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정말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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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정말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할까?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7.05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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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외국계 기업과 취업_오해와 진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구직자들이 많다. 외국계 기업 종사자 모두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보너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거나, 해외 출장 기회가 자주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이미지이다. 많은 구직자들이 부족한 영어 능력 때문에 지원 자체를 포기하거나 국내 기업과 달라 보이는 긍정적 이미지만 보고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기도 한다. 지원을 포기, 혹은 결심하기 전, 외국계 기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1. 외국계 기업엔 야근이 없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은 모든 기업 활동의 근간에 있는 가치 자체에 차이가 있다. 외국계 기업은 개인, 국내 기업은 조직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띤다. 외국계 기업은 직원 개인의 역할과 업무 범위가 명확하다. 직원들 개개인은 자신의 일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준다. 개인의 역할이 명확하기 때문에 더 큰 자율성을 가지고 업무를 조율할 수 있다.

따라서 야근이 전혀 없는 날도 있고, 오랜 시간 야근을 해야 하는 날도 있을 수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오히려 업무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야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경우도 있으니 입사 후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대다수 구성원들의 협동성과 팀워크를 크게 강조하는 편이다. 의사결정 시에는 대부분 상사와 상담하고, 상부 승인 프로세스가 길어 진행이 느린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며, 상대의 의견을 묻고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조직 협동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팀원 대부분이 야근을 하고 있다면 혼자 정시 퇴근을 하는 등의 행동을 지양하는 경우가 있다.

 

2. 외국계 기업은 무조건 성과주의다?

외국계 기업은 성과주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인사평가 후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선입견들도 있다. 모든 외국계 기업이 성과주의를 도입하고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어, 외국기업의 자회사나 공동투자 회사 등 기업의 형태에 따라 기업의 문화가 달라진다. ‘외국계 기업은 모두 성과주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산업별로도 상이하며, 회사별로 인사평가의 방식이나 기업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지원하는 회사의 문화를 사전에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한 가지 참고할 점은, 외국계 기업에서는 성과 평가자가 직속 상사인 경우가 많다. 상사로부터의 평가가 개인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한편, 한국 기업에서는 인사 담당자도 함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외국계 기업은 유급 휴가 사용이 쉽다?

외국계 기업에서 유급 휴가 사용은 직원의 권리로 여겨지며, 직원들도 대부분 적극적으로 유급 휴가를 사용하는 편이다. 여름휴가 기간이나 크리스마스 연휴, 업무가 바쁘지 않은 기간에 1~2주 정도의 휴가 사용으로 기분을 전환하여 업무를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많이 변화되고 있긴 하지만, 한국 기업의 유급 휴가는 외국계 기업에 비해 사용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특히, 장기 휴가는 더더욱 사용하기 쉽지 않다.

 

4. 외국계 기업에선 서로 유창한 영어로 대화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기 위해서 영어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조 및 금융, IT 등의 산업군, 영업이나 마케팅 등의 직무, 또 정규직과 계약직, 파견직 등 고용형태에 따라 요구되는 영어 수준에 차이가 있다. 해외 커뮤니케이션이 많다면 비즈니스 수준의 영어 능력이 요구되며, 해외 근무의 가능성이 있다면 네이티브 수준, 회사는 외국계이지만 한국 기업과 주로 일한다면 영어가 거의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5. 영어를 잘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영어를 잘하기보다 할 줄 알아야한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영어 이메일 작성하기, 영어 전화/회의하기, 영어 발표하기 등이 가능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에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영어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 외국계 기업에서는 영어 실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어떤 말을 하는지 그 내용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외국계 기업이라 하더라도 국내에 있고 대부분의 직원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외국인 직원이 있을 경우에만 영어로 소통한다.

영어를 잘하면 좋지만, 회사에 입사하면 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떨어지고 영어만 잘해서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아래 표는 ETS에서 토익 등급별 영어 능력에 대해 기술해 놓은 내용이다.

토익 등급별 영어 능력

LEVEL

TOEIC score

English Ability Expectation

A

860 이상

Non-Native로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 범위 내에서 전문 분야 이외의 화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와 표현이 가능하다.

Native speaker 수준에는 아직 미달되지만, 어휘, 문법구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B

730 이상

860 미만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바탕을 갖추고 있다.

일상회화를 완전히 이해하고 응답도 빠르다. 특정 분야의 화제에 대처할 능력을 갖고 있다.

정확성과 유창함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문법, 구문 상의 잘못이 발견될 수 있으나 의사소통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G

470 이상

730 미만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정도의 영어는 가능하며, 한정된 범위 내의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일상회화라면 요청을 이해하고 응답에도 지장이 없다. 복잡한 상황에서의 응대나 의사소통에는 우열의 차가 있다.

기본적인 문법, 구문은 익히고 있으며, 표현은 모자라지만 그런대로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어휘력을 갖추고 있다.

D

220 이상

470 미만

일상회화에서 최소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상대방이 천천히 말하거나 되풀이하여 말하면, 간단한 회화는 이해할 수 있다. 화제가 신변 이야기면 응답도 가능하다.

회화, 문법, 구문 모두 불충분한 점이 많으나, 상대방이 Non-Native speaker에게 각별히 배려해 주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E

220 미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간단한 회화를 상대방이 천천히 말해도 부분적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단편적으로 단어를 나열하는 정도로서, 실질적인 의사소통은 어려운 단계이다.

 

일상회화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 토익 C등급이다.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수준의 A등급은 일반적인 외국계 기업에서는 바라지도 않고 필요치도 않다. 기본적인 회화 실력에 본인 업무와 관련된 비즈니스 표현들을 좀 아는 정도면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고 본다. 해외 본사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적어도 B등급 수준의 영어 실력이 필요하겠지만, 한국 지사는 대부분 한국 직원들과 한국 고객들을 상대한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들어온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교포보다는 한국 토박이면서 영어를 일상회화 수준으로 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어눌하고 문법이 틀리더라고 의사소통을 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영어를 더 잘한다고 해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네이티브는 1000개의 단어로 대화의 90% 이상을 소화한다고 한다. 우리가 중등 교육에서 배우는 2200 단어의 절반 수준이다. 이미 알고 있는 어휘들로 필요한 문장을 만드는 연습으로 충분히 외국계 기업 지원 준비가 가능하다.

 

6. 외국계 기업에서는 신입은 뽑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본사 HQ가 외국에 있고, 한국은 지사로서의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지사에는 정해진 예산과 운영 가능한 TO가 있고, 그 안에서 채용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기업처럼 한 번에 많은 인원을 뽑거나 기수별로 선발해 OJT부터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한국 지사는 50명만 채용하라라는 본사의 지침이 있다면, 50명의 인원은 보통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고 바로 실무에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채용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 신입을 채용하는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력직들의 업무를 서포트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며, 신입급이 해야 하는 업무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신입을 안 뽑을 수는 없고, 이런 이유로 신입은 보통 계약직이나 인턴 형식으로 채용한다.

또한 정규직 공채를 진행하더라도 부서별로 1~2명 채용하거나, 정규직 전환형 인턴으로 뽑아 6개월 이상 지켜본 뒤에 정규직 TO가 생겼을 때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외국계 기업에서 신입을 채용하는 공고가 계약직이나 인턴 위주인 이유이다.

본인의 희망하는 직무가 설정되었다면, 외국계 기업에서 원하는 경력을 쌓기 위해 하는 계약직이나 인턴을 커리어의 발판으로 삼길 권한다. 다만, 계약직 포지션을 선택할 때, 반드시 본인이 설정한 직무의 기반을 닦는 데 도움이 되는 포지션인지, 그리고 신입 직급의 연봉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고려해야 하며, 둘 다 문제가 없을 때에만 가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외국계 기업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원자라면 공고를 찾을 때 정규직만 찾지 말고 본인이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하여 인턴 혹은 계약직 공고도 함께 찾아본다면 쉽게 기회가 열릴 것이다.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공고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거나, 지금 내 직무 역량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경험이 없는 상황이라면 하나씩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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