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건강한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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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건강한 '나'를 찾아줘!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4.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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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나는 멘토 / 박은지 『여자는 체력』 저자

그는 비만아였다. 그의 사춘기 기억에 행복했던 날은 없었다. 지옥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합기도, 주짓수, 복싱 등 다양한 격투기를 섭렵한다. 10년 간 운동 경험을 통해 그는 사회화된 여성의 몸은 허울이라는 걸 깨닫는다. 여성을 성차별하지 않는, 여성에게 안전한, 여성의 몸에 맞는 운동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운동 공간을 직접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몸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해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다짐에서 7년간 운동처방사로 경험을 쌓은 후 작년 프롬더바디 센터를 공동 설립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 여자는 체력을 출간하기도 했다. 저자 박은지 트레이너의 이야기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 지점에 위치한 프롬더바디 센터에는 10대부터 80, 일반인에서부터 장애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모두 자신의 건강한 몸을 찾기 위해 나선 이들이다. 이들을 맞이해주는 이가 박은지 트레이너다. 그는 고객들의 나이와 성향, 직업, 생활환경, 그리고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개인 맞춤형 운동 방법을 처방해주고 운동을 코치해주는 트레이너다.

굳이 남자냐 여자냐 성별을 따진다면 그는 여자 트레이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지도 않고 화장을 하지도 않은 맨 얼굴에 안경을 낀 그의 모습은 텔레비전 속 유명 여자 트레이너들과는 달라 보인다. 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일반 피트니스 센터와 조금 다르다. 근육으로 무장한 몸짱,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직업수명, 건강수명을 더 길게 하기 위해, 나를 위한 몸과 건강한 마음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자에게 무례하지 않은 운동 센터를 찾아서

박은지 트레이너는 직접 쓴 에세이 여자는 체력에 자신이 어릴 때부터 겪은 몸에 대한 차별과 운동 공간의 성차별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았다. 어떤 계기로 여성주의 운동처방사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분투한 만반의 노력 과정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비만아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볼록 튀어 나온 배를 보며 어머니는 늘 걱정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중학생이 되면서 과체중을 넘어 비만이 되면서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그의 정체성은 뚱뚱한 아이로 일단락되어 버렸다. 취미와 특기는 무엇인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어떤 꿈을 가진 아이인지는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사회에서 자신에게 던지는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도 던졌다. 거울을 보면서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의 모습을 늘 자책했다. 학교에서는 여자 아이들 무리에 끼지 못했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굳은 결심을 하고 지옥의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우연히 들른 합기도장에 등록하면서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때부터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체중계 숫자만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퀭한 눈으로 기뻐했다. 오로지 마른 몸매가 중요했기 때문.

이후 그는 다양한 격투기를 배웠다. 그가 배운 격투기 종류는 태권도, 주짓수, 복싱 등 다양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격투기 장에서 여자 수련생을 찾아보기 힘든 때였지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근육을 움직이고 땀 흘리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오래 다니다보니 어느 센터든, 어느 도장이든 홍일점이라는 이유로 배려(라는 이름의 배제)를 당하거나 무례한 행동을 일삼기 일쑤였다고 책에 털어놓았다.

딸 같다며 복싱 글로브로 엉덩이를 세게 친다든지, 그렇게 근육을 키우면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성차별적 발언은 기본이고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한 무리한 운동방법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도장에서는 함께 다니던 여자 수강생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자신에게 고백한 일도 있었다.

일련의 사건 이후 책에서 밝힌 그의 다짐은 다음과 같았다.

처음에는 분명히 살을 빼려고 피트니스 센터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살 빼고 몸매 만드는 것보다 마음 편히 오래 다닐 수 있는 운동 공간과 믿을 수 있는 코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다한 일상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곳, 다치거나 아파서 움직임이 전만 못해도 찾아가서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운동 공간이다. 지나친 관심과 무례한 질문에 시달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말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자신이 원하는 운동 공간을 찾을 수 없었던 박 트레이너. “처음 찾아간 사람에게 다이어트하러 오셨죠라고 묻지 않는 운동 센터, 아파도 무작정 참으라며 회원을 성의 없이 대하지 않는 운동 센터, 뚱뚱하고 돈 많아 보이는 회원한테 개인지도 영업 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 운동 센터는 아무 곳도 없었다.”

결국 그는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몸과 운동에 대해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자고 결심한다.

 

꿈을 향한 여정의 시작

한성대 문헌정보학과 졸업 후 2006년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학사편입, 운동생리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 운동처방사가 되기 위해 생활체육지도사 1급을 취득했다. 태보 에어로빅, 크로스핏 레벨 1 지도사 자격증도 보유했다.

식당의 기본이 좋은 식자재와 정성인 것처럼 운동 센터의 기본은 좋은 운동 프로그램과 정진하는 트레이너라고 생각해서 인간의 몸과 체육학, 스포츠의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 운동 센터에서 여성의 몸을 단련하는 방식과 방향 가운데 동의할 수 없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밝혀내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운동 방법을 여성의 몸에 맞게 다시 설계하기 위해서도 운동 처방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대학원 졸업 후 운동처방 자격증을 따고 나서는 외모나 성별 때문에 차별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해 이런 가치에 동의하는 동료와 커뮤니티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2012년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건강센터 다짐을 알게 되고 그것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의 운동 센터였기 때문이다. 7년 간 그곳에서 일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10대부터 80대까지 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운동을 처방하고 코치를 해주는 운동 처방사로서의 경력을 쌓아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름도 성격도 다르듯 몸도 그렇다. 같은 여자라고 해도 나이, 생활환경, 하는 일에 따라 몸의 상태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박 트레이너는 수강생 각자의 속도와 움직임을 중요하게 여긴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남들의 눈에 멋지고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다. 이제까지 너무 많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몸을 잃어버리고 살았다.

텔레비전이나 패션 잡지에 나온 마른 몸이 아닌, 살집 있는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이유로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마른 몸이 예쁘다고 당연시해 왔다.

7년의 세월은 그에게 값졌다. 그리고 2019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운동 센터를 설립해 독립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헤이그라운드 서울숲 지점에 자리잡은 프롬더바디 센터다.

내 몸 상태에 알맞은 운동법에 대해 상담할 만큼 전문성을 갖춰 믿을 수 있는 코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었을 때엔 그 지역 코치에게 내 병력을 포함한 몸의 역사와 운동의 기록과 특성을 잘 전해 건강한 생활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운동 주치의 같은 코치가 있는 운동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프롬더바디 센터는 아플 때도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 가능한 운동을 하고, 수강생들 서로 서로가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그룹 운동으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건강 증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다. 그리고 더 좋은 운동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운동주치의 서비스 개발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여성주의 운동 방법을 실시하는 이 센터는 한 마디로 대안적인 운동 문화를 실험하는 공간인 셈이다.

 

내가 행복한 나의 몸을 위한 운동이 중요해

여자는 체력에서는 챕터별로 다양한 운동방법을 소개한다. 모든 운동의 첫 단계는, 내 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체크하는 일이다. 그는 숫자로 보이는 체중은 피상적이며 절대로 몸의 건강을 나타내는 성적표가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몸무게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몸의 느낌이다. 그 이유는 건강하다고 느끼는 체중은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책은 몸의 언어를 감지하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서 그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귀에서 나는 이명은 안 좋은 자세를 그만하라는 몸의 비명이며, 허리, , 어깨 통증이 계속 된다면 책상에 오래 앉아 일을 하는 태도를 바꾸고 생활의 건강, 더 나아가 삶의 건강을 위해 그에 맞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트레이너가 책에서 추천 하는 것은 몸의 지도를 그려보는 방법이다. ‘건강 곡선으로 불리는 몸의 지도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그래프다. 운동하기 전에 자기 몸이 어떤지 알아야 하는 것은 필수다. 운동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그 다음이다. 이렇게 수강생의 몸 상태를 파악해 그에 알맞은 처방을 내려주는 역할이 바로 그의 역할이기도 하다.

작고 소박한 운동 목표를 세우고, 무엇이든 좋으니 그냥 하고 싶은 움직임을 하면 그만이다. 몸을 움직이며 내가 즐거운 것이 최고의 운동이다. 체력을 편식하지 말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그러다보면 나에게 맞는 움직임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그 후 내가 원하는 몸을 생각해보는 거다. 책에서 박 트레이너는 몸은 항상 변한다고,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원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나는 어떤 몸을 원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각적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누구 같은 몸을 동경하기보다는 일을 하면서도 아프지 않을 몸, 내가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있는 몸으로 세세하게 상상하고 그런 인물을 실제로 볼 수 있는 환경을 자주 만드는 것이 진짜 내 몸을 바꾸는 지름길이다라고 책에서 말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기자의 인상에 깊이 남은 문구가 하나 있다. ‘내가 나로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몸을 만드는 일이란 대목이다. 박 트레이너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주눅들지 말라. 여성다움, 또는 남성다움에 한 개인이 온전히 끼워 맞춰질 수도 없고 사회의 규율과 성 역할을 억지로 수행하려는 노력은 우리 모두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 뿐이다.” 맞는 말이다.

이제는 내가 행복한 나의 몸을 찾겠다는 생각을 갖고 운동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박은지 트레이너를 만나보자. 참고로 책에는 건강하게 나이 들기, 나잇살과 운동의 연관 관계, 집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코어 운동 방법, 식단 조절 하는 방법 등 쏠쏠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운동 교과서로도 좋으니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 권민정 객원 기자(withgmj1@naver.com)

*본 기사는 여자는 체력(메멘토, 2019.10.18.)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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