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향을 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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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향을 창조하다
  • 권민정 기자
  • 승인 2020.09.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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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업 / 조향사

특별한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향기가 난다. 향은 패션만큼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된다. 남들과 똑같은 향은 거부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조향사가 주목받고 있다. 로션, 샴푸, 화장품 등 일상의 향을 창조하는 것에서부터 향수의 종류를 만드는 일까지 조향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조향사는 향을 조합해서 세상에 없는 향기를 만드는 직업이다. 일반적으로 향수를 조향하는 조향사가 유명하지만 식품의 향을 제조하는 플레이버리스트(Flavorist)도 조향사의 한 종류다.

우리가 먹는 식품에는 다양한 향이 있다. 음료수, 사탕, 과자 등이 대표적이다. ‘포도맛 사탕을 상상해 보자. 가장 먼저 우리는 달콤함 포도향을 맡을 것이다. 이때 포도향은 인위적으로 플레이버리스트가 만든 향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의 향을 제조하기 때문에 식품용 향료를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조향사는 향수나 화장품, 비누 등에 사용하는 향료도 조향한다. 플레이버리스트보다는 활용할 향료가 많다. 섭취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향료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섭취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들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쓰이는 향료를 개발한다. 특히 조향사는 여러 가지 향을 조합해 제품 이미지와 목적에 맞게 향기를 제조한다.

 

조향사의 자질

후각에 민감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적합하다. 매력적인 향을 만들기 위해 직접 향을 코로 맡으면서 제조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선천적인 후각 능력이 탁월할수록 좋다. 하지만 반드시 후각이 뛰어나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맛에 민감한 사람들이 미식가로 활동하지만 그들이 전부 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오히려 후각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많다. 그 중 하나는 기술적인 지식이다. 얼핏 많은 사람들이 향을 제조하는 조향사의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향을 제조하는 것은 상당한 과학적 지식과 전문 기술, 그리고 경험을 요한다. 말 그대로 상당히 섬세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향을 기억하고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수많은 향료들이 가진 냄새의 미세한 차이점을 구별하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향료마다 구성 성분이 다르므로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성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다양한 향료를 어떤 비율로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에 화학적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향을 이미지화시키는 능력도 필요하다. 향과 관련된 제품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소비자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기 위한 마케팅에서 향은 중요한 몫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향사가 만들고 싶은 향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해당 제품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향을 제조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향수의 경우는, 제조된 향수를 어떤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능력은 예술적 감각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려 <냄새의 예술가>라고 불리는 에드몬드 루드니츠카에 의하면, 조향사는 예술적인 심미안이 있어야 한다.

향을 제조하는 것과 예술적인 심미안은 어떤 관계일까?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만 가지 향이 존재한다. 비오는 날 숲속을 걸을 때의 상쾌한 향, 장미에서 나는 매력적인 향 등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이러한 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A의 향과 B의 향을 조합하면 좋은 향이 날 것 같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상당히 창의적인 과정이다. 세상에 없는 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눈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색상이나 물건으로 화가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조향사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조향사들은 한결같이 예술적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조향사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조향사가 되는 방법에는 크게 전문학교를 졸업하는 방법과 향료 관련 회사에 입사하는 방법이 있다. 향료 교육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해서 향료에 대한 기초지식과 조향 기본 교육을 이수한 후에 조향사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향료회사에 입사해 그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조향 교육을 받고 조향사가 되는 방법도 있다. 이런 경우 입사 전에 그 사람의 후각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선행되며, 전문학교와는 달리 단기간 내에 실무를 접하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서 빨리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화장품회사나 식품회사, 향수회사 등의 향료 관련 부서에 입사하여 조향 교육을 받은 후에 조향사가 되는 방법도 있다. 주로 향료회사에서 제공받은 여러 가지 향들을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 평가하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향료회사의 조향사처럼 전문적으로 조향을 하진 않지만, 필요에 따라 제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조향을 하기도 한다.

향료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맨 처음 공부하는 것은 천연향료나 합성향료와 같은 단품 향료의 냄새를 외우는 것이다. 각각의 단품향료를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천연향료의 경우 주성분이 무엇인지, 주산지는 어디인지, 어떤 부위를 추출해서 만든 것인지, 어떤 향취와 잘 어울리는지 등을 동시에 학습하게 되고, 합성향료의 경우 어떤 화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분자량이 어느 정도인지, 끓는점은 어느 정도인지, 지속성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같이 공부할 수 있다. 요즘에는 향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면서 조향 클래스도 많이 열린다. 이런 곳을 찾아서 자신의 향을 만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향사 민간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다. 민간 자격증은 1급 퍼퓨머 조향사, 2급 플레버리스트 조향사, 3급 퍼퓸디자이너로 구분된다.

조향의 전망은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 좋은 편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은 공방을 차려 기존 대기업 브랜드가 장악했던 시장이 아닌, 틈새시장을 노린 조향사들이 많다. 게다가 향료를 이용한 산업과 마케팅이 발전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향을 이용한 활동 분야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남자도 화장을 하는 시대인 만큼 향수에 관심을 가진 남성들도 늘고 있어 향수를 소비할 대상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세대별로 더욱 다양해 질 것이다.

| 권민정 객원기자 jungbeatuy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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