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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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생물
  • 오명철 기자
  • 승인 2021.07.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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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이야기 / 알렉스 로젠탈(Alex Rosenthal)
알렉스 로젠탈

이것은 크릴 새우, 골리앗입니다. 오늘 이 1cm짜리 갑각류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 4천만 마리와 운명을 같이 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의 배 속에서 삶을 마치는 것입니다. 그 고래를 레비아타라고 부르죠. 레비아타는 150톤 정도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입니다. 하지만 가장 무거운 생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레비아타보다 40배 정도 되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생물, 판도

출처: www.ted.com

그렇다면 이 거물은 어디에 있을까요?

유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거물은 '퍼진다'라는 뜻의 '판도'입니다. 사시나무인 판도는 유전적으로 같은 줄기가 거의 47천 개 있습니다. 모두가 거대한 뿌리 하나에서 자라는데 그래서 과학자들이 판도를 한 생물로 여깁니다. 판도는 명백하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생물입니다. 무려 600kg이거든요.

그러면 판도는 어떻게 이리 거대해졌을까요?

판도는 유전적인 면에서 특이한 사시나무는 아닙니다. 대신 판도의 크기는 세 가지의 주요 요소들로 결정됩니다. 나이, 위치, 그리고 자기 복제 면에서 뛰어난 사시나무의 진화 적응력입니다.

우선 판도는 매우 오래 살아서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정확히 몇 살일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연륜 연대학자의 추정은 8만에서 100만 살 사이입니다. 문제는 판도의 나이를 측정할 간단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 줄기에 있는 나이테를 세면 200살 정도 되겠죠. 판도는 계속해서 성장, 죽음, 재탄생을 순환하니까요. 평균적으로 각각의 줄기는 130년 정도에 걸쳐 쓰러지고 새로운 나무로 교체됩니다.

두 번째는 장소입니다. 12천 년 전에 끝난 마지막 빙하기 때 빙하가 북미 지역 대부분을 덮었는데 사시나무에 적합한 지역이었죠. 그래서 비슷한 크기의 다른 사시나무가 있었다면 아마 그때 죽었을 것입니다. 반면, 판도가 있던 유타 구석에는 빙하가 없었습니다. 그곳의 흙은 비옥해서 판도는 계속 번성했습니다. 떨어진 잎과 쓰러진 줄기는 새로운 복제 세대에 양분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원인은 복제입니다. 사시나무는 유성 생식, 즉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무성 생식, 즉 복제를 하는 방식 둘 다 가능합니다. 유성 생식을 하는 경우는 환경이 곤란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일 때입니다. 나무들은 거의 움직일 수 없지만 씨앗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모두처럼 판도가 처음 세상에 나온 방법은 유성 생식이었습니다. 몇만 년, 몇십만 년 전에요. 바람이나 꽃가루 매개자는 한 꽃에서 꽃가루를 옮겨서 다른 꽃에서 정자 세포가 난자를 수정하게 했습니다. 그 꽃이 열매를 맺고 열매는 벌어져서 몇백 개의 작고 가벼운 씨앗을 퍼뜨렸습니다. 바람이 그 중 하나를 미래의 유타 습지로 운반했고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판도의 첫 번째 줄기를 싹 틔웠습니다.

몇 년 후에 판도는 무성 생식을 할 만큼 자랐습니다. 무성 생식 혹은 복제는 환경이 성장하는 데에 적합할 때 일어납니다. 사시나무는 흙 깊숙이에 긴 뿌리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새싹이 돋아나 새로운 줄기로 자랄 수 있습니다.

 

과학의 보물창고인 판도 보호해야

출처: www.ted.com

판도가 자라서 퍼질 때 우리 조상들도 자라고 퍼졌습니다. 빙하기를 넘고 동굴 벽화를 그린 수렵채집인들은 북미로 넘어갔고,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 문명을 세웠고 전쟁을 하고, 동물들을 길들이고, 또 전쟁을 하고, 국가를 만들고, 기계를 만들고 인터넷을 발명하고, 항상 더 새로운 방식으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판도는 기후 변화와 빙하의 침입을 수천 년 동안 버텨냈습니다. 그런데 인류를 버텨내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가지들은 쓰러지는 줄기를 교체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천천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원인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판도에게서 불을 빼앗았다는 것입니다. 불이 나서 숲의 일부가 없어질 때 사시나무 뿌리는 생존하고 땅속에서 새싹을 수만 개 쏟아냅니다. 두 번째는 소 떼나 노새 사슴 무리가 우리가 그들의 천적을 지역적으로 거의 절멸시키는 바람에 판도의 새싹들을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물을 잃는다면 과학의 보물창고를 잃게 됩니다. 판도의 몸체는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연구를 위한 통제 환경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나무의 미생물군부터 기후가 나무 성장에 미치는 영향까지요.

좋은 소식은 판도를 살릴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에서 방목하는 가축 수를 줄여서 취약한 어린 묘목을 보호하면 됩니다. 그 일을 할 시간은 오늘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자연의 경이처럼 그들이 한번 없어지면 되찾는 데에는 시간이 아주 아주 많이 들 테니까요.

출처 / www.ted.com/translate/languages/ko/

정리 / 오명철 기자 mcoh98@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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