은 우연한 기회였다고 한다. 가게 행사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지인이 탈 인형을 쓰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었다. 마침 시간도 있고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호기심에 한 번 해본 것이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다고.

그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제 맘껏 한바탕 신나게 노는 재미가 있어요. 저는 사실 남들 앞에 나서는 걸 꺼려하는 성격이에요. 만화책을 읽거나 혼자서 그림 그리길 좋아하죠. 그런데 탈 알바의 특성상 제 얼굴은 물론 몸도 다 가려야 하잖아요. 그런 점이 오히려 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탈 인형을 쓰고 옷을 입고 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소위 말해서 잘 놀게 되더라고요. 탈 인형을 쓰고 말이죠.”

에피소드도 많아요~

재미가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으나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거대한 인형 얼굴을 쓰고 무거운 복장을 입고서, 마치 새로 넣은 건전지로 에너지가 충만한 장난감 인형이 움직이는 것처럼 방방 뛰거나 춤을 추는 등 계속 몸을 움직이는 일은 계절에 상관없이 힘든 일이라고.

보통 제가 이런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주위 사람들한테 말하면 힘들겠구나라는 말이 먼저 나와요. 자기도 힘들게 알바하고 있는데 저한테 견주면 힘든 것도 아니라며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도 있고요(웃음). 그런데 저는 정말로 재미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거든요. 이 일을 통해서 어떤 일이든 자기가 즐기면서 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죠.”

당연히 힘든 일도 있다. 일의 강도가 세기 때문에 보통 30분 후 10분 쉬는 시간을 가지는데 제대로 쉬지 못할 경우다. 쉬려고 하면 아이들이 따라오거나 어머님들이 아이 손을 잡고 들어와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 때문에 1시간 뒤에 쉬는 경우가 다반사다. 김민재 학생은 그래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종종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진다. 최근 연합뉴스TV에 본의 아니게 출연한 것이다.

주인공은 아니고요(웃음). 얼마 전 탈 인형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였어요. 열심히 탈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죠. 그때 연합뉴스TV에서 무슨 촬영을 하고 있는 걸 봤어요. 혹시나 해서 그날 뉴스를 검색해봤는데 그 영상의 배경에 제가 나오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너 뉴스 탔네그랬죠.”

다른 아르바이트도 다양하게 해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탈 인형 아르바이트가 가장 재밌다는 김민재 학생. 그는 어떤 학생일까?

만화와 게임의 광팬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대학교 진학도 자연스럽게 그림과 관련한 학과를 선택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무엇이든 그렸어요. 특히 만화를 좋아했는데 웹툰이나 짱구는 못 말려같은 만화책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걸 즐겼습니다. 그러다가 저만의 만화를 그려보기도 했어요. 캐릭터를 설정하고 이야기 구조를 짜서 저만의 만화를 그린 거죠. 그리고 난 후 친한 친구나 짝꿍한테 슬쩍 보여줬는데 친구들이 재미있게 읽어주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았어요.”

어릴 때의 취향은 크면서 점점 확고해졌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타임 루프 소재의 만화,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오락실게임이라고 딱 잘라 말할 정도로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루 종일 오락실게임을 하고 만화를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군 복무 중에도 그는 그림을 그렸다. 훈련병 시절부터 마음이 맞는 동기 몇몇과 함께 만화를 그렸다.

주말에 남는 시간을 만화를 그리면서 놀았어요. 종이는 PX를 다녀온 동기 한 명이 노트를 사다주기 전까지는 보급 받은 옷에 들어있는 버려지는 종이를 모아서 앞뒤로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즐겁고 좋았어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조금씩 저축해서 꿈에 그리던 일본여행을 다녀온 곳도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천국이라 불리는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로였다.

한국에 없는 만화와 게임 상품이 진열된 거대한 상점을 보면서 느낀 감동이 아직도 선명해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다른 나라도 가보고 싶어요.”

이렇게 만화와 게임을 향한 애정과 열정은 직접 만화를 그리는 일로 점차 발전하고 있다. 자신의 웹 사이트를 만들어 자신이 그린 만화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미완성 단계지만 직접 게임 스토리를 쓰기도 했다. 제목은 안개빛 도시’. 장르는 미스터리·스릴러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서 쓰기 시작했어요. 잘 그리지 못하고 글을 써본 적이 없어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완성하고 싶어요.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취업 고민이 크지만 하고 싶은 일도 많아요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김민재 학생의 최근 고민은 취업이다. 진로를 결정해야 할 본격적인 시기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고 한다.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가 2년제라 벌써 취업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문제는 아직 제가 어디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정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가능한 한 제가 좋아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당장의 취업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다양하게 도전해볼 생각이다. 가장 하고 싶은 도전은 자신이 가보지 못한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해외여행도 좋지만 지방부터 섬까지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해보고 싶단다. 물론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취미도 병행해서 말이다.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는 걸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는 것처럼 게임도 그렇거든요. 게임을 하다보면 재미있는 상황들이 정말 많이 벌어져요. 그래서 저는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녹화를 하는 편인데요. 이런 영상을 좀 더 보기 좋게 편집하고 나름의 이야기도 넣어서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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