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들이 쌓이는 것이 곧 ‘갓생’이고 자신의 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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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들이 쌓이는 것이 곧 ‘갓생’이고 자신의 성장입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8.1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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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코로나 이후의 자기계발_솔직담백 '갓생러' 인터뷰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의미하는 갓생, 자기계발까지 놓치지 않는 이들을 우리는 갓생러라고 부른다. 2022년 중반을 지난 시점, 올 한해 꾸준히 갓생을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어떤 루틴을 통해 갓생을 살고 있을까. ‘이번 달은 이미 틀렸고, 다음 달부터 진짜 갓생산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예비 갓생러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Y: 통번역사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의 전직을 위해 1년째 개발 공부를 하고 있는 Y입니다.

J: 저는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겨 하는 J입니다.

K: 대학을 졸업하고 2년 가까이 우울증을 앓다가 일상 회복 챌린지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고 있는 백수 K입니다.

 

Q.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각기 다른 환경이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해왔다는 것에 공통 분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어떤 계기로 루틴을 만들기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Y: , 저는 오랫동안 동시통역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어와 영어를 복수전공했고,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하고 올해로 4년차 동시통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수입이 일정치 않아 불안감이 쌓였어요. 그래서 전직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따기 위해 다른 프리랜서 통번역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 조금 지치기도 했고요. 대학 때 교양으로 들었던 소프트웨어 관련 수업에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돈을 조금 못 벌더라도 들어오는 일의 분량을 줄이고, 그 시간에 개발자로의 전직을 위한 개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개념잡기가 좀 어려워서 그냥 취미로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1시간씩 꾸준히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개념이 자연스럽게 정립되면서 올 하반기에는 개발 직무로 지원서를 넣어볼 생각입니다.

J: 저는 Y님처럼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루틴은 아니고요. 하루에 30분씩 꼭 한강에 나가 자전거를 탑니다. 서울에서 기차 타고 5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리잡은 지 얼마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이라 붕 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한강에 나가 바람을 맞으면서 자전거를 타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좋은 자전거를 사고 싶어서 돈을 모으고 있는데, 지금은 아직 서울시에서 거의 무상으로 빌려주는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질주하고 있습니다(하하).

K: 저는 자기계발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싶어서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시장에 나왔는데, 코로나19가 터져서 원래 공채를 하는 기업들도 채용 규모를 줄이더라고요. 여기저기 서류도 많이 써보고, 인적성검사도 보고, 면접까지도 갔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1년 정도 실패만 반복하며 취업준비를 하다 보니, 친구들 만나기도 겁이 나고, 자존감이 엄청 낮아졌어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서서히 우울증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1년은 열심히, 그 다음해에는 우울에 빠져 거의 누워만 있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우연히 연락을 해온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로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해주시는 선생님이 일상이 회복되려면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서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와 상담 선생님과 함께 일상 회복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이부자리 정리하기, 아침 공복에 물 한 잔 마시고 큰 소리로 , 행복하다라고 말하기, 깨끗이 샤워하고 책상 앞에 앉기 등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친구와 함께했지만, 지금은 저 혼자 블로그에 오늘 한 일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루틴들도 많이 만들었고요. 최근 새롭게 추가된 목표는 하루 한 편씩 유튜브 영어 강의 듣고, 일상 회화 표현 1개 외우기에요.

 

Q. 루틴을 만들기 시작하신 계기가 정말 다양하네요. 오늘의 인터뷰 주제는 갓생이에요. MZ 세대들이 자기계발을 하는 새로운 형태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다들 들어보셨나요? ‘갓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Y: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너 진짜 갓생사는구나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어요. 근데 그게 개발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때에만 그런 얘기를 했던 게 아니었던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나서 15분씩 꼭 명상을 하고, 아침밥을 잘 챙겨먹는다는 얘기를 했을 때도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그 대화를 돌이켜보면, ‘갓생이라는 게 자신을 돌보는 일과 관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J: Y님과 비슷한 생각이에요. 자기계발 형태라고 말하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목표로 하는 활동이라기보다 매일 성취감을 느끼고, 삶의 근간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강 자전거 라이딩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면 아마 저는 이미 고향으로 내려갔을 겁니다.

K: ‘갓생살기가 유행하는 이유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경험하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를 살아오면서 성취감을 얻기 쉽지 않아서 성취감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하루의 목표로 세우고 성취감 자체를 성취하는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갓생의 갓이 신(GOD)을 의미하지만, 사실 갓생 자체가 화려하고 위용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갓생의 방점은 목표의 사소함매일의 성취감에 있는 게 아닐까 해요.

 

Q. ‘자신을 돌보는 일’, ‘삶의 근간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일’, ‘사소하지만 매일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모여 갓생이 된다는 이야기로 정리가 되네요, 여러분은 모두 갓생을 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갓생을 살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Y: 마음가짐이 좀 가벼워야 하는 것 같아요. 으리으리한 목표를 세워놓고, 그걸 위해 달려나가는 것도 좋지만, 목표가 너무 멀면 가다가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길을 잃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짧게 오늘 안에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J: 저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데일리 계획도 꽉꽉 채워서 세우곤 했는데, 결국 다 못하고 다음날로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 다음날은 또 그 날의 할 일이 있으니 일이 더 많아지고, 또 일을 미루게 되고. 그럼 그 다음날은 더 힘들고. 막 서울에 왔을 때 들뜬 마음에 제가 수용할 수 있는 계획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지 못했던 거죠. 나중에는 진짜 계획이 적혀있는 앱을 열어보기도 싫더라고요. 지금은 다행히 어떤 수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적절한 수준인지 파악하고 있고,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생활 카테고리의 목표와 건강한 일상을 위한 목표, 커리어 개발을 위한 목표로 카테고리들도 나누어서 관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기록하는 것도 너무 즐거워요. 그리고 꼭 기록을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눈에 보이거든요. 무엇이든 남기면, 남겨놓은 글이 다시 원동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K: 사소한 것도 열심히, 꾸준히, 꼼꼼히 하는 게 갓생이라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 거짓말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 상담 선생님, 친구와 함께 챌린지를 했을 때, 같이 한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갓생살기라는 것이 성취감을 목표로 하고, 성취감이 기반된 모든 면에서의 성장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면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오늘 어떻게 했는지 기록하고, 내일은 어떻게 할 것인지 Y님 말씀처럼 가볍게 계획하고, 이 하루들이 쌓이는 것이 곧 갓생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꾸준히 하는 거죠.

 

Q. 갓생을 위해 활용하시는 IT 프로그램이나 도구가 있나요?

Y: 저는 뽀모도로 타이머를 활용해요. 뽀모도로는 토마토라는 의미인데, 이것을 25분에 맞춰놓고 목표한 일을 하는 방법이 최근에 유행했었어요. 25분 공부하고 타이머가 울리면 5분 쉬고, 다시 25분 공부하고 5분 쉬는 거죠. 저는 지금도 뽀모도로 횟수 2번으로 딱 1시간 공부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 뽀모도로 횟수를 늘려가는 것도 인증을 하시더라고요. 3번이면 1시간 반, 4번이면 2시간으로 늘어나는 거죠. 25분이라는 시간이 짧아서 더 집중력이 생기기도 하고, 쉬는 시간도 보장되니까 더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J: 저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활용해서 기록해요. 자전거를 탈 때, 나이키런클럽이라는 앱을 켜고 달리면 지도에 경로가 표시되는데, 이걸 그대로 받아서 인스타그램에 오늘 몇 km나 자전거를 탔는지, 어떤 경로로 탔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등을 기록하는 거죠. 커리어와 관련된 루틴들(영어공부, 뉴스레터 읽고 시사 내용정리 등)은 블로그를 활용하고요. 누워서도 기록할 수 있게 앱들이 워낙 잘 나와 있어서 자기 전에 딱 30분 기록하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가 가장 뿌듯해요.

K: 저는 챌린저스라는 챌린지 앱을 활용해요. 하루에 만 보 걷기, 건강하게 하루 세끼 챙겨 먹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하루 10분 스트레칭하기 등 매우 다양한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어요. 제가 챌린지를 오픈할 수도 있고요. 1만 원 이상 참가비를 내고, 목표를 최종 달성한 퍼센티지만큼 참가비를 돌려받게 되어 있는 구조인데, 돈이 걸려서인지 더 꾸준히 인증하게 되더라고요. 달성률 100%면 참가비 환급에 추가 상금까지 주어지고요. 챌린저스하면서 일상이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Q. 갓생을 살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Y: 갓생이라는 단어가 으리으리해 보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의 목표를 세우고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잖아요. 모두가 가능한 일이니 하루 놓쳤다고 자책하기보다 앞으로의 인생을 잘 채워나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J: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잖아요. 오늘 이 시간도 여러분의 건강한 삶에 기름진 자양분이 되길 바랍니다.

K: 큰 능력이나 의지가 필요하지 않은 일이에요, 나도 모르게 건강해진 스스로를 발견하길 기대하면서, 함께 행복해져요(웃음).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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