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대학생을, 대학생에게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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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대학생을, 대학생에게 알리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1.07.02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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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Company / 차종관 대학알리 대표

한국외대와 성공회대, 건국대, 중부대 등 전국 11개 대학 학생기자 100여 명이 결성한 비영리독립언론 <대학알리>는 보다 자주적이고 건강한 대학 공동체를 위해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비영리독립언론이다. 대학알리의 차종관 대표를 만나 대학알리가 걸어온 길, 지금 걷고 있는 길,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국내 유일의 대학독립언론, 대학알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대학알리는 어떻게 시작된 조직인가요? '대학알리'라는 이름 안에 담긴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대학알리>는 학교에 소속된 학보사라는 한계를 넘어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가지고 언론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창간되었습니다. 보다 자주적이고 건강한 대학 공동체를 위해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비영리독립언론이죠. 공익을 위한 대학생들의 연대체이자 비영리 활동 플랫폼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별 독립언론 <N대알리>를 창간하고 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알리는 알 권리’, ‘알리다의 준말, 영어 연대’(Alliance), 이탈리아어 날개’(Alli)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대학알리는 대학생 당사자가 기자가 되어 대학 본부의 편집권 침해와 대학 공동체의 폐쇄성으로 인해 기존 대학언론과 기성 언론이 알리지 못했던 대학 및 청년사회의 문제와 이야기를 조명하여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고 대학생 및 청년의 서사를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2013.11~2019.4): 외대알리대학언론협동조합, N대알리의 시작과 대학으로부터의 독립

모든 사회에 언론이 필요하듯, 대학사회에도 언론이 필요합니다. 편집권을 침해당한 대학언론은 대학 본부의 대변인으로 전락합니다. 학보가 경제적, 행정적으로 대학 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는 학생기자가 자유로운 편집권을 가질 수 없으며, 따라서 대학언론의 독립은 대학생이면서 언론인인 우리가 지금 세상을 고쳐나갈 수 있는 가장 첫걸음이라고, <전북대신문> 정상석과 <외대학보> 강유나는 생각했습니다.

정상석은 2013526일에 <대학언론협동조합>을 창립했고, 강유나는 20131120일에 <외대알리>를 창간합니다. 대학생의 연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은 이들은, 대학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언론을 꿈꾸며 대학으로부터 경제적, 행정적으로 독립한 독립언론 프랜차이즈 <N대알리>를 기획하고, 대학 내 독립언론 창간과 학생기자의 자유로운 편집권을 보장하는 일에 뛰어듭니다. 그 결과 알리는 각 대학의 당사자로서 알 권리를 보장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는 대학사회의 대표적인 독립언론으로 발돋움하게 되죠.

시간이 흘러 2019,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N대알리>는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알리>는 용기 있게 대학 밖으로 뛰쳐나가 독립적인 언론이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대학 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언론을 만들고자 한 것이죠. 하지만 기자들의 사비를 털어서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으론 오래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창간을 주도한 학생기자들이 취업 등의 목적으로 <알리>를 떠나자 대부분의 <N대알리>가 폐간 수순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2(2019.5~2021.2): 대학알리의 시작, 대학독립언론의 정체성 정립과 지속가능성 모색

2012년에 <외대알리>와 함께 발생한 대학독립언론, <고급찌라시>, <잠망경>, <국민저널>, <성신퍼블리카>는 이젠 우리 곁에 없습니다. <단대알리>를 창간한 저는 <N대알리>마저 사라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남은 <N대알리>기자들을 규합했습니다. <N대알리>를 살리기 위해, 대학독립언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하나의 비영리독립언론 <대학알리>201953일에 재출범하였죠.

팀은 다시 꾸려졌고, 비전과 미션은 빠르게 정립되었으며,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기자가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 등의 의문들을 해소해 나갔어요. 아직까지도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에 우리의 시도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훨씬 밀도 있게 대학독립언론이 나아갈 길을 짚어나가고 있는 <대학알리> 기자들은 <대학알리>와 함께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며,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 끝에 <대학알리>는 매체 및 단체의 기초를 잡을 수 있었죠.

 

3(2021.2~): 대학알리의 NPO로서 자립과 N대알리의 확장

최근 <대학알리>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뒤 첫 총회와 선거, 연차보고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1기가 대학으로부터 독립을 했다면, 2기는 정체성 정립과 지속가능성 모색을 했습니다. 이제 3기는 NPO로서 자립하는 것, 대학별 독립언론 <N대알리>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알리의 기사를 통해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 기사의 사회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해보고자 합니다. 기자들이 즐겁게 활동하고, 함께 성장하고, 상호 연대하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공동체로 지속할 수 있도록, 건강한 활동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도 물론이고요.

<대학알리>는 대외로부터 대학생 당사자의 대안 언론으로서 대학생의 언로를 틔웠고 편집권과 자치권을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에 소속된 학보사라는 한계를 넘어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가지고 언론자유를 실현하고, 보다 자주적인 대학 공동체를 위해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며, 공익을 위한 대학생들의 연대체이자 비영리 활동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스스로 알 권리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Q. 지금까지 대학알리에서 기사를 기획하고 발행하면서 변화를 일구어낸 경험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번 기수 내에 저희가 쓴 기사를 통한 변화 성과와 사회적 가치를 아카이빙하고 측정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제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기자 각자 개인의 뿌듯함으로 간직한 채 금방 활동을 퇴임했기 때문에 기록하지 못한 거죠. 성과를 추적하지는 못했으나, 기사로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외대알리>에서는 비리를 저지른 총동아리연합회장의 사퇴, 범법 교수의 재계약 저지, 학사제도 변경에 대한 비상학생총회 성사 등을 기사를 통해 이루어냈습니다. 외대알리는 한국외대의 변화를 이끌고 있죠. 외대 학생 중 외대알리를 모르는 학생은 없을 겁니다.

<회대알리>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던 기숙사 건물의 균열을 5개월 동안 추적 보도하여 교내 안전문제에 경종을 울렸고, 모두의 화장실에 대한 여론 형성에도 조력했습니다.

<이대알리>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관한 학생들의 반대농성을 취재했습니다. 당시 단일 영상 보도에 대한 좋아요1천개에 육박했고, 조회수도 몇 만회에 이르렀습니다.

<세종알리>는 한 석좌교수의 제자 성희롱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취업을 빌미로 학생을 불러내 성희롱을 한 교수의 이면을 공개하였고, 해당 교수는 스스로 사직했습니다. 또한 주간 주명건궁금한 이야기 J’에서는 전 이사장의 비리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의제를 계속해서 환기했습니다.

<단대알리>는 불법촬영 피해자의 이야기를 알렸습니다. 이때 가해자의 퇴학과 피해자의 학교 내 센터를 통한 치료와 일상 복귀, 총학생회와 학교 내 센터와의 핫라인 개설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개회되지 않고 있는 전체학생총회를 열도록 칼럼을 몇 번이고 발행하여 여론 형성과 의제 제시에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 연도 총학생회 후보들이 모두 3월 전체학생총회 개회를 공약으로 걸고 나왔습니다.

 

Q. 활동하시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재창간 과정 동안 자그마한 요소 하나하나 동료들과 치열하게 토론했는데,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토론주제 중 특히, ‘우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언론이 될 것인지’,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를 모색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난 2년 동안은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정체성을 띄고 인큐베이팅을 받아 재창간하고 성장해왔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독립적인 재정을 운영하는 만큼 불안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죠. 현재까지는 지원을 받는 데 성공해왔지만, 언제까지 지원만을 통해 조직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2019년에서 2020년의 저희 단체 수입과 지출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후원금 비중은 적습니다. 후원금의 대부분도 단체와 매체의 운영을 위해 저를 비롯한 대학알리 구성원이 사비를 희생하며 후원한 돈입니다. 여러모로 건강한 재정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죠. 그래서 최근에는 천원펀딩 캠페인이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올해 중 후원자를 최대한 많이 모셔서 자립에 성공하려 합니다.

Q. 어려운 상황 가운데, 대학알리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대학알리>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학알리>가 대학 내에서 대학생 당사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떤 이해관계에도, 자본논리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백하게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시기에만 낼 수 있는 목소리와 시선, 자전적인 이야기,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느껴지거든요. 멋진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사명감 또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큰 축입니다. 사실상 저희가 마지막 남은 대학독립언론이거든요. 저희마저 사라진다면 대학사회에 대학생이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언론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남아 있지 않게 되겠죠. <대학알리>의 활동이 계속 이어져, ‘대학생의 언로를 열어두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학알리가 꿈꾸는 세상이 궁금합니다.

<대학알리>의 비전은 보다 자주적이고 건강한 대학 공동체입니다. 대학사회의 언론자유를 실현하는 것, 대학언론의 위기가 극복되는 것도 바라고 있고요.

<대학알리>는 지금까지 편집권을 침해당한 학보사가 발행하지 못한 고발성 콘텐츠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제는 고발성 콘텐츠를 포함해, 대학에 속한 소수자가 존중받지 못하고 대학사회가 공동체로서 의미가 작용하지 못하는 현상, 개인 간의 혐오가 심해지는 현상 등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자 합니다. 또한, 문제제기를 넘어 해결책을 제시하고, 의제를 제시하고, 변화를 추적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사유하고 문제에 대항해 연대와 행동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언론이 되어가고자 합니다. 대학생이 <대학알리>의 콘텐츠를 발판 삼아 자신이 속한 대학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섰으면 합니다. 그 문제 해결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을 가지길 바랍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대학생의 언로를 틔우고 문제 인식 단계를 바로잡는다면, 대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제를 비로소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문제 인식 및 해결의 과정에서 기존 교육 과정에서 배우지 못했던 문제를 상대로 승리해보는 경험을 학습합니다. 대학사회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은 그 경험을 토대로 한국사회에 나가서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용기와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합니다. 그래서 대학사회의 언론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대학사회를 넘어 한국사회의 병폐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사진 / 대학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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