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채용시장, 인턴의 기회 or 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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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채용시장, 인턴의 기회 or 기회비용?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1.03.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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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인턴십_Intro

코로나19 확산으로 채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인턴십 채용이 구직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채용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주요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이 하반기 인턴 채용을 상반기로 앞당기는 등 인턴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턴은 구직자 입장에서 해당 업종과 회사에 대해 미리 경험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직종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이며, 까다로운 정규직 채용보다 상대적으로 다양성을 더 중시하는 인턴 채용의 특성상 자신만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3월 공공취업지원 포털 워크넷을 통한 기업의 신규 구인규모는 2019년 동월 대비 46,982(24.5%) 줄어든 144,886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과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미뤘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준비생 40% 이상이 채용 취소나 연기 통보를 받는 등 올 상반기 채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공기업과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대규모 인턴십 채용을 진행하고 나서면서 굳었던 채용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다양한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2020년 한해, 기업의 인턴 채용은 확실히 증가했지만, 인턴십 이후의 정규직 전환률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386개사를 대상으로 인턴 채용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54.9%가 지난 한해 인턴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47.2%)보다 7.7%p 높아진 수치다. 아마도 기업이 정규직 채용 전 인재를 검증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턴십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턴의 채용 형태는 정규직 전환형’(65.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19(75%)과 비교하면 10.1%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전환, 체험형 모두 채용’(23.1%), ‘기간제 체험형’(11.8%)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인턴 정규직 전환 비율은 평균 56.7%로 나타났다. 2019(70.2%)과 비교하면 13.5%p 감소한 수치다. 정리하면 인턴 채용 자체는 늘었지만, 정규직 전환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인턴 채용 시 직무적합성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

그렇다면 인턴의 월 급여는 어떨까? 인턴사원 월급은 평균 199만 원으로 2019(193만 원)보다 6만 원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80~190만 원’(22.2%), ‘190~200만 원’(21.2%), ‘200~210만 원’(16.5%), ‘170~180만 원’(16.5%), ‘210~220만 원’(8%) 순이다. 절반 이상이 2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이처럼 인턴 급여가 적고 전환율이 낮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공채가 줄어든 상황에서 인턴십은 수시채용만큼 취업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수의 인원을 검증 후에 채용하기에 인턴십만큼 효율적인 제도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턴십의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기업이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연 직무적합성’(32.4%)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성실함’(21.5%), ‘업무에 대한 책임감’(21.2%), ‘조직융화력’(6.5%), ‘열정과 도전정신’(5.2%) 등도 언급했다.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인턴사원 유형 1위는 업무 적응이 빠르고 성과를 보이는 스마트형’(36.8%)으로 나타났고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성실형’(34.2%)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인사, 예절 등 기본 태도가 좋은 바른생활형'(7.5%) 기술, 지식 등 직무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형’(6.7%) 다양한 능력을 갖춘 '팔방미인형'(5.2%) 등의 응답도 있었다.

 

채용연계형? 아니면 채용고려형?
인턴십이 취업의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지만 인턴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턴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도리어 취업준비생을 향한 '갑질'로 변질됐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요즘 채용공고에서 많이 보이는 '채용연계형 인턴' 혹은 '전환형 인턴'은 먼저 비정규직으로 입사하고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난 이후에 자체 평가를 실시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실무 경험을 쌓고 회사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회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이 입사하기 전에 구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채용/전환형 인턴 운영 과정에서 취업준비생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턴을 진행하게 되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마치 기업이 '취업'을 미끼로 갑질을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많은 구직자들이 인턴십에서 가장 큰 문제로 삼는 것은 낮은 전환률이다. 다수의 취업준비생을 뽑아, 20~30% 내외만을 최종 합격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 과제를 제출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취업준비생들은 과제수행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에서는 과제 내용을 대외비 내용으로 취급해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이후에도 구직자의 경력에 인턴 경력을 구체적으로 적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는 것 외에 도리어 전환형 인턴이 구직자에게는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고스펙 취준생'이 늘어가면서, 신입 채용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지만, 채용 과정의 불투명함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을 구직자가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전환율 외에 전환형 인턴의 수행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규직으로 전환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간이나 마감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으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취업의 기회들을 오히려 놓칠 수 있다. 인턴 기간과 기업의 수시, 공채 기간이 겹치면 인턴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에는 별도의 취업준비가 어렵고 채용형 인턴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렵다. 채용 전환형 인턴 일정이 최소한의 시간만 요구한다면, 구직자는 정규직이 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에서 수행 과제에 대한 체계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인턴이기 때문에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의 과제만 주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실무 경험을 쌓기도 어렵고 체계가 없는 교육 및 평가로 혼란만 더해진다.

한 취업 커뮤니티에서는 "취업준비생의 과제를 이용해 아이디어만 빼가는 것 같다""심한 경우에는 '어차피 나갈 사람'으로 취급돼 실무자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는 사례도 있다"는 내용도 올라왔다. 이어 많은 공감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는 해줬으면 좋겠다, 차라리 적게 뽑더라도 채용 과정이나 인원이 명시되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타났다.

녹록지 않은 채용시장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턴은 금턴으로 불릴 만큼 취업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급여, 대우 등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인턴의 기회를 찾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손해일 수 있으니 기업의 다양한 인턴 공고를 수시로 확인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이제는 단순히 경험으로서의 인턴에서 벗어나 인턴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인턴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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