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시간을 걷어내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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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시간을 걷어내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1.11.1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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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영화 속 이색직업_‘냉정과 열정 사이’ | 문화재보존원

우리가 과거를 조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사용된 물품보다 생생한 역사의 산물은 없을 것이다. 흔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보는 문화재, 작품들은 재질이나 기법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손상 유형들을 보이는데, 이런 유물을 관리하고, 당시 환경을 확인해서 복원을 위한 수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문화재보존원이다.

 

피렌체에서 유화 복원사 과정을 수련 중인 쥰세이는 오래전 헤어진 연인 아오이의 소식을 듣게 된다. 조반나 선생님의 추천으로 모두의 관심과 부러움 속에 치골리의 작품 복원을 맡게 되지만 아오이를 만나기 위해 밀라노로 향하는 쥰세이. 그러나 그녀 곁엔 이미 새로운 연인이 있었고, 냉정하게 변해버린 그녀의 마음만을 확인한 채 쥰세이는 다시 피렌체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작업 중이던 치골리의 작품이 처참하게 훼손된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쥰세이는 아오이와의 추억이 가득한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이 몰랐던 아오이에 대한 비밀과 오해를 풀게 된 쥰세이는 그녀의 행복을 비는 마지막 편지를 아오이에게 전하며 오래 전 두 사람의 약속을 떠올린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연인들의 성지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그곳에 그녀의 서른 살 생일에 함께 가기로 했던 쥰세이와 아오이는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헤어졌던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추억이 작별을 고할 무렵, 조반나 선생님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에 쥰세이는 피렌체로 돌아온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서른 번째 아오이의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회상한 둘은 두오모 성당 앞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재회한다.

쥰세이가 문화재보존원으로 작품을 복원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설정은 아오이와의 추억이 오해와 엇갈림으로 퇴색되고 희미해졌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오해들을 걷어내고 원래의 모습으로 추억을 복원하여 현재로 데려온다는 의미를 내포한 게 아닐까.

시간이 쌓여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문화재를 복원하는 문화재보존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일까?

문화재보존원이 하는 일

문화재보존원은 역사적으로 또는 예술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건물, 서적, 미술작품, 공예작품, 조각작품 등의 유형문화재를 다루는 전문가이다. 최근에 만들어졌음에도 문화재로 지정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재들은 굉장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아주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문화재보존원의 업무는 손상된 문화재를 다시 원형으로 돌리는 복원 업무, 원형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존 업무, 유적으로 지정된 건물들을 보수하는 수리 업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복원 업무는 발견될 당시부터 손상되어 있거나, 보존 또는 이동 중에 손상되어버린 문화재의 원형을 연구하여 최대한 그에 가깝게 되살리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증거를 찾는 작업부터 과학적인 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작업까지, 아주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깨진 그릇 조각이 발굴되었다고 하자. 그럴 경우, 그 그릇이 원래 어떤 모양이었을지 동시대의 역사 자료를 찾아 고증하고, 그 모양대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재료가 적절할지 실험하며, 본 모양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접착법이 좋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특히, 몇백 년 전의 문화재를 복원하려면 어떤 재료를 써야 할지가 굉장히 어려운데, 복원에 사용될 재료를 연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보존 업무는 말 그대로 문화재들이 앞으로도 잘 살아남아서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업무이다. 석굴암이나 무령왕릉, 불국사와 같이 중요한 문화재의 보존 상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조사된 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한다. 아무리 잘 만든 물건 또는 건물이라도 시간을 이겨낼 순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식되거나 손상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늦출 수 있을지 연구한다.

마지막으로 수리 업무는 문화재보존원 중에서도 문화재수리원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업무이다. 중요한 절이나 건물 등 유적을 수리하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절의 대웅전을 보수해야 한다면, 일반 빌딩을 보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계획과 기술이 필요하다. 구조나 재료도 다르고, 단청과 같은 장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 수리를 보다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수리 업무가 따로 분류되는 것이다.

문화재보존원의 업무는 어떤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지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 있다. 특히,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문화재수리원과 박물관에서 유물보관창고를 관리하는 문화재보존원의 일과는 전혀 다르다.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유물이 새로 발견되었을 경우 문화재보존원이 하게 되는 일에 대해 알아본다.

유물 운반

새로운 유물이 발굴되면, 문화재보존원도 발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고고학자들을 도와 유물 운반을 돕는데, 이때는 유물 주변의 흙을 포함하여 최대한 발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물 세척 및 기초 조사

운반된 유물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사진과 엑스레이 촬영 등을 통해 기초적인 조사를 한다. 특히, 내부 구조, 손상 정도 등을 자세히 본다.

유물에 대한 역사적 고증

해당 유물이 어떤 지역에서 발견되었는지,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고증한다. 이 과정에서는 다른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다.

복원 및 보존

유물의 종류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맡아서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손상 원인을 제거하고, 보존 처리한다.

문화재보존원 준비하기

문화재보존원에게는 우선 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새롭게 발굴된 문화재든, 기존에 보관되어 있던 문화재든, 정기적으로 정밀한 검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원을 가지고 해당 문화재에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려면 관리능력이 필수적이다. 또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검사 방법이나 복원 기술 등을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장비 활용능력도 중요하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보존 및 복원 작업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문화재보존원은 그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작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함께 손재주가 필요하다.

문화재보존원의 업무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유물이나 유적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지식은 인문 중에서도 역사 파트이다. 제대로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으려면 그 문화재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완전히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 발굴 과정에 참여하려면 고고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더불어 자연과학 분야의 지식도 필요하다. 훼손된 문화재를 원 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들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적 관리의 경우에는 건축공학에 대한 지식도 필수이다.

문화재보존원은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유물과 유적을 원 상태 그대로 후대에까지 전달해 줘야 한다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선 꼼꼼한 태도가 요구된다. 또한 분석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태도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유물이나 유적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자연과학적, 공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정보를 분석하고 논리를 사용하여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재보존원이 되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고고학, 미술사학과 같은 인문학 관련 분야를 전공한 후, 학교에 설치된 연구소나 관련 업체에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재보존원은 화학, 생물학, 물리학, 건축공학 등 이학 분야의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과 전공을 인문학으로 하더라도 반드시 관련 업체 근무 등을 통해 이학 관련 지식을 쌓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요즘은 요즘은 문화재보존학과 등 관련 학과가 개설되고 있어 전문지식을 쌓을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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