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신’ 사람과 ‘마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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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신’ 사람과 ‘마실’ 사람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7.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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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커피 마시는 풍경을 완벽히 바꾸어 놓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커피전문점 대신 집에서 조용히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 필자 역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테라스를 베란다에 꾸며놓고,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감을 누리고 있다.

이렇게 신선한 원두의 맛과 향은 물론 간편성까지 갖춘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기업에서는 앞으로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성공한 사람들,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IQ, EQ가 아닌 ‘AQ(역경지수)’라고 한다. ‘고난과 결핍이 축복이라는 말은 인생 최고의 역설이다. 헤로도토스는 땅이 비옥하면 사람들은 나약해지고, 좋은 과일과 좋은 군인을 동시에 배출한 땅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령 선생은 인간은 두 주먹을 꼭 쥐고 태어나 서서히 주먹을 풀며 되돌아가는 게 인간의 삶이고, 소리 내 한참을 우는 것도 젊은이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요즘 미국 뉴욕시 일대에선 이른 아침 맨해튼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마다 이전에 못 보던 긴 줄이 생겼다고 한다. 연료값이 치솟으면서 자가용 운전자들이 대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뉴욕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즐겨먹는 샐러드와 빵 세트, 푸드트럭 간편식 가격도 뛰고, 커피와 아이스크림 값도, 레스토랑에서 줘야 하는 팁도 15%는 눈치가 보이고 20%는 건네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그래서 점심(lunch)과 가격급등(inflation)을 결합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USA투데이는 출근도 휴가도 감당하기 어려운 잔인한 여름이 오고 있다며 경제에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했다. 휴가철이 다가와 그동안의 피로를 풀고 힐링하는 시간만을 기다렸는데, 물가의 높은 담이 여유를 앗아가는 것 같아 아쉽다.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그 자리에 남긴다. 인간의 삶 속에 흔적이 남지 않는 순간은 거의 없다. 어디에 있었든, 어디로 갔든, 인간이 가는 장소에는 언제나 그 이전과 이후가 있다. 자신이 남긴 흔적이지만 인간은 대체로 그것을 스스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의 흔적은 역사이고, 그것에 다가갈수록 현재의 안목이 넓어지고 더 발전된다. 그렇기에 일상에 더 주의를 기울이면 어떨까저자는 조심스레 권해 본다.

어느날, 그리스 아테네의 유명한 장군 크세노폰 앞에 한 남성이 불쑥 나타나 물었다. 그는 좋은 물건들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시오?”라고 물었다. 장군은 아테네 아고라에 있는 세계 최고의 시장에 가면 보석과 음식, 의복 등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다시 그러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장군이 말문이 막혀 대답을 못하자, 남자는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좋은 물건을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아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같이 노력해 봅시다고 말했다. 질문한 이 남자의 이름은 소크라테스였고, 크세노폰은 그날로 그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필자는 세상 사람이 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마신사람과 마실사람이다. 그리고 인간이 커피 없는 세계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도 자주 생각해 본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의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더운 여름, 시원한 카페에 앉아 좋은 물건을 사는 법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생각하면서 행복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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