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세상을 디자인하다
상태바
소리로 세상을 디자인하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4.28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직업 / 사운드 디자이너

우리 주변은 소리로 가득하다. 아침에 휴대폰의 모닝콜로 눈을 뜰 때부터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나는 엔진음까지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영화, 드라마, 게임 속에서 들리는 음향도 모두 소리다. 만약 일상에 이러한 소리가 없다면 우리 삶은 무미건조할지도 모른다. 실감 나는 소리로 재미와 감동을 두 배로 느끼게 해주는 사운드 디자이너는 각종 콘텐츠부터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적재적소에 들어갈 소리를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소리 전문가를 알아보자.

사운드 디자이너란?

사운드 디자이너는 얼핏 최근 등장한 소위 핫한직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운드 디자이너의 역사는 꽤 깊다. 그 역사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내고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음악과 음향효과를 이용한 코메디아 델라르테(즉흥 연희극)가 무대에 올랐다.

세계 최초의 연극 융성기였던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1580~1642)에는 음향 효과에 많은 스텝이 동원되어 실감 나는 무대를 연출했다. 중앙정부의 보호 하에 연극이 발달했던 만큼 이 시기 영국 극장에서는 수많은 무대 매니저들이 음향 효과 담당을 맡아 호루라기, 호른 등으로 직접 음향효과를 냈다. 1890년 런던의 한 극장에서는 처음으로 녹음 음향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축음기로 시연된 아기 울음소리였다.

1913년에는 음향 제작 기기가 출현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루이지 루솔로가 만든 인토나루모리(Intonarumori)’가 그 주인공이다. 이를 해석하면 소음기계. 이 소음기계는 연극과 음악공연에 사용됐는데 주로 자연의 소리, 기차, 폭탄 등의 일상의 소리를 무대에서 재현해 관객에게 실감나는 공연을 선사했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영상 산업이 성장하면서 좀 더 실감나는 소리에 관한 관심도 집중되었다.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등장함에 따라 1980~1990년대에는 음향기술이 발전해 사운드 디자이너가 전문 직업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화계에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용어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72. 첫 사운드 디자이너의 영예는 영화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에 의해 월터 머치(Walter Murch)에게 주어지는데, 이 둘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음향 작업을 맡아 영화 완성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코폴라와 머치는 사운드 디자이너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한 영화의 음향에 대한 모든 것(대사, 효과음, 재녹음된 부분까지 포함한 최종 음향트랙)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이후 사운드 디자이너는 영화계에서 프로덕션 스탭의 핵심 인원으로, 촬영 감독과 동등한 수준의 중요성을 갖게 된다.

음향 기술은 인터넷의 출현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온라인에서 쉽게 음향 소스를 구할 수 있고 믹싱이 가능하고 편집을 통한 소리를 편리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뒤이은 소프트웨어의 혁신은 보다 넓은 사운드 디자이너의 작업 환경을 구축하게 해주었다. 이제는 집에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비싼 장비와 스튜디오를 빌릴 필요 없이 혼자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21세기 사운드 디자이너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부터 사람들은 소리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지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영상 콘텐츠 산업이 발전한 21세기에는 그 중요성이 보다 섬세해졌다. 게임 속에서 숲속을 헤치고 들어가 적군을 물리치는 긴장된 상황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아니면 영화 속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전쟁이라면 어떤가? 스토리의 몰입감은 떨어지고 집중도도 감소할 것이다. 시각적인 반응이 청각보다 집적되기 때문에 우리는 소리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막상 소리가 없을 때 그 필요성을 절감한다.

휴대전화 벨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의 소리를 만드는 것도 사운드 디자이너의 몫이다. 그렇기에 작곡가와 사운드 디자이너의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작곡가와 달리 사운드 디자이너는 다양한 음향을 창조해 듣는 이로 하여금 마치 그 현장 안에 있는 것 같은 풍부한 경험을 느끼게 해줘야 하기 때문. 이러한 소리는 영화의 감동을,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며 느끼는 만족감을 몇 배 이상으로 느끼게 해준다.

사운드 디자이너의 길은 매우 다양하다. 전자제품 회사에 입사해 개발되는 제품에 소리를 디자인할 수도 있고, 영화·다큐멘터리·드라마와 같은 영상의 음향 작업을 맡을 수도 있으며, 게임 사운드 디렉터가 되어 게임에 다양한 음향 효과를 입히고 캐릭터 소리와 배경 음악 등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 자신이 관심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게임에 관심이 없다면 탁월한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야별로 사운드 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자.

 

영화 사운드 디자이너

영화 사운드 디자이너는 영화의 사운드를 만드는 다양한 파트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다섯 파트로 나눠진다.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에서 노이즈를 제거하고 대사의 목소리가 명료하게 들리게 작업하는 파트, 바람소리·빗소리 등 영상에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파트, 현실감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한 효과음 파트, 녹음상태에 따라 후시 녹음을 진행하는 파트 등이 있다. 이렇게 각 파트에서 모든 사운드 작업을 마친 후 하나로 합쳐지면 비로소 하나의 영화 사운드가 완성된다.

사운드의 완성도는 영화 작업의 완성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생각해보자. 화려한 영상미과 뛰어난 그래픽 작업도 물론 훌륭하지만 거기에 환상적인 사운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자동차 추격신의 박진감은 물론,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순간에 관객은 별다른 매력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로봇 변신의 순간에 다 큰 성인들이 큰 호응을 보인 이유에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사운드 역할이 컸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관객들이 이 스토리에, 이 캐릭터에 퐁당 빠지게 만드는 진짜 같은 소리를 만들 것인가. 이를 위해 소리를 궁리하고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영화 사운드 디자이너다.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게임업계 직업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게임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가 주목받고 있다.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는 영화 사운드 디자이너와 그 맥이 비슷하다.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는 게임 기획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개발 게임에 필요한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배경음악은 말 그대로 게임 내 상황, 분위기를 도출하는 음악이다. 효과음은 환경음, 단일효과음, 성우 음성으로 나눠진다. 보통은 Animation sound, visual effect sound, ambient sound 작업으로 불린다.

게임은 영화와 달리 사용자 중심의 능동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아이템을 터치한다거나 게임을 잠시 멈춘다거나 캐릭터를 변경할 수 있다.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는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적재적소에 맞는 효과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게임을 즐겨하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이 직업에 적합하다.

 

브랜드 사운드 디자이너

어떤 이들은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좋아서 특정 브랜드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만큼 작은 소리 하나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도 있다.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은 각자 브랜드의 고유 소리를 만드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엔진음은 기본이고 차문을 열고 닫는 소리, 방향지시등 소리, 차 시동을 걸 때부터 운전 중, 운전이 끝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소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사운드 디자이너다.

자동차 사운드 디자이너는 브랜드와 제품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사운드를 창조해야 한다. 이러한 제품의 사운드 디자이너는 텔레비전, 오디오, 스마트폰 브랜드에서도 폭넓게 활약하고 있다.

모바일 사운드 디자이너의 경우 벨소리, 알림음, 메시지 착신 소리부터 화면을 터치할 때 발생하는 소리, 화면 키보드를 터치할 때의 사운드 등 모바일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운드를 만든다.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진 문자왔숑메시지 알림음도 사운드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소리다.

제품 사운드 디자이너는 이렇듯 새로우면서도 사용자들의 마음에 들도록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서 소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브랜드의 성격과 제품의 종류, 시장 트렌드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함은 물론이다. 자신의 만족이 아니라 최대 다수의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명심해서 제품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사운드를 디자인해야 한다.

 

사운드 디자이너의 자질

하나, 음향 프로그램, 데이터 편집 능력과 관련 툴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소리 발생 원리와 효과 및 현상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며 믹싱, 마스터링, 편집 등 음향과 관련한 툴을 다루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툴을 다루는 기본 능력을 갖추었다면 그 이후는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라면 게임 및 멀티미디어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를 통해 게임 시스템을 파악해 다채로운 게임 환경 안에서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연출해 낼 수 있는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 사운드 디자이너는 어떤 분야이든 협업이 필수다. 사운드는 그 자체로 독보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하나의 콘텐츠,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전, 후로 수많은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회의를 하고 논의를 거쳐 수정, 보완을 거치게 된다. 영화 제작 또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따라 때로는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 고객이 원하는 사운드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고집을 내세우기보다 적정한 합의점을 충족시켜 최고의 사운드를 제시해야 한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자신의 만족이 아니라 최고의 작품을 위한 다수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소리에 대한 관심이 많을수록 사운드 디자이너는 하는 일이 행복하다. 사운드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상당수는 음악에 관심이 많거나 일상의 소리에 관심이 많아서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믹싱을 해본 경험을 가졌다. 사운드 디자이너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습작을 해봐도 좋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가정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사운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필요한 사운드가 있다면 직접 녹음도 해보고 다양한 사운드를 믹싱해서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직접 해보는 일만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에 관심이 있다면 장르를 가리지 말고 여러 게임을 해보고 사운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다양한 영화, 게임 등 미디어를 통해서 듣는 귀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 소리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사운드를 연출할지 연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로 하나씩 사운드를 만들어나가면서 자신만의 사운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는 길에 한 발 더 바싹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