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알바왕! 지금 일본에서 워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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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동 알바왕! 지금 일본에서 워홀 중입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8.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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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아르바이트 / 김소정(대학생, 언론정보학 전공)

김소정 학생은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다. 두 곳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일주일에 휴일은 단 하루다. 쉬는 날에는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편집한다. 일본 생활과 동시에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소소한 일상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소통의 창구이자 지친 삶에 힘이 되어주는 활력소다. 알고 보니 그는 한국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바쁠 때는 잠시 멈출 줄 알고 지칠 때는 활력을 주는 재미의 요소를 발견하는 센스까지. 에너지 넘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학교 신입생 때부터 줄곧 아르바이트를 해왔어요. 제가 고향이 부산인데 서울로 진학해 자취를 하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겠노라고 다짐했거든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는 저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죠.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3개까지 병행한 적도 있어요. 파리바게트, 만화방, 서브웨이, 영어 과외, 학원 선생님, 웹진 에디터, 에버랜드, 카페 등 종류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회기동 알바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하게 했어요.”

쉼 없이 달려온 김소정 학생이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심한 건 3학년 때였다. 일본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꼭 한 번은 살아보고 싶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계획은 교환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교환학생을 목표로 일본어 자격증 JLPT2급 이상 취득했다(일어권 교환학생 신청 기준은 JLPT 2급 이상임). 2학년부터 1년 간 준비한 결과였다.

“3학년 때 무조건 교환학생을 가야 하니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한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어요. 동생이 서울로 진학을 하면서 두 자녀의 생활비를 모두 충당해 줄 만큼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거든요. 막내 동생까지 삼남매이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교환학생에서 워킹홀리데이로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새로운 선택지를 결정한 후 그의 행보는 빨라졌다. 바로 비자 서류를 준비했다. 일주일 뒤가 비자 신청기간이었기 때문.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발급 후 1년 이내에 출국하면 문제가 없기에 일단 신청을 빨리해놓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번의 불합격이 있었으나 재도전을 통해 고대하던 일본으로 떠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스카이프로 아르바이트 면접하기

그는 숱한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자금으로 여유롭게 생활하며 우아하게 워킹홀리데이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며 우연히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정보를 접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겠더라고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이력서를 준비해 제출했죠. 운이 좋았는지 서류를 통과했고 한국에서 스카이프라는 온라인 영상통화 프로그램을 통해 면접을 보았어요.”

결과는 합격이었다. 얼마 후 일본 오사카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이 반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일기를 썼어요. 첫 내용이 이렇습니다. ‘존재 자체가 이유가 될 수 있는 시간. 무엇을 경험하든 필연으로 다가오길이라고요. 오사카에 머무는 1년 동안 겪을 모든 일들이 저에게 필연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비행기에서 내려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도 잠시. 본격적으로 생존과 생활을 위한 현실이 펼쳐졌다. 오사카에 도착한 후 며칠 후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되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은 한국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이 큰 규모와 멋진 놀이기구를 자랑하는 놀이공원이다. 그곳에서 그는 파견직으로 날마다 다른 어트랙션에서 근무를 한다. 주로 투입되는 곳은 해리포터, 할리우드 드림, 명탐정 코난, 나이트 퍼레이드다.

한국에서도 해봐서 아는데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는 정말로 힘들어요. 야외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고 식사 시간도 무척 짧죠. 그렇지만 손님들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즐겁다는 강점이 있는 일이기도 하죠.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이색적인 복장을 입는 다거나 과도한 친절이나 액션도 웃으면서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비일상적인 일들이 일상이 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죠.”

아직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추지 못하지만 재미난 일도 많다고 한다. 매일 바뀌는 어트랙션에 따라 근무복이 바뀌는 것도 즐거운 일 중 하나다.

해리포터 아르바이트생들이 매는 넥타이는 랜덤이에요. 어제는 그린핀도르지만 오늘은 슬리데린이 될 수도 있죠. 그 선택하는 과정이 소소하지만 꽤 즐거워요.”

유쾌한 성격답게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재미있게 말을 걸기도 한다. 내일은 또 어떤 말을 해서 사람들을 웃게 만들까라는 생각까지 한다고.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렸다. 놀이공원 일이 좋긴 하지만, 한 여름이 되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라 혹시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새로 구한 일자리는 유니클로 매장 근무이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일주일에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출근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는 것

조금씩 일본 생활에 적응하면서 하나 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생겼다는 김소정 학생.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고 한다. 특히 아르바이트에도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일본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한국에서 나름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늘 책임이 적으니까 아르바이트다라고 생각하면서 근무했어요. 최저 시급 받으면서 일하는 거니 열심히 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에게 주어진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 와서 제가 만난 아르바이트생 친구들은 모두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10시간이 넘어가면 손님 앞에서 웃는 것도 슬슬 지칠 만도 한데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손님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항상 친절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뒷정리를 해두는 모습도 놀라웠다.

그동안 한낱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죠. 제가 한낱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일은 진짜 한낱거리가 되어버린다는 걸 알았어요. 일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그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태도에 달렸다는 걸 일본에 와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는 함께 일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일본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것이 있다. 바로 그들도 한국 청년과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일본은 대학교 3학년을 마치자마자 취업 활동에 돌입한다. 취업 활동 중인 학생들은 모두 맞추기라도 한 듯 흰 블라우스에 검은 양복을 입고 다니는데 이제는 그런 복장을 한 사람들을 거리에서 마주치면 , 취업준비 중인 대학생이구나라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게 될 정도다.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도 한국 청년들과 동일한 모습이다.

일본 청년들도 불투명한 미래를 불안해하는 모습이 느껴져요. 한국 대학생들과 똑같이 졸업 후에 어느 곳에 취직을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요.”

놀라운 점은 한국과 똑같이 취업을 걱정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일본 청년들이 결혼에서 만큼은 한국 청년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일본에 와서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얼른 자리 잡고 결혼을 해야지라든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지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서 놀랐던 기억도 있어요. 한국에서는 제 주위에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이 많았거든요. 물론 일본 청년들이 모두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건 아니겠지만, 제가 만난 사람들은 매우 긍정적이었어요. 어쨌든 제가 만난 대부분의 일본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1년 후의 모습, 예상할 수 없어요!

김소정 학생은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일본에서의 생활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준비 과정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다양하다. 워킹홀리데이 1년 동안 알차게 올릴 예정이라 채널 이름도 올해만 사는 여자로 지었다. 줄여서 올사 ALLSA’라고 부른다.

혼자서 직접 촬영과 편집을 합니다. 촬영과 편집은 휴일에 진행하고요. 걸리는 시간은 6~7시간 정도 걸려요. 쉬는 날의 반나절을 영상 제작으로 쓰지만 전혀 아쉽지 않아요. 제 일상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앞으로도 꾸준히 즐겁게 할 생각입니다.”

아르바이트 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영상 촬영과 편집까지,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 같지만 그 와중에 여유로운 휴식을 가지려고 노력하기도 한단다.

제가 워킹홀리데이 중이어서 그렇겠지만 한 발짝만 물러나서 보면 언제든지 여행자의 시각으로 일상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그게 워킹홀리데이의 매력이기도 하죠.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것도 일상이 여행으로 물드는 거예요. 오늘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왔어요.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곳에서처럼 여행자의 시각을 가지고 살고 싶어요. 가끔 너무 좁은 시야에만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언제든지 한 발을 빼서 숨도 돌리고 하늘도 한 번 보고 주변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론정보학과 3학년인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졸업을 1년 앞둔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가게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김소정 학생의 꿈이 궁금했다.

가까운 목표는 내년에 졸업하는 거예요. 일본에서 취업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인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1년 전의 제가 워킹홀리데이 생각이 전혀 없었듯이 1년 후의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우선은 학교를 마저 다니면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양한 선택지에서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김소정 학생. 앞으로 그가 도전해 나갈 일들이 기대된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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