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말고 대충 쏴!
상태바
쫄지 말고 대충 쏴!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9.27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올림픽에서 얻은 것

코로나 상황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사상 초유로 연기된 올림픽이기도 하지만 연기된 이후에도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으로 마지막까지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그야말로 끝까지 긴장을 했던 올림픽이라 더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

5년만의 올림픽은 다양한 스포츠 종목과 열정으로 가득한 선수들의 경쟁과 미담으로 그간 지속된 코로나로 인한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고 생활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하면 우선 우리들의 관심은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몇 개 땄느냐였다. 더구나 금메달을 딴 종목과 선수는 며칠을 두고 매스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달 수에 의한 국가별 순위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금메달에만 집착하던 것이 많이 완화되었다.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올림픽이 된 것 같아서 더 재미 있었던 것 같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국제적으로 큰 대회를 볼 때마다 단연 관심은 누가 금메달을 따느냐이다. 아무리 스포츠가 선의의 경쟁으로 우의를 다진다고 하지만 경쟁과 순위는 불가피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국제대회에서 1위와 2위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근소한 간발의 차이로 1위와 2위가 갈린다. 그래서 큰 대회의 1위가 되려면 운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필자의 가장 큰 관심은 누가 어떻게 1등이 되는가?’였다. 국가별 메달 수를 집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개인적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과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구멍을 통과하였는가이다.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이다.

 

3관왕의 비밀

340명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자세하게 분석하고 싶은 충동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구체적 사례 한 가지를 들고자 한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를 포함해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올림픽 역사상 한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20세의 대학생 안산 선수가 단연 화제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였지만 우선 20세의 아주 어린 선수라는 것,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것, 막강한 선배들을 제치고 금메달보다 더 어렵다는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했다는 것, 한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이 매스컴을 장식했다. 그러면서 안산 선수는 남들과 특별한 대단한 무엇이 있지 않을까? 타고난 선천적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등등이 궁금했을 것이다.

외부의 우리로서는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멘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 한 발의 점수로 성패를 가르는 긴장의 순간에 그는 쫄지 말고 대충 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긴장을 풀게 하기 위해서 한 발의 화살이 갖는 의미를 축소하고, 마지막 한 발의 가치를 다른 한 발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주지시킴으로써 긴장을 완화하고 평소의 다른 화살과 같이 실력대로 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한 올림픽에서 동시에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세계적 수준의 선수가 공개하는 비결치고는 다소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한치의 틈도 허용되지 않는 몰입으로 최고의 집중을 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대충이라는 말은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깜짝 스타 통역사

2019년 우리나라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가 하나 기록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아카데미 역사에서도 비영어 부문에서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국이 산업과 기술과 같은 하드웨어 부분뿐만 아니라 문화 부분, 소프트웨어 부분에서도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데서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에 세상의 관심은 당연히 봉준호 감독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시상식을 통해 또 한 명의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시상식과 언론에서 봉준호 감독 옆에서 영어 통역을 했던 샤론 최(본명 최성재)이다. 20대의 영화지망생으로 미국 대학에 영화전공 유학을 하고 있는 20대의 무명 대학생이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다닌 한국 학생이지만 영어 표현이 현지인처럼 아주 자연스러웠고, 특히 봉 감독의 장난스런 농담이나 어려운 한국적 뉘앙스를 영어로 아주 적절하게 간결하게 표현함으로써 언론과 SNS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에게 많은 언론에서 거물들이 있는 그렇게 큰 행사에서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막힘없이 통역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관객을 멸치로 본다라고 답하였다. 깜짝 놀랐다. ‘멸치라는 표현도 그렇지만 영어 통역과 관객이 무슨 관계가 있나 하는 의아함에서다. 해석하자면 관객이 누구인지 크게 의식하지 말고 내 이야기에 집중하자, 관객은 이야기를 들으러 온 객체()들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나()이니 내가 이 자리의 주인공이다라는 자신감을 갖자는 뜻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공부하는 미래 영화지망생으로 세계 최고의 배우와 감독들이 모여서 세계 최고의 영화와 배우들을 선정하는 최고의 영광된 무대에 섰다는 자체만으로 오금이 저릴 것이다. 그 자리에서 잘 하면 세계적인 영화시장에 성공적인 데뷔를 하는 것이고, 반대로 실수를 하면 망신을 당하는 자리인데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오금이 저리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기라성 같은 영화 선배들을 멸치로 보는 배짱을 발휘한 것이다. 영어 실력이나 무슨 전문적인 기술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을 안정시켜서 평소의 평상심을 찾기 위한 자신만의 아주 간단한 마법을 동원한 것이다.

 

안산 선수와 샤론 최 두 사람은 최고의 경쟁을 앞둔 극도의 긴장된 순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누그러뜨림으로써 여유와 자신감을 되찾고 평소의 실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다. 올림픽 금메달 3관왕의 비결이나 영화상 시상식에서 깜짝 스타가 된 비결 모두 평소 하던 대로이다. 물론 다른 비결도 있겠지만 아마 가장 공통된 비결은 평소 연습했던 대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금메달의 마법은 실력의 차이라기보다 위기 대응, 긴장감 극복, 평상심 유지 여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나 대중 스타뿐 아니라 장삼이사의 우리네 개개인도 마찬기자다. 성공과 실패, 1등과 2,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경계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 큰 차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기술적객관적물리적 차이에 기인하기보다 다소 관념적정신적주관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큰 올림픽에서 배운 아주 작은 교훈이다.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