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보다 성취‘감’, MZ가 열광하는 자기계발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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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보다 성취‘감’, MZ가 열광하는 자기계발 공식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8.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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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코로나 이후의 자기계발_자기계발 트렌드

갓생살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하루하루를 꾸준히 살아나가는 게 핵심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이고 의미 있게 사용하길 원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엇인가를 인증하려는 욕구가 강한 MZ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갓생살기열풍. 이들은 자기계발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들의 자기계발 공식을 알아보자.

 

자기계발, ‘온라인적극 활용

대학생·직장인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 상황에도 꾸준하게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토익, 토익스피킹 등 공인어학성적 취득으로 집계됐다.

한국TOEIC위원회가 토익 정보 블로그 토익스토리에 방문한 2040세대 대학생·직장인 1,661명을 대상으로 자기계발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8.3%가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하고 있는 활동(복수 응답)으로는 토익, 토익스피킹 등 공인어학성적 취득(52.8%)이 가장 많았으며, 자격증 취득(50.7%), 외국어 학습(49.4%), 운동(42.6%) 등이 뒤를 이었다.

일 평균 자기계발에 할애하는 시간은 ‘1~2시간(34.4%)’이 가장 많았고, 2~3시간(25.6%), 4시간 이상(17.5%), 0~1시간(11.9%), 3~4시간(10.6%) 순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복수 응답)에는 취업, 이직 등을 준비하기 위해(68%), 성취감을 얻기 위해(51.3%), 재미,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31.8%) 등의 답변이 나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응답자들은 자기계발에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을 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복수 응답)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 활용(61.6%), 온라인 강의 수강(57.6%)의 답변이 높게 나왔으며, 오프라인 위주로 이뤄지는 학원 또는 교육기관 이용(23.8%), 동호회, 스터디 등 모임 참석(8.2%)은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가 자기계발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 72.2%그렇다고 답했으며, 구체적인 영향에 대한 질문(복수 응답)에는 자기계발에 할애할 시간이 증가함(56.9%),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기계발 의지가 높아짐(55.5%), 사회적 제약에 따라 자기계발 분야/방식이 바뀜(31.5%) 등의 답변이 나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자기계발(복수 응답)로는 전시회, 공연 등 문화예술 활동 참여(43.9%), 해외 연수(43%), 조깅, 사이클 등 야외 운동(37%) 등 활동 중심적인 항목들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어학 능력 증진(35.7%)은 빠지지 않고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한국TOEIC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설문 조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이전과 같지 않은 여건에서도 대학생, 직장인들은 취업, 이직 등을 위해 여전히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한편,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공인어학성적 취득으로, 어학 능력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상황 전과 다르지 않게 꾸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늘의 나를 위해 사는 삶, ‘갓생살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것이 갓생살기열풍에 한몫했다.

갓생이라는 키워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2월이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살펴보면, ‘갓생이라는 키워드의 검색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110월에는 20202월에 비해 무려 50배가 증가했다. 급격히 늘어난 시점은 202111월이다. 이때부터 검색어가 폭증, 20221월에 다시 한 번, 세 달 전인 202110월에 비해 50배가 늘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인한 팬데믹의 장기화, 2022년 새해 계획 시즌 등이 맞물리면서 갓생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택근무와 거리두기 제한 등으로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불안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욱 커졌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규칙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네이버에 따르면, 10대와 20대 사이의 주요 트렌드로 확인되는 갓생살기와 관련된 콘텐츠들 중 다수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서 생산되고 있다. 카페 내에서 갓생살기의 주요 실천방법인 문화생활과 자기계발, 취미생활 정보를 얻기 위한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갓생의 목표는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사전 한 권을 통째로 외우겠다, 한 달에 15kg을 감량하겠다, 1년에 200권의 책을 읽겠다는 식의 혹독한(?) 자기계발과는 다르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장대한 목표를 향해 오늘 고통을 감내하며 버티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느낄 수 있는 확실한 성취감을 추구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 일명 소확성이다.

그래서 갓생살기의 실천방법을 보면 의외로 평범하고 수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계획 주기를 짧게 가져가면서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루틴과 습관의 차이는 의식의 유무다. 습관은 나도 모르게 몸에 밴 생각이나 행동 패턴이지만, 루틴은 의식적으로 만들어나가는 행동 패턴이다. 갓생살기의 핵심은 무리가 되지 않는 자잘한 루틴을 촘촘하게 세우고 실천함으로써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갓생살기가 20년 전의 자기계발 열풍과 가장 다른 점은 시선이 타인에 있지 않고 에게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나의 성향과 환경,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공한 이들의 방법을 무턱대고 좇는 경향이 강했다. 모두가 아침형 인간을 지향해야 할 삶의 패턴으로 받아들였고, 운동 방법이나 영어 공부 방법 역시 성공을 경험한 사람의 방법을 무작정 따라하기 바빴다. 하지만 갓생살기에서는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게 방법을 만든다. 절대적인 갓생살기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신이 세우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무엇을 할까와 함께 무엇을 하지 않을까를 목표로 세우기도 한다. SNS와 유튜브 이용 시간을 제한한다든지, 밀가루 음식과 탄산음료 섭취량을 줄인다든지, 걸을 때 어깨를 앞으로 굽히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든지 등등 안 좋은 습관을 의식적으로 반복하지 않는 것도 갓생살기 목표가 될 수 있다.

 

갓생살기에 빠진 MZ가 진짜 원하는 것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영어 (god)’과 인생이란 뜻의 한자 ()’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로, MZ세대는 갓생살기에 푹 빠져 있다.

이들은 거대한 목표와 큰 성취보다는 작은 일이어도 꾸준히 실천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력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족이나,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즐거움 추구에 집중하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과는 달리 온라인 클래스 수강, 자기관리 앱을 활용한 기록 등 생산적인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들의 배움은 생산적 활동에서만 경험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물 2L 마시기 챌린지와 같은 소소한 활동을 통해서도 자기관리의 성취감을 경험하고자 한다.

사회의 현상을 반영한 트렌드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일상력 챌린저 등이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포함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습관형성과 자기관리를 돕는 앱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기관리 앱인 챌린저스는 참가비를 내고 챌린지에 도전하면, 목표달성률에 따라 참가비를 환급해준다. 참가자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책 읽기 등과 같은 목표에 원하는 만큼 금액을 걸고 챌린지에 참여한다. 정해진 기간 동안 목표를 수행하면서 인증 사진을 남기고, 목표달성률이 85% 이상이면 걸었던 참가비를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목표달성률이 100%면 추가 상금도 주어진다.

달성률이 85% 미만이면 달성률 만큼만 참가비를 돌려받는데, 참가자들이 받지 못한 돈은 100% 목표 달성자에게 상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참가비 규모에 따라 상금의 액수가 달라지고, 돈을 많이 걸고 참가할수록 상금액도 늘어난다.

MZ들은 기록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꾸준한 배움의 경험과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비교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네이버 블로그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네이버 블로그는 다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달리 글자 수, 사진 수 제한 없이 본문을 쓸 수 있고, 글마다 볼 수 있는 사람을 설정할 수 있어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다.

2021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109%, 2035%, 3026%로 전체 블로거의 70%에 달하는 이들이 MZ세대다. 2021년 한해에만 신규 블로거가 2백만 명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기성세대의 자기계발과는 다른, MZ갓생

기성세대들은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할 일들을 빼곡하게 나열하고 이를 완수하는 걸 멋진 인생, 자기계발을 잘하는 사람의 일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빡빡한 삶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엔 반대급부로, ‘될 대로 돼라는 식의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MZ는 자기계발로 꽉 찬 삶을 갓생이라 부르고, 이를 적극 추구하고 있다.

닮은 듯 다른 기성세대의 자기계발과 Z세대의 갓생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이다. 앞선 세대들이 자기계발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눈에 띄는 성취이고, 성취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인정이었다. 하지만 MZ는 성취으로부터 오는 자기 만족을 위해 갓생을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마시기’, ‘매일 영양제 챙겨 먹기’, ‘출퇴근 길에 뉴스보기’, ‘하루 한 끼 집밥으로 챙겨먹기갓생루틴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이게 자기계발인가?’ 싶은 목표들이 나온다.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작은 습관들로 하루를 채우는 일이 쉽지 않고, 건강한 일상을 사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하면 갓생살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에 나와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이 앉은 자리의 책임이 커질수록, 스스로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 난이도도 높아지며, 들어가는 시간도 자연히 늘어난다. 간단히 말해, 갓생은 내 삶의 주도권을 나에게로 다시 가져오는 일이다. 거뜬히 지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고 실천해서 얻는 성취감이 물리적 성취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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