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침체 분위기에도 그치지 않는 ESG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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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침체 분위기에도 그치지 않는 ESG 열풍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1.10.2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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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ESG와 채용시장_ESG 경영과 채용 트렌드

최근 ESG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관련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하반기 ESG 관련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5.6%로 조사를 시작한 상반기(14.5%)보다 11.1%p 증가했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채용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기업들의 ESG 도입이 늘어나면서 ESG 관련 직무 채용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채용시장 먹구름에도 ESG 인재 채용 늘어날 듯

코로나19 충격이 계속되면서 고용시장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ESG와 관련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들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하여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ESG 관련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25.6%, 조사를 시작한 상반기(14.5%) 때보다 11.1%p나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 가중 및 고용 여력 감소로 하반기 청년 채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채용규모 대비 ESG 인재 채용규모 비율을 보면, 0% 이상 2% 미만(51.6%), 4% 이상 6% 미만(22.6%), 2% 이상 4% 미만(9.7%), 8% 이상 10% 미만(9.7%), 10% 이상(3.2%), 미정(3.2%) 순으로 조사됐다.

 

국내 10대 그룹 ESG경영에 적극 나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월 발표한 ‘10대 그룹 ESG경영 사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GS 7곳은 이미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신세계도 ()이마트와 ()신세계 각각에 있던 기존 사회공헌위원회를 확대·개편하여 ESG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 상반기 지주사와 계열사 7곳에 ESG위원회 설치를 마쳤다. 모두 ESG를 경영 가치의 우선순위에 둔 기구 혹은 조직들이다. 최근 LG도 상장 계열사 전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며 사실상 10대 그룹 모두가 본격적인 ESG경영에 나선 상태다.

ESG라는 공통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들끼리 손을 맞잡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얼마 전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현대차와 SK E&S,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GS에너지, 두산중공업, 효성중공업, 현대경제연구원 등 10여개 기업·기관이 에너지 얼라이언스를 맺은 바 있다. GS건설과 LG유플러스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스마트 건설 기술 개발에 나섰고, SK텔레콤과 카카오는 ‘ESG 공동 펀드를 조성하여 혁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ESG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원청-하청의 수직적 관계로 정의되던 공급망에도 ESG 개념이 적극 도입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협력회사 리스크 통합 관리시스템인 G-SRM 등을 운영하고, 현대제철은 매년 공급망 ESG 평가를 실시해 노동·인권, 환경, 준법, 안전 등 잠재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친환경 캠페인 활동도 눈에 띈다. 소비자들의 환경보호 동참을 위해 이마트가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하였고, GS리테일과 CU편의점 등이 무라벨 생수를 출시했으며, 롯데케미칼이 페트병 재활용캠페인 프로젝트 루프등을 운영하는 것도 ESG경영 활동의 일환이다.

매출·영업이익 최상위 기업들만 ESG경영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이 지난 3월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기업 최고경영자(CEO)66.3%‘ESG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ESG위원회 설치 여부에는 이미 설치’(17.8%)했거나 설치할 예정’(27.7%)이라고 답했다. 10대 그룹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기업 경영의 중심에 ESG가 자리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문제는 ESG가 비슷해 보이지만 업종별·기업별 사업 환경이나 경영방식의 차이로 인해 구체적인 개념이 아직까지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ESG경영전략 수립의 애로 요인을 물었더니,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이라는 응답이 2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사 사업과의 낮은 연관성(19.8%), 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방식(17.8%), 추가적 비용 초래(17.8%)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직 ‘ESG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고, 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다들 한다니까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진 기업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ESG’ 평가지표 연내 발표

ESG 평가지표는 알려진 것만 국내외 600여 개에 이른다. 그러나 평가기관과 항목이 난립한 상태라 같은 기업이 평가지표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부는 한국형 ESG(K-ESG) 지표의 초안을 상반기 중 발표했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업들과 간담회에서 산업부가 공개한 초안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정보공시 등 4개 분야 61개의 평가문항이 담겼다.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지표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계나 해외 유수의 평가지표와 상호 인정돼 널리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에도 ESG 키워드 급등

최근 기업 면접에서 많은 구직자가 ESG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다. 경영계에 불어닥친 ESG 열풍이 취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기업들이 ESG 관련 조직을 대폭 확대하면서 관련 인력 채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인사담당자들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올해의 취업 성패는 ESG에서 갈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소가 최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채용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다수의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과 함께 ESG 관련 인재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송재형 전경련 ESG TF팀장은 블랙록이나 국민연금 같은 글로벌 큰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ESG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이런 요구가 글로벌 대기업과 국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순으로 사슬처럼 전달되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할 기업 인력 수요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농협금융지주, 삼일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등도 최근 ESG 분야 직원 채용에 나섰다. 급증하는 ESG 인력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여러 기업들이 ESG를 강조하다 보니, ESG가 채용 면접의 단골 질문이 됐다. 심지어 ESG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군 면접에서도 관련된 질문이 등장한다. 금융사나 공기업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는 면접에서 ESG 관련 질문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몇 전에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공지능 등이 면접 질문으로 주로 다루어졌다면, 요즘은 이에 ESG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ESG의 기본 개념과 ESG에 대한 생각과 의견, 봉사활동 등 개인적인 ESG 경험, 지원한 회사 또는 직무에 ESG를 접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등을 주로 질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 57%ESG 관련 질문에 대한 지원자들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라고 응답했다.

이런 현상은 ESG의 개념이 매우 광범위하고 기업마다 주안점을 두는 주제가 제각각인 데에 따른 결과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부터 자원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기술 연구개발, ·중소기업 상생, ()부패 경영, 노사관계 개선, 지역사회 공헌, 소비자 보호, 제조물 책임, 근로자 권리 보장, 하도급 갑질 방지까지 모두 ESG 범주에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ESG는 좋은 것이다와 같은 막연하고 두루뭉술한 답변보다는 지원하는 기업이 속한 업계와 진행하고 있는 사업, 지원하는 직무에 근거한 구체적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관련 서적이나 뉴스를 통해 ESG의 기본 개념을 익히는 것이 우선이다. 각 기업이 발간하는 ESG 리포트 등을 찾아보고, ESG가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왜 화두가 되고 있는지, 지원하는 회사가 ESG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숙지한다면 면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대학들, ESG 과목 개설 시작

기업 경영의 필수 가치인 ‘ESG’는 대학 교육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등 해외 주요 대학들은 2010년대부터 MBA 과정에 ESG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버드 최고의 ESG 수업으로 꼽히는 자본주의 다시 상상하기과목이 대표적이다. ESG경영을 주제로 2012년 개설한 이 강의는 개설 당시 수강생이 28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하버드 MBA 학생 절반이 듣는 필수 강의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대학 ESG 과목 개설 현황

대학명

단과대학

과목명

개설 시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SG와 메타버스의 법적 과제

211학기

일반대학원(미래)

ESG 통합지속가능 투자

211학기

인하대학교

녹색금융특성화대학원

ESG 평가와 투자성과 분석

211학기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ESG 투자

212학기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MBA

HUBS ESG

212학기

학부 교양 과목

ESG 컨설팅

212학기

동아대학교

학부 교양 과목

ESG경영 실천을 위한 함께 해결하는 사회 문제

212학기

건양대학교

학부 교양 과목

-

221학기 예정

국내 대학들도 올해부터 ESG를 대학 커리큘럼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경영대학원 전공 수업에 ESG 과목을 신설해 ESG 인력을 양성하고, MBA 과정에 ESG 전문 트랙을 넣어 실무적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학과 공공기관이 협력해 학부생들이 기업의 ESG 현장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 하는 과목들도 생겨났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소장은 “ESG 열풍이 불면서 대학들이 새롭게 관련 교과를 개설하거나 환경이나 사회문제를 다루던 기존 교과에 ESG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대학들의 ESG 교과 개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ESG에 주목하는 현상을 두고 사회적 변화와 기업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교육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쫓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ICT 신기술이 생겨나면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관련 과목이 개설되듯이 ESG가 기업은 물론 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영대를 중심으로 ESG 관련 과목이 생겨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ESG 전문 인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 인재를 육성하는 ‘ESG 대학생 아카데미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며 직접 기획한 ESG 활동을 수행하고 이에 대한 성적에 따라 LG전자 신입사원 채용 시 서류전형 가산점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ESG 교과목이 학생들의 취업이나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에 ESG 과목이 신설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과정이라면서도 “ESG가 교과과정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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