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안녕 아빠」
저자 오채원은 무대에서 역사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공연 진행자이자, 강단에서 ‘소통’의 각양각색을 이야기하는 대중 강연 전문가다. 그럼에도 정작 아버지와는 끝까지 편안하게 교감하지 못한 채 영영 이별하고 말았다.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글픈 마음을 달래며 아버지를 애도하는 와중에,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맏이, 딸, 비혼 여성, 지식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자각하게 된다. 관혼상제의 일처리가 으레 그러하듯, 부친상의 상주가 된 맏딸의 마음에는 상실감 말고도 또 다른 생채기가 남았다. ‘네 위치가 여기’임을 알려주는 민망하고 적나라한 현실에 발끈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살아생전 살갑게 받들지 못한 아버지에게 뒤늦게나마 글로써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세상이 확인해준 ‘프리랜서 비혼 맏딸’이라는 위치에서 스스로를 단단하게 북돋워 ‘삶’을 야무지게 일구기 위해, 그래서 장차 맞이할 너와 나, 모두의 ‘죽음’을 차분하게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오채원 / 학고재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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