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경험’이 취업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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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경험’이 취업 성패 가른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3.1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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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IT업계 취업_국내 IT업계 채용시장 현황

최근 몇 년간 취업, 혹은 이직 시즌이 되면 지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가장 핫한 업계는 역시 ‘IT업계이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를 필두로 다양한 IT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IT업계를 선호하는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서 작성 전 업계의 동향부터 파악해야 할 터. 최근의 IT업계 채용 이슈들을 모았다.

 

카카오, 청년 일자리 2만 개 만든다

우리나라 대표 IT 기업인 카카오가 향후 5년간 5,000억 원을 투자해 2만 명 이상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카카오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카카오는 김 총리 주도의 청년희망온(ON) 프로젝트 시즌2의 두 번째 기업으로 참여했다.

카카오는 1차 계열사 '카카오 공동체'를 통해 향후 5년간 1만여 명의 인재를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연평균 2,000명 수준의 직접 채용을 5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원교육 목적으로 조성 중인 AI 캠퍼스를 통해 6,0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일반 청년들에게 개방해 2024년부터 3년간 매년 2,000명씩 6,000명의 디지털 청년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스타트업 고용지원을 통한 4,000개의 일자리 창출에 나설 예정이다. 100개 스타트업 창업지원으로 기업별 최대 40명씩 총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카카오와 '청년고용 응원 멤버십'을 별도로 맺고 AI 캠퍼스의 청년취업자 교육 및 청년 창업지원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가기로 했다.

한편, 청년희망온 프로젝트는 기업이 청년에게 채용, 직업교육, 멘토링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는 교육비 내지 인턴십 수당 등을 지원하는 민·관 일자리 협력 프로젝트다. 지난해에만 삼성·현대차·SK·LG·포스코·KT 6개 기업이 참여해 179천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IT 채용시장 호황에 비전공자도 몰려

지난해 취업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35월 캐치 홈페이지에 등록된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IT 직무가 지난해 채용 증가를 이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직무별 정규직 채용공고 수 자료

구 분

2020년 상반기

2021 상반기

2020년 대비 2021 채용공고 수 증가폭()

IT·인터넷

1,061

2,580

2.43

경영·사무

1,362

2,582

1.89

연구개발·설계

661

1,426

2.15

3,084

6,588

2.13

<취업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직무별 정규직 채용공고 수 자료>, 진학사 캐치

캐치 홈페이지에 등록된 IT 직무 채용공고는 2,580건으로 2020년 동월 대비 1,061건보다 약 2.43배 늘어났다. 전체 채용 증가 대비 IT 분야의 채용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IT 분야가 비대면 특수를 맞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IT 기업들은 올해에도 IT 인재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IT 인재 모시기는 기존 IT 기업뿐 아니라 은행권, 카드업계, 유통업계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 업계 역시 IT와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해진 것이다. 올해 시중은행들은 채용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IT 관련 인력으로 채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의 중심도 온라인으로 기울면서 유통업계 역시 개발자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직자들도 이런 이유로 IT 채용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비전공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하지 않은 경우 채용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공자라 하더라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IT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중인 K (26)“IT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하다학교에서 배운 기술이 사회에서는 이미 뒤처진 기술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주로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뭔지 찾아보고 따로 또 공부해야 하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수시채용을 확대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은 더 커지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필요할 때 선발하는 수시채용의 특성상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캐치가 채용담당자 1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47.4%)은 수시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으로 직무 관련 경험을 뽑았다. 이어 직무 관련 지식’(15.8%)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직무 트렌드에 밝은 지원자가 구직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비전공자 직접 교육 후 채용하는 방식 확대되고 있어

이름난 기업이라고 해도 IT 개발자 채용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우수 인력이 일부에만 편향되어 IT업계 내 많은 기업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IT업계의 인력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전문가 양성 교육 미비에서 비롯된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기술 교육 지원은 늘어나는 추세이나 교육 과정의 진행보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지금, IT 인재 불균형 현상을 단기간 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IT 산업 내에서도 직무는 매우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으며, 분야 또한 다양하고 관련 기술 또한 방대하다. 어제 학습한 내용이 오늘엔 다른 기술로 대체되기도 한다. IT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IT 인재가 대거 양성되어야 한다.

일각에선 전공에 집착하지 않고 역량 있는 인재를 뽑은 뒤 사내 재교육을 실시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년간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직무 전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관계자 역시 전공과 관계없이 채용한 뒤 IT 개발자로 양성하기 위해 비전공자 IT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네이버에서도 비전공자를 채용해 이들에게 직무교육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채용의 판도를 바꿨다. 삼성전자도 청년 SW아카데미(SSAFY)라는 일자리 창출형 프로그램을 이어오면서 수료생들의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KT, SK, 포스코 등의 대기업들도 이미 비슷한 맥락의 IT 인재 양성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 주도 하의 IT 교육으로 구직자의 직무역량과 기업 요구 간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의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선 자체 IT 교육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의 적극적인 교육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화려한 옵션을 제공하기도 어려운데, 채용에 대한 정보 전달이나 교육 지원에 대한 내용도 부족하다 보니 사람을 찾기 어렵다면서 민간 주도 채용연계형 IT 인재 양성 교육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이뤄질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AI 인력난' 지속개발자 없다아우성

네이버·카카오가 AI(인공지능) 개발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AI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할 숙련된 엔지니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2,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AI·빅데이터 등 IT 분야 인력 부족 규모는 지난해 9,453명에 이어 올해 14,514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인력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모습이다. 지난해 3월 개발자 900명 채용을 선포한 네이버는 11월 기준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2021년 개발자 신규 채용인원이 전년 대비 20% 가량 늘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개발에 필요한 인력 구성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양사는 개발자 채용을 수시모집으로 진행하고 있다. 머신러닝,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엔지니어 등 공고는 없어지지 않고 채용 홈페이지 한쪽을 계속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속성으로 코딩 등 기술을 습득한 정도로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AI·NLP 개발은 총체적인 작업으로 일부를 떼어내 하청을 줄 수 없다“AI 지원사업을 통해 비전공자가 배운 코딩이나 프로그램을 다루는 수준으로는 단순한 코더일 뿐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발자 인력 부족에 직면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개발인력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네이버는 커넥트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스트캠프 AI Tec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발 과정을 거쳐 5개월 간 밀착 멘토링을 포함한 AI 커리큘럼을 진행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커넥트재단을 통해 교육받은 인력이 입사하기도 한다수료생들이 AI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업계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도 지난해 10월 취업연계형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프로그램 지원자를 모집했다. 선발된 지원자들은 2개월 동안 카카오브레인의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전문 멘토링을 지원받는다. 우수 활동자에게는 정규직 채용 기회도 부여한다.

하지만 개발자 직군의 채용연계형 인턴 전환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에서 개발자 직군 인턴으로 재직한 A씨는 채용연계형 인턴을 통한 정규직 전환 비율이 5명 중 2명 정도 수준이라며 채용연계형 인턴에게는 직무역량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고 현황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AI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2017년 정부의 AI 육성정책에 힘입어 AI 활용 기업이 3배로 늘어났고, 5인 이상 핀란드 기업의 3%AI 기술을 일상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핀란드는 맥킨지가 발표한 국가별 AI 준비도(2019)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했으며, 유기적인 산··연 생태계를 조성한 상태다.

전창배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실정이므로 정부와 기업, 학계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정부 지원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할 게 아니라 숙련된 AI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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