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삶을 찾기 위한 지침이 되는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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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삶을 찾기 위한 지침이 되는 이야기 (1)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6.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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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Mentor / 책으로 만나는 여성 멘토 (1)

책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는 늘 즐겁지만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수필의 경우는 더욱 설렌다. 작가의 살아온 삶을 엿보며 내가 몰랐던 사실, 가치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이나 실존 인물 이야기로 만든 영화를 보고나면 더 큰 감동을 받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준비한 이번 시간은 책으로 만나는 여성 작가들이다. 그들을 만나보자.

 

정혜신 당신이 옳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혜신은 연세대와 아주대 의대 외래 교수를 거쳐 정신과 클리닉 마음과 마음’, 이후 직장 남성을 위한 상담 클리닉을 운영했다.

구조조정 시대를 맞아 생존한 직장인들조차 극심한 정서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를 다수 만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대량 해고의 국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조사, 연구한 ‘ADD 증후군을 국내 최초로 제기했다.

2005년 전두환 정권에서 무고하게 고문을 당하고 18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던 박동운 선생을 만난 이후로 1970~1980년대 고문생존자,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자로 살았다. 2008년부터 고문피해자를 돕기 위해 만든 재단 진실의 힘에서 고문치유모임의 집단상담을 이끌었고, 2011년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집단상담을 시작하며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들었다.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있으면서도 낌새조차 내보이지 않고 소리 없이 스러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 하나가 예상치 않게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질문은 심장충격기 같은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간단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이 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진 성인의 목숨을 구했다는 실화처럼, 심리적 CPR 또한 마찬가지다. 심리적 CPR은 꼭 배워야 한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살리게 된다.”

그렇게 저자 정혜신은 우울함으로 힘든 현대인들을 위한 심리적 CPR을 제안하는 당신이 옳다를 내게 됐다. 왜 우리는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마음이 공허한 걸까? 이렇게 무기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 마음이 아픈 문제의 원인을 짚어주는 책이 바로 당신이 옳다이다.

저자 정혜신은 이 책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공감하는 능력과 공감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감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양한 인간관계, 복잡 다양한 사회 구조에 사는 현대인들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과연 공감이란 무엇인 걸까?

공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진짜 공감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공감을 위한 경계짓기를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은 모두가 개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고, 그것은 곧 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방법으로 연결된다. 나답게 존재하고 싶지만, 진짜 내가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어두운 터널에 갇혀 방황하고 있는 느낌일 때 이 책은 한 줄기 빛을 발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준다.

 

서윤영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

서윤영 작가는 대학에서 수학과 일본어를,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틈틈이 신문에 건축칼럼을 기고했다. 그게 출판사의 눈에 띄어 첫 책을 출간했고 그 뒤로 말과 글로 집을 짓는 일에 전념하게 되었다. 결혼으로 4인가구에서 2인가구가 되었다.

그는 1인가구와 2인가구를 아울러 1.5가구라고 지칭한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제도나 정책은 여전히 4인가구 중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1인가구 또는 2인가구의 주거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 걸까. 서윤영 작가가 제안하는 대답은 새롭다. 그의 제안이 새로운 이유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현실과 밀접하면서도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는 어떤 동네를 고르면 좋은지, 집의 구조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4인가구가 사는 집이라면 개인 침실 말고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거실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1인가구라면 공용공간으로서의 거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럴 때 거실을 침실로 쓰면 뜻밖의 장점이 생긴다. 첫째, 거실 공간은 채광을 비롯해 모든 조건이 대개 집에게 가장 좋으며 넓고 쾌적하다. 둘째, 침실에는 침대와 옷장 같은 덩치 큰 가구를 두기 마련인데 이를 좁은 방이 아닌 넓은 거실에 두면 공간감이 더 살아난다고 책에서 말한다. 생각해 볼수록 정말 그렇네라고 수긍하게 된다.

건축과 교수답게 그는 주거정책을 꼬집기도 한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사적인 사안을 공적인 대의로 치환해 버린, 이 범국민적 새마을운동스러운 표어는 자녀 각자에게 독방을 주자는 건축적 어휘로도 번역되었다. 4인가구가 대세인 것도 정부 시책을 결정하면서 설정해 놓은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다. 부부 침실 1개에다 자녀 침실 2개로 이루어진 33평짜리 방 3개 아파트가 국민주택이라 일컬어지면서 각종 주거정책의 준거가 된 것이다.”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를 읽다보면 과연 나는 어떤 집을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살고 싶은 집, 내가 머물고 싶은 방에 대한 상상은 곧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로 이어진다. 주거의 문제는 단순히 먹고, 자는 물리적인 요건을 충족시키는 죽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더 행복하게,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걸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남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1인 가구로 독립적인 삶을 사는 여성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직업과 관련한 주거 조언도 해주기 때문에 직장인뿐 아니라 창작가, 프리랜서 등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이다.

그는 한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혼자 살수록 동네가 중요하고 집이 특히 중요합니다. 가족과 함께 살면 가족이 울타리가 되어 주지만, 1.5가구로 산다는 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대신 집과 동네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이니까요라며 동네를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내가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 그 삶을 위한 주거 공간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자.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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