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버티게 해준 것은 제가 마케터여서 행복했기 때문이에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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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버티게 해준 것은 제가 마케터여서 행복했기 때문이에요! (1)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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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세계 / 정승희 화장품 마케터

25년 차 화장품 마케터인 정승희 씨의 인생 목표는 분명하다. 70살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백발에 검정 수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 매일 느슨해지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미국에서 보내준 그. 힘들 때 자신을 버티게 해준 동기마저 직업이 마케터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현재 미국에서 화장품 브랜드 기획 및 마케팅 컨설팅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거주한 지는 4년 되었어요. K-beauty 강세에 힘입어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 런칭을 원하는 기업들의 브랜드 기획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브랜드 기획 및 상품 기획, 브랜드 컨셉 재정립 등의 업무를 의뢰받아 일을 하기도 하고요.

내년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에요. 제가 없는 사이에 한국 화장품 시장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저도 나이가 들어 저에게 잘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는데요. 그래도 백발이 될 때까지 일을 하고 싶은 제 인생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어요.

또한 세월이 흐르고 트렌드가 변해도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감성이 오래도록 유지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바람과 목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화장품 브랜드는 유행에 따라 브랜드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비슷한 컨셉의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브랜드의 탄탄한 아이덴티티 없이 유행에 따라 그때그때 쉽게 만들어지는 모습이 늘 아쉬웠거든요.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이제까지 제가 걸어왔던 것처럼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생각하며 즐기고 싶어요.

 

25년 차 화장품 마케터의 첫 발걸음

저는 1994년 대학교 4학년 때, 당시 신세대들에게 사랑 받던 화장품 제조 및 생산하는 중견기업에 입사해 마케터로 첫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그 후 몇 개의 회사를 거쳐 2015년까지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현재까지 25년 간 화장품 마케터로 일을 해온 셈이네요. 정말 세월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줄 모르겠어요.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케터로 취업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많은 여학생들이 결혼 전까지만 잠시 다닐 회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 제 꿈은 단순했어요.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였습니다.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도 돈을 벌기 위한 목표도 아니었어요. ‘내가 즐길 수 있는 일, 그래서 결혼을 해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당시 한창 20대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한불화장품이란 회사에 입사하게 된 건 제 취향과 흥미를 고려한 선택이었어요. 제가 경영학을 전공했는데요. 제 주변 친구들처럼 은행이나 대기업 사무직에 입사한다면 상상만 해도 지루한 하루하루를 살 것 같더라고요. 원래 패션과 뷰티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저에게 이 회사가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전공에 맞춰 마케팅 부서에 지원해 합격했죠.

그렇게 마케터로 첫 출발을 하게 된 거예요. 돌이켜보면 제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했던 시간이 마케터라는 제 천직을 선택해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화장품 마케팅 일을 해왔습니다. 화장품 마케터라고 해서 다른 산업 분야 마케터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차이는 있습니다.

화장품 마케터의 대표적인 업무를 설명드리면, 우선 화장품 마케터는 다른 산업군 마케터보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기 때문에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 변화에 대한 대응도 빨라야 합니다. 특히 한국 여성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받아들이거나 앞서 나가는 속도가 빠릅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특성이 마케팅 전략에도 고스란히 묻어나야 하죠. 그래서 그 어떤 분야의 마케터보다 소비자 가까이에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이 화장품 마케터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화장품 마케터가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해요. 중장기적 브랜드 운영 전략 및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 중장기적 매출 목표 수립 및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 수립, 월별 마케팅 전략 수립, 신제품 전략, 프로모션 등 실행, 신규 브랜드 기획 및 네이밍, 아이덴티티, 컨셉 구축, 신제품 기획 및 개발 등이 일반적인 업무입니다. 여기에 매출 실적 분석과 국내외 트렌드 분석, 소비자 변화 분석, 재고 관리 등의 업무도 포함됩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마케터가 하는 일은 참 방대하고 복잡하고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부서 사람들보다 훨씬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고 생각해요. 연봉은 비슷한데 말이죠.

저는 늘 밤 10~11시에 퇴근하고 주말도 밥 먹듯이 일하러 나가곤 했습니다. 일을 너무 재미있었지만 저도 힘든 상황이 많이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었을 때도 수도 없이 많았죠. 그럼에도 제가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한 이유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희열의 순간, 그리고 이 일이 저에게 주는 보람과 기쁨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에요. 저를 버티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제가 마케터여서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출근하는 게 행복했고 여기 가서 욕먹고 저기 가서 거절을 당해도, 별이 반짝이는 한밤중에 퇴근해도 참고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일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에요. 마케터는 정말이지 즐길수록 행복한 직업인 것 같아요.

즐기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즐기지 못하는 마케터는 매일 창작 고통에 시달리고, 업무와 성과 압박으로 지쳐가겠지만 즐기는 마케터는 달라요. 매일 새로운 꿈을 꾸고 세상의 변화를 즐기며 성취와 성과의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닐 겁니다. 물론 그 순간이 되기까지 노력하고 견뎌야 하죠. 그러기 위해 이 일을 행복하게 즐기는 것,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계속)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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