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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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기업가정신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8.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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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어느 날 한 여학생이 상담을 신청했다. 국어국문학과 학생인데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창업교육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어국문학과 학생이 창업동아리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라서 다소 의외이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였다. 왜 창업동아리 활동을 해보고 싶은지, 혹시 생각하고 있는 주제나 아이템이 있는지 물었다. 그 학생의 동기는 다른 학생들보다 진지하였고 신선하였다.

 

인문학 전공 학생의 기업가정신과 성공취업

국어국문학과 학과 사무실에 가면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하거나 경진대회로 제출한 많은 글들이 쌓여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글들은 대부분 1회성 채점으로 그치고 사무실에 그대로 방치되거나 일정기간이 지난 후 폐기 처분되었다. 그 글들은 다소 수준이 낮거나 완성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그 중에는 제법 독창성이 있거나 수준 있는 글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글들은 수준 여부를 떠나 학생 개개인의 열과 성이 묻어 있는 값진 창조물이다. 학생은 각자가 최선을 다해 쓴 글들이 이렇게 무가치하게 취급받고 끝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이 글들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였다. 국어국문과 차원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창업프로그램을 찾아왔다면서.

우선 해결할 수단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해 보겠다고 생각한 학생이 너무 기특했다. 필자도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일단 학생을 안내하였다. 필자는 누구나 그냥 문제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지내는 것을 발굴하여 문제로 인지한 그 문제의식으로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후 학생에게 창업관련 교과목 수업을 이수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하였다. 그 학생은 1년여 간 기업가정신과 창업 수업에서 가장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프로그램에서도 그 문제를 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였다.

학생은 창업동아리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던 중, 일단 작은 일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우선 학과 사무실에 쌓여있는 원고들을 뒤져 재미있거나 멋진 글들을 발췌하여 다듬고, 그 옆에는 그림에 소질이 있는 친구가 그린 삽화를 삽입하여 한편의 스토리를 만들어 매일 SNS에 올렸다. 필자에게도 찾아와서 SNS 팔로어가 되어 주고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부탁하였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창업동아리 친구 몇 명만 구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시간이 지나고 반복적으로 게재가 되면서 6개월 후에는 몇 백 명의 팔로어가 생기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학생은 웹 소설과 웹 툰 사이트를 운영하는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 기업에서는 SNS에 올리는 글과 삽화가 매우 재미있는 발상이라며 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다. 학생은 그 기업으로부터 웹 소설 작가를 지망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 후 작가 지망을 하고 합격하여 학생은 졸업도 하기 전에 웹 소설 작가로 등단하여 현재 아주 유명한 웹 소설 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 학과에서는 학과 개설 이후로 재학 중 웹 소설 작가로 등단한 첫 사례라며 신문에 이 학생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기도 하였다.

위의 이야기를 국문과 한 학생의 취업성공기로 본다면 별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치솟는 청년실업률, 청년들의 암울한 미래, 특히 인문학의 어려움 등을 생각하면 이 학생의 이야기는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원론적이고 근원적인 처방을 제시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학생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가능성과 관계없이 일단 부딪쳤다. 주위의 어떤 사람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학과를 벗어나 밖으로 들고 나와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삽화를 그리는 친구와 무조건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예상치 않은 제안을 받았고 취업까지 성공하는 결과를 거두었다.

학과 교수가 가르치거나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게 문제라고 누가 지적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방법으로 해결하라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학생 스스로 나서고 결정하고 판단하였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하려는 기업가정신을 가져라

이 학생을 보면 일자리를 찾고 못 찾고는 결국 대학의 서열이나 전공과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별 청년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결국 필자는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 보려는 기업가정신을 가졌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문제를 어쩔 수 없는 경제의 저성장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기업의 어려움에 따른 고용의 불안정 등과 같이 거시적 요인에서 찾기 시작하면 근원적인 처방이 나오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사정이니 받아들여라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청년들 각자가 생각을 바꾸고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나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바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그게 뭐냐고 학문적으로 정의하려면 너무 딱딱해진다. 쉽게 말해서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세, 위험과 불확실,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해결하고 책임진다는 자세 정도로 정의해 두자.

반대는 종업원 정신이다. 주어진 일만 하고 주어지지 않으면 스스로는 하지 않는 것, 불확실하거나 위험하면 저지르지 않는 자세, 내가 주도하기보다는 남이 먼저 하거나 상황이 발생되기를 기다리는 자세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지금 청년들의 취업난이나 문제는 많은 부분이 청년들 당사자들보다는 세상의 다른 요인들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스스로 해결에 나서려는 적극적, 능동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인생을 기업하듯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 WEF(세계경제포럼)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생기술(Life Skill)’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지금은 100세 인생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다. 미래는 무엇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청년은 전공과 출신에 관계없이 강한 기업가정신을 가져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자격시험이나 수준 높은 게임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은 위의 국문과 학생과 같이 누구나 처한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정신과 자세를 말한다. 기업가 정신에서 성과가 나오고, 남들이 알아주고, 세상과 소통하면서 예상치 않는 기회가 찾아오는 하나의 삶의 메카니즘이다. 인문학 전공이라서 안 되고, 지방대학이라서 안 되고, 외모가 자신 없어서 안 되고, 토익 점수가 약해서 안 되고구차한 변명이다.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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