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상태바
교사는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1.03.12 11:19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esign My Life / 박상우 밀알두레학교 교사

우연처럼 벌어지는 우리의 삶이 가장 필연적인 과정의 연속임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교사의 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관심,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교사라는 길은 세상 가장 필연적인 시작이 아닐까. 방학보다 개학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가득한 밀알두레학교의 상우반, 박상우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말 속에서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단단하고 올곧은 가치관을 가진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향한 진심이 묻어나는 교사박상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른한 살, 5년차 대안학교 교사이자 밀알두레학교에서 3학년 상우반 아이들의 담임을 맡고 있는 박상우입니다. 담임선생님의 이름으로 반 이름이 정해지는 체제에요. 그렇다 보니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집니다. 아이들에게 몇 반이니?’라고 물으면 상우반이야!’라고 대답하고, 가끔 혼이 날 때도 제 이름이 불리게 돼서 마음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하하). 동시에 더 아이들에게 애착이 생겨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라 더욱 마음을 쓰게 됩니다.

 

Q.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일과가 많이 달라지셨나요?

학생들은 선생님이 수업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학교 일이 참 많아요. 아침맞이 활동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아이들과 함께 지냅니다. 밀알두레학교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조차도 오후 4시까지 학교에서 함께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점심도 함께 먹습니다. 담임교사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체육을 맡아서 가르치고 영어와 미술, 음악은 담당교과 교사가 수업을 합니다. 종례 후에는 교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행사를 준비하기도 해요. 평가지 채점, 학교 운영 업무도 포함됩니다. 제가 따로 담당하고 있는 업무도 있습니다. 공교육 시스템에는 이미 학사 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만, 대안학교에는 아직 없어서 자체적으로 학사 관리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방법을 배우면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탓에 대안학교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작년에 등교수업을 두 달밖에 하지 못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온라인 툴 활용부터 새롭게 수업을 디자인하는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밀알두레학교는 줌(ZOOM)으로 서로 얼굴을 보며 모든 수업을 쌍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여전히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업에 더 잘 참여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중입니다. 경력이 많은 교사들도 신규 교사가 된 마음으로 임하고 계세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수업 스킬들이 무기력해지고, 오로지 온라인으로만 해야 하다 보니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힘들었던 시간입니다. 그래도 1년이 지나고 보니 온라인 수업에서도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보이더라고요. ‘행복한 시간이었다,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의미 있는 고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공교육과 대안학교의 차이점을 정확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학교의 철학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교육은 나라에서 지정한, 학년에 따른 교육과정이 있죠. 전국의 수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니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시스템 때문에 획일화된 교육체계가 나타납니다. 이런 공교육의 한계를 느낀 학부모들이, 각자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보다 대안적인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이죠. 밀알두레학교의 경우라면, ‘공동체’, ‘나와 너, 우리’, ‘종교적(기독교) 교육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방학이 싫어지는, 개학이 기다려지는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지어진 학교입니다.

 

Q. 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혹은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원래 교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하하). 교수님이 추천해 주셨던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저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얘기하셨어요. 처음 밀알두레학교에 딱 갔는데 제가 알던 전형적인 학교가 아니었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있고, 첫 만남인 저에게 존경한다는 인사를 건네주는 것을 보며 여기 뭔가 좀 다르다싶었습니다. 그렇게 오자마자 마음이 열렸고, 면접을 봤습니다. 곧바로 교사 생활을 시작하기보단 1년 동안 교육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주 3회 학교에 갔어요. 수업 보조를 하며 선생님들을 도와드리고 참관하면서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우연한 기회였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저와 너무 잘 맞는, 행복한 일이었어요. 그렇게 우연하게 교사가 되었습니다.

Q. ‘밀알두레학교의 교사가 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렇겠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콩나물시루에 물을 붓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자라 있잖아요?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1, 2년 지나고 보면 아이들이 콩나물처럼 쑥 자라있어요. 그동안 물을 주고 지도했던 것들이 떠올라 정말 행복해져요. 또 그렇게 위로 올려 보낸 아이들이 잊지 않고 저를 찾아올 때도 참 좋습니다.

기억에 남는 한 아이가 있는데요. 집이 이사를 가게 되어 전학을 갔는데 편지도 보내주고 계속 연락이 이어지고 있어요. ‘선생님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진심이 통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마음을 아이들이 평생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값진 일을 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Q. 교사로서의 직업적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교사에 대한 저의 정의는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이 아이가 어떤 것을 잘 하는지, 좋아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발견해야 해요. 부모님들이 의외로 아이에 대해 잘 모르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래도 항상 함께 있으니 아이에 대해 익숙해지셔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더욱, 교사의 낯선 시선을 통한 발견이 필요합니다. 발견한 부분을 아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알려주는 것, 특히 초등학교 교사에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사로서의 목표, 혹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생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마흔쯤엔 교사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기도 해요. 경력을 쌓아 교육 관련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빵집과 카페를 같이 운영하고픈 마음이 있어요. 제빵과 커피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정말 좋지만 또 다른 좋아하는 일에도 몰두해보고 싶어요. 물론 자식들도 키워놓고 돈도 모아야겠죠?(하하)

 

Q. 다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일상적인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순간에 소소하지만 확실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이 질문은 듣자마자 친구들이 떠오르네요. 친구들을 만날 때 확실하게 행복합니다. 대학시절 같이 자취하던 친구들이 있어요. 지금은 각자 사회생활하면서 몸은 떨어져 있지만, 1년에 3~4번 정도는 꼭 만나요. 아무 계획 없이 만나 시시한 농담이나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어도 정말 좋습니다. 교사라는 직업, 직책을 내려놓고 날 것 그대로의 제 모습, 행동, 하고 싶은 말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에요. 이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저의 가장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닐까요?

Q. 마지막으로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세요.
일단 대안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원하기 위해서는 구인공고를 확인해야 하는데, 대안학교 대부분은 학교의 자체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리지는 않습니다. 대안학교연맹이나 기독교대안학교연맹 등 대안학교들의 모임격인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공고 게시판에서 구인공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등이나 고등 대안학교의 경우에는 사범대 출신의 교과 자격증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초등 대안학교의 경우 교대 출신이 아니어도 지원할 수 있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필요로 하는 지점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구인공고를 잘 확인해 보시고 지원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대안학교 교사는 일반학교 교사보다 직업적 안정성이 훨씬 낮은 편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학교는 학교 간 교사 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을 일도, 그에 따라 교사가 직장을 잃을 확률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대안학교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모집되지 않으면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받는 임금에 비해 업무 강도도 강한 편이어서 직업적 안정성이나 경제성을 따져 봤을 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관심이 있고, 펼치고 싶은 교육적 관점들이 있다면 대안학교 교사로 오시길 추천합니다. 아이들도 성장하지만 매해 교사도 성장하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하거든요.

 

Q. 이외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월간리크루트>가 청년들을 독자로 하는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 만큼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다양한 기회들을 최선을 다해 잡아보세요. 옷을 고를 때에도 나랑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옷이 막상 입어보니 정말 잘 어울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요즘 말로 찰떡이라고 하죠. 우리에게 닥치는 여러 가지 기회들도 같은 맥락에서 그저 흘려보내지 마시고 직접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회를 잡았을 때, 머릿 속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도 하거든요. 이 사실을 잊지 마시고 다가오는 기회들을 있는 힘껏 붙잡아보세요. 있는 힘껏 붙잡았을 때, 내가 이걸 할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향해 다가올 기회들은 셀 수 없이 많으며 그것을 잡는 것은 여러분의 몫임을 기억하시고 무엇이든 속단하지 마시고 직접 겪어보시길 바랍니다.

/ 이은지 객원기자 leeeunji_0220@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요한 2021-04-03 11:55:40
정말 멋진 선생님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교사이자 아빠예요. 화이팅

멋져요 2021-03-22 00:17:29
정말 멋진 선생님이세요 저희 아이 담임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요

상추맘 2021-03-21 23:10:29
정말 멋진 쌤입니다

상추동생배추 2021-03-21 22:37:18
정말 멋진 선생님!!

머니큼 2021-03-21 22:29:42
존경합니다. 멋진 선생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