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상태바
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 오명철 기자
  • 승인 2020.12.24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ED이야기 / 엘리프 샤팍(Elif Shafak)
엘리프 샤팍(Elif Shafak)               출처: www.ted.com
엘리프 샤팍(Elif Shafak) 출처: www.ted.com

사람들은 나무를 보지 않습니다. 매일 우리 옆을 걸어 다니고, 앉아서 자고, 담배를 피우며 쉬고 나무 그늘에서 은밀히 키스합니다.

사람들은 우리의 나뭇잎을 떼고 열매를 즐겨 먹습니다. 나뭇가지를 부러트리거나 기둥에 연인의 이름을 칼로 새겨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죠. 바늘잎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고 우리가 피운 꽃을 그리죠. 우리를 쪼개서 장작으로 만들어 자신의 집을 따뜻하게 합니다. 간혹 경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우리를 잘라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를 재료로 요람, 와인 코르크, , 목재 가구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만듭니다. 또한, 우리로 책을 만들어 추운 겨울밤에 책에 파묻혀 있죠. 목재를 관으로 만들어 삶을 마감합니다. 우리를 위해 가장 로맨틱한 시를 지어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라고 하면서요. 그래도 사람들은 나무를 보지 않습니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많은 장점 중 하나는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 여러분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우리가 이야기와 말을 사랑하는 만큼 침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이죠. 소외된 사람과 영향력을 잃은 사람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문학은 실제로도 혹은 바라건대 외곽에 있는 것들을 중앙으로 끌어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들리지 않는 것을 조금 더 들리게 할 수 있습니다. 공감과 이해는 선동과 무관심보다 강력합니다. 이야기는 우리를 뭉치게 합니다. 전해지지 못한 이야기와 일상화된 침묵은 우리를 갈라놓습니다.

하지만 인류와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우리의 지구는 불타고 있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집단으로 경험해야 하는 때에요. 정치, 사회, 환경 모든 부문에서요.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말해야 합니다. 세상을 가장 크게 망가트리는 하나의 주범이 있다면 바로 무감각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단절되고, 둔감해지며 무감각해집니다. 귀를 닫고, 배우지 않으며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요.

나무와 인간의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인간의 시간은 선형적입니다. 간결한 연속체죠. 이미 끝난 것으로 간주하는 과거에서부터 시작하여 정해지지 않고 닿지 않은 미래를 향해 뻗어 나갑니다. 나무의 시간은 원형적입니다. 과거와 미래 모두 현재의 순간에 숨을 쉽니다. 또한 과거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원안에 또 다른 원을 그리죠. 우리를 자를 때 나오는 나이테처럼요.

다음에 나무 옆을 걸을 때, 속도를 늦추고 들어보세요. 우리 모두 바람 속에서 속삭이고 있으니까요. 우리를 보세요. 우리는 인간보다 오래 살았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을 들으세요. 우리 이야기 속에 인류의 과거와 미래가 숨겨져 있으니까요.

출처 / www.ted.com/translate/languages/ko/

정리 / 오명철 기자 mcoh98@hkrecru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