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사는 삶이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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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사는 삶이 꿈이에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8.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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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아르바이트 신민준 (2019년 2월 졸업, 회화 전공)

벽화 아르바이트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할 수 있는 미대생들이 많이 참여한다. 엄연한 육체 노동으로 미술학원이나 과외 같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보다 단기간에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 아르바이트이다. 벽화 아르바이트 경력 7년의 위엄(?)을 가지고 있는 신민준 씨를 만나 이 힘든 일을 왜 계속해서 하는지 물었다. 예술과 사회에 대해서 생각이 많고 열정이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신민준 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벽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자연스럽게 미대로 진학했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눈여겨 본 학과 조교가 그에게 이거 한 번 해보지 않을래?’하고 추천했던 일이 바로 벽화 아르바이트였다.

제가 고향이 부산이에요.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면서 생활비부터 등록금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니 소위 말해서 벌이가 괜찮은 일거리는 저에게 정말 중요했어요. 그리고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시간 날 때마다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곳에 얽매어 있을 수 없었죠. 그래서 활동이 자유롭고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벽화 아르바이트가 저에겐 정말 딱이었죠.”

처음 맡은 일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홍대 근처 연희동의 주점 가게 내부 벽화였다. 사장의 요구에 맞춰 시안을 그리고, 밑작업을 해서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곧잘 해냈다. 결과물도 좋았다. 그렇게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시작한 일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기간만 무려 7년이다.

타의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자의적으로 하고 있네요(웃음). 저랑 오랫동안 그 아르바이트를 같이 한 친구는 얼마 전에 이 일로 창업도 했습니다. 벽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세웠죠.”

이 정도면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전문가라고 해야 할 수준이다. 작업 과정도 프로페셔널하다. 우선 벽화 작업을 의뢰 받으면 클라이언트와 사전 미팅을 한다. 의뢰인의 니즈와 현실 가능성, 완성도 등을 고려해 디자인 도안을 짠 후 다시 클라이언트를 만난다. 일련의 조율 과정을 거치고 최종안이 확정되면 그 이후는 본격적인 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도화지가 될 벽에 밑그림을 그리고 페인트로 칠을 하는 현장 작업을 진행한다. 보통은 2~3일이 걸리는 일이다.

페인트를 직접 구입해 현장까지 조달해야 합니다. 페인트 하나 당 4L이고 평균 6가지 색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무게가 만만치 않죠. 벽이 높을 때는 사다리를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고 규모가 클수록 소비되는 노동도 큽니다. 야외 벽화 작업일 때, 특히 한 여름 같은 경우는 더욱 힘들죠.”

다종다양한 벽화 작업

서울은 물론 경기도까지 다양한 지역, 다양한 장소를 다니며 벽화 작업을 해온 신민준 씨. 학기 중일 때나 방학 때도 쉼 없이 일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연남동의 독립출판서점 짐프리라는 서점의 벽화를 작업한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연트럴파크가 시작되는 골목 초입에 위치한 가게의 벽화작업을 맡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볼 수 있기 때문.

그는 벽화 봉사 지도사를 해본 경험도 있다. 유한양행, 서울시 동작구 본동 사회복지관과 벽화 봉사를 지도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해비타트 동아리, 유한양행 임직원들이 봉사자로 참여했어요. 저는 봉사에 적합한 시안을 제작하고, 벽화재료 구매, 당일 벽화 조색 및 지도를 맡아서 벽화가 완성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본동 사회복지관 앞길의 벽화는 제작한 지 오래되어 멀리서 보면 그림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이끼가 심하게 끼어 있는 상태였어요. 제가 받은 요청은 교통안전, 어린이보호, 평등이라는 주제로 새롭게 재탄생시켜 달라는 것이었죠. 벽화 진행을 지도하는 역할이다 보니 기존에 혼자서 또는 친구와 함께 벽화를 직접 그리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벽화는 처음이었고 지도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었어요.”

최근에는 대기업과도 일을 진행했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의 계단벽화를 그렸다. 직원들의 계단 사용 독려를 위해 1층부터 22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의 벽화를 좀 더 재미있고 색다르게 꾸미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힘든 일이었지만 나름 재미도 있었고 완성한 후에는 성취감도 느꼈어요. 하지만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크기도 해요. 의뢰인들의 요청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니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벽화 작업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요.”

미술가로 살아가고 싶어요

올해 2월 졸업한 그는 미술가로 생존하기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인 동작구 무중력지대에 입주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벽화 작업은 물론 예술대학생 네트워크(예대넷)’라는 시민단체에서도 열심히 활동한다. 예대넷은 전국 34개 예술대 학생회와 35,000, 그리고 청년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로 대한민국에서 예술대학생들이 받는 부당한 차별을 고발하고 그와 관련된 정책을 제안하며 예술을 통해 운동, 연구, 사업 등을 진행하는 단체다. 지난 20179월 발족했다.

이 단체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은 장본인이 바로 신민준 씨다. 졸업하기 전까지는 이곳의 공동대표였다. 대학교에서도 총학생회장을 맡았고 예술대학생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그는 이곳에서 굵직굵직한 활동을 이끌었다.

어떤 이들은 운동권 학생이냐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저는 그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예술대학생들은 작업 활동을 위해 재료도 구입해야 돼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는 거예요. 예술대학생들은 졸업전시를 해야 하는데 그 졸업준비금이 적게는 20만 원부터 많게는 150만 원까지 들어요. 이런 비용이 모두 개인부담이었죠. 이런 상황이 개선되어야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 후배들, 그리고 예술대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한 것뿐입니다.”

졸업을 하면서 공동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예대생을 위한 정책제안, 개선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는 질문에 자신에게는 재미있고 성취감도 큰 일이라고 말했다. 향후 자신이 한국에서 예술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제 목표는 예술가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제 역량을 발휘해서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가장 가까운 미래의 목표는 독일로 건너가 순수현대미술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요. 작품을 통해 대중과 대화하고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작품에 담고 싶습니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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