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과 커리어 전환, 리서치를 통해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해
상태바
이직과 커리어 전환, 리서치를 통해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해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1.06.28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Report / 이직_이직자 인터뷰 | 김나영 P사 UX 리서처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소셜섹터의 중간지원조직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3년의 시간을 보내고, UX 리서처로 커리어를 전환하며 이직에 성공한 김나영씨는 이직을 준비할 때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커리어 전환과 이직, 쉽지 않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어낸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해야만 하는김나영입니다. 소셜섹터의 중간지원조직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3년 가까이 일하다가 UX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이직과 함께 커리어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UX 컨설팅 에이전시의 UX 리서처로 최종 합격하여 입사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UX 리서처,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한국에서 아직 보편적인 직군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을 리서치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문제든 답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관점에서 사용자를 관찰하고, 사용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불편함을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계속해서 파고들어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역할이에요.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사용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사용자 일상까지 면밀히 살피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분석합니다. 연구/조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시면 이해가 편하실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 집계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부터 집중 그룹 인터뷰, 서베이를 진행하는 일 등이 구체적인 업무가 될 듯합니다.

 

Q. 소셜섹터 프로그램 매니저가 하는 일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는데요, 커리어 전환과 더불어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처음에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일의 직무보다는 소셜섹터라는 특정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사회에 조금 더 직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보니, 막상 데일리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 부딪히니까 직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어떤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일까’, ‘조금 더 커리어가 쌓였을 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어떤 업무에 특화된 전문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고민하면서 변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속한 분야 내에서의 변화가 아닌, 새로운 분야, 새로운 성격의 일로 커리어의 결을 달리하고 싶다는 결심에 이르렀어요.

 

Q. 퇴사부터 이직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퇴사 이전에 새로운 일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진 못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다니던 회사를 정리한 후에 생각을 더 구체화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어떤 일을 했을 때 성취감을 느꼈는지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이라든지, 에이전시라든지 각 조직의 성격들을 정리를 했고, 공고를 수없이 봤어요. 확실하게 관심이 가지 않는 직무들을 제외하고 나니 기획, 경영, 비즈니스로 직군이 모아지더라고요. 따로 관심이 있는 회사나 특정 직무의 경우에는 따로 아카이빙을 하면서 직무에 필요한 요건들을 수집하면서 감을 잡기 시작했죠. 직무 탐색의 단계에서부터 리서처로서의 역할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웃음).

현재의 커리어로 바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니지만 언젠가 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일을 파고들어 보니, UX라는 키워드로 더욱 구체화되더라고요. 사람을 잘 뽑는 조직들은 공고를 굉장히 상세하게 적어놔요. 사실 UX라는 것이 디자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제외시켜 놓았는데, 자세한 공고를 살펴보니 기획자의 영역에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빈 틈을 노린 것이죠.

‘UX’라는 키워드까지 좁히고 나서부터는 공고로만 직무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보다 앞서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서 내가 직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재미있게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기도 했어요. 강연이나 책들도 많이 추천해 주셔서 많이 살펴보기도 했고요. 요약하자면 책이나 강연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공고도 끊임없이 찾아보면서 계속해서 정보를 모으고 분석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이직의 과정이었어요.

 

Q. 자료 수집과 분석 과정이 이직 준비 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이번에 커리어 전환과 이직을 함께 경험하면서 리서치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대면으로 얻을 수 있는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도 필터링해서 끊임없이 찾다 보면 ,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구나라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일하는 것과 맥락이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에 리서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서류를 굉장히 많이 넣었어요. 결과가 좋지 않았죠. 결과들을 보면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뾰족하게 만드는 기획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마구잡이식으로 총알을 쏘다 보면 체력만 고갈되고 총알은 전부 빗나가게 되어 있어요. 메시지를 뾰족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 되죠.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직을 준비하시길 추천해요. 불안과 걱정 속에 멘탈을 관리하면서 정보를 모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 과정을 겪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으니까요. 많은 서류를 쓰는 것보다 직무에 대한 이해와 조직에 대한 정보 인풋을 늘리는 시간에 가장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Q. 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전에 했던 것과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완전히 다른 분야이다 보니,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괴리가 굉장히 심하게 느껴졌어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직을 하는데 경력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어디까지 포기하고 어디서부터 새롭게 갈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죠. 무엇을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진짜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어요. 그것이 또 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굉장한 압박으로 느껴져서 힘들었죠. 스스로에 기대하는 수준, 내가 어필할 수 있는 것을 목표 지점으로 세워놓고 목표까지 도달하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는 것이 필요했어요.

 

Q. 지원할 회사를 정하실 때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공고도 공고지만 관심이 가는 회사들의 블로그를 굉장히 자주 들어가 봤어요.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잘 모르니까 내가 이곳에 들어간다면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되는지 살펴볼 수도 있었고,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인지도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블로그에 잘 담고 있는 조직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보통 구성원 몇몇의 이야기만 담고 있는 블로그들이 많은데 조금 더 다양한 구성원들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각자 다른 전문성을 이야기하는 조직으로 마음이 쏠리더라고요.

그리고 조직이 일하는 형태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 시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더욱 많은 경험들로 진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에이전시 컨설팅 그룹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UX 분야에서 어떤 조직이 가장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와 조직문화는 어떤 곳인지를 위주로 살펴보고 지금의 조직에 지원서를 넣었어요.

 

Q. 들어가고픈 회사를 정하고 본격적으로 지원서를 보내고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면서 지원서에서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셨나요? 팁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사실 경력이 있는 이직자 모두가 알고 계실 텐데요, 했던 것들을 다 쓰기보다는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을 뽑아 상세하게 기술했습니다. 완전히 딱 맞게 떨어지는 일을 경험하지는 못해서 메워야 하는 부분들은 많았어요. 그래서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가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프리랜서의 형태로 진행하기도 했고, 스터디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원서에도 새로운 분야의 일이 정말 하고 싶다, 관심이 많다는 점이 강조되었던 것 같아요.

무엇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사고의 흐름으로 업무를 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런 일을 했다라고 작성한 것이 논리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조직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고, 포트폴리오 또한 선택사항인 경우가 많은데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어필하려면 포트폴리오를 내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 같습니다.

Q. 면접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1차는 실무진 면접이었습니다. 조금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제가 과거에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같이 일하게 될 분들과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고 가정하여 서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미팅이라고 생각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 적용되었으면 좋을 부분을 의논하는 팀 회의 방식의 면접은 처음이라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면접을 안내받을 당시에도 조직에서 면접 시스템을 만들면서 참고했던 아티클들을 보내주시기도 하셔서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면접이 진행되면서는 조직이 어떤 식으로 논지를 전개하는지, 또 어떤 부분을 어떤 관점에서 궁금해하는지 저도 경험할 수 있어서 어렵기도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죠.

2차 임원 면접 때에는 공동설립자와 지원한 팀을 리드하고 계신 리더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젊은 조직에서만 일을 했기 때문에 연차가 20년가량 차이나는 분들과의 면접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이 조직에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질문을 주셨던 분들 중 한 분이 저의 전공과 과거 이력이 현재 이 조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말씀해 주셨어요. 전공과 과거 이력이 이곳의 일과 아무 연관이 없고, 아예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이브했던 저의 생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이직한 회사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커리어 전반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커리어를 새롭게 전환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에서 시작한다는 설렘이 커요. 공부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역량이 넓고 깊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고요. 아는 것이 많아지고, 아는 범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으로부터 성장감을 느끼는 사람이라 더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5년 정도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5년 뒤에도 UX 리서처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의 일에 대해 물어봤을 때 단단한 초석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대답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초석을 다진 이후에 차츰 영역을 넓혀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계획이 있습니다.

 

Q. 코로나19 시기, 취업만큼 힘든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와 일을 잘 들여다보는 시간과 시각이 필요해요. 취업이나 이직 자체가 어렵잖아요.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보니 더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깊게 고민하고 생각을 구체화해 나갈수록 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느껴요. 주변에도 깊은 고민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은 결국 해내더라고요.

저는 네 달 정도 기간이 걸렸는데, 많이 생각하고 찾고 경험하면서 정말 이것을 해야겠다라는 확신이 생겼고, 확신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로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으시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어렵지만 이룰 수밖에 없는 길을 이직을 준비하시는 모두가 경험해 보시길 응원하겠습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