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분들을 ‘에덴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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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분들을 ‘에덴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2.09.29 09: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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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y Life / 임시은(보엘) 작가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실험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각국의 아이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과 경험을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으로 만들어 온 임시은 작가. 이제는 아이들을 넘어 위로와 사랑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따듯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보엘 작가를 만나본다.

 

의대 진학과 유학, 그리고 미술에 대한 간절함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임시은 작가. 중학생 때 미술 레슨을 받기도 했지만 주변의 기대와 바람으로 의대 진학을 결정했고, 이를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성적과 등수에 엄한 한국과 달리, 공부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달란트를 인정해주는 미국 학교의 분위기 속에 그녀는 다시 한 번 미술에 대한 간절함을 느끼게 되었고, 미대 진학을 결심했다. 물론 의대 진학을 기대했던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1년의 기한 내을 조건으로 승낙을 받았고 결국 그녀는 칼아츠(Calarts) 실험애니메이션(Experimental Animation)에 합격한다.

칼아츠는 디즈니에서 만든 학교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세계 1위 학교에요. 미국에서 가장 아티스틱한 학교이기도 하고, 예술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합예술학교죠.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명문 미술대학들이 미국 전 지역을 다니며 미술 지망생들을 만나 포트폴리오를 평가해주는 내셔널 포트폴리오 데이라는 행사에서 칼아츠 실험애니메이션학과를 제안받았는데, 기존 애니메이션학과가 주로 상업용 작품을 다뤘다면 실험애니메이션학과는 줄스 엥겔(Jules Engel)이라는 교수님이 작가의 상상력과 창작력을 좀 더 펼칠 수 있는 과를 제안해서 생긴 과에요. 작가로서 제가 가고자 했던 방향과 딱 맞았기 때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칼아츠에서 공부하는 4년 동안 연기,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콜라보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그림체를 바꿔가며 그녀만의 독창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시도했다. 하지만 과한 욕심에 무리를 했던 걸까. 계속되는 작업과 창작에 대한 압박으로 결국 슬럼프가 찾아왔고 1년이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학생 시절 작업을 할 때는 작품에 완전히 푹 빠져서 작업했어요. 그러다 보니 작품이 완성된 후 다시 보면 뭔가 힘이 나질 않았고, 다시 보기 싫어질 정도로 질린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업이 몇 백 장의 그림을 그릴 때도 있고, 그림만이 아니라 음악, 스토리, 효과 등 전체적인 구성을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더 그랬죠. 슬럼프를 겪기 전까지는 남들의 시선과 인정을 받고자 무리를 했는데, 오히려 1년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을 위로하는 작품을 계속 그리다 보니 뭔가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 따듯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따듯한 위로를 주는 에덴의 세계

슬럼프 이후 따듯한 위로를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애니메이션, 그림책, 회화작업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임시은 작가. 그런 그녀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 창작 단편 에니메이션 ‘With’‘Umma’가 시카고 국제 어린이 영화제(CICFF)에 상영되었고, 그림책 도토리모자는 수많은 아이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작업 중인 시리즈 작품 에덴은 일러스트 페어에서 만난 한국무역협회 관계자의 제안으로 2019 뉴욕 National Stationary Show에서 <꽃과 낭만, Eden>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되었고, 이후 2020 독일 Galerie Kunstraub99, 2021 프랑스 Galerie Beauté Du Matin Calme에 이어 올해 프랑스 카루젤 드 루브르에 전시되었다.

서로를 누르고, 이겨야만 하는 경쟁사회가 아니라 서로 경쟁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런 세상을 그리고 싶었어요. 저에게 그런 세상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모든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 에덴이 곧 천국인 거죠. 에덴에는 상상의 공간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생긴 공간의 이름은 가슴 가득 채운 꽃다발들이 위로해주는 향기롭다’, 따뜻한 강물 안에서 쉴 수 있는 빠져들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꽃들이 있는 피어나다’, 서로 함께 있을 때 빛나는 순간을 담은 빛나다에요. 제가 꿈꾸는 그곳엔 건드리면 웃음이 나는 꽃, 허기질 때 속을 채워주는 꽃, 밤에 무서울 때 환하게 밝혀주는 꽃, 두려움이 있을 때 등잔불처럼 길을 보여주는 꽃 등 다양한 꽃들이 있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듯한 위로를 전하기 위해 에덴의 세계를 계속 만들어 가면서 그리고 싶어요.”

임시은 작가의 시리즈 작품 에덴은 독특하게 오일 파스텔로 작업되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있으면 뜨개질 실로 짠 담요처럼 포슬포슬하고 따듯한 느낌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양의 파티클로 표현된 빛과 오밀 조밀한 별 등 다양한 소재가 다양한 텍스쳐로 표현되다 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오묘한 작품이기도 하다.

제가 그리는 작품들이 일반적이진 않다 보니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운 마음도 들고 너무 저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심해지면 고립감을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저만의 것을 포기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더 저답지 않아서 항상 내면의 갈등이 있죠. 처음 작가를 시작할 땐 남들 보기에 좋고, 저만의 독특함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만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이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 _Marc Chagall

천진한 에너지를 만드는 작가되고파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인 장욱진, 이중섭, 김점선, 샤갈, 모지스 할머니의 공통점은 세상에 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확실하게 갖고, 그림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가족과 주변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들이다. 샤갈은 큐비즘(입체파)이 강한 시대에 결국 자기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어냈고, 모지스 할머니는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나이브 아트로 사랑받고 있다.

테크닉이 많지 않아도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을 좋아해요. 제가 작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장욱진 작가님도 큰 화면은 친절미가 적어요. 또 큰 화면은 계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질에 맞지 않아요라는 이야기를 하셨죠. 물론 전시회 관계자나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큰 그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주얼 랭귀지를 계속 찾으면서 만들어 가고 있는데, 작품을 팔기 위해서라기보단 에덴의 완성도를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 전에는 다작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작품을 놓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린 작품도 있어요. 무엇이든지 너무 빠르게만 하다 보면 그만큼 지속도 짧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의 오랜 삶을 존중하는 것처럼 작품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숙성시킨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삶의 활력을 주듯 꽃밭에 생기를 주는 나비, 어두웠던 세상에 빛을 내며 찾아온 소중한 꽃별 아이, 에덴에 있을 그리운 사람의 나무 등 더 넓은 에덴의 세계를 만들어서 위로가 필요한 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그녀. 그녀는 작가 임시은으로서 그림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림이 저에게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듯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그림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해진다고 믿어요. 진실되게 포장없이 전할 때 그 마음도 전해지고요. 예를 들어, 작가가 자만하며 그리면 자만함이, 즐겁게 그리면 즐거움이, 위로를 담으면 위로가 전해지는 거죠. 솔직히 이 시대는 톡톡 튀고 자극적이어야 주목받기 쉬운 세상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런 작품은 오래 가긴 힘들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그림이 좋아서 계속 그리는 그림쟁이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림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일 테니까요. 보엘이라는 이름처럼 보석같은 작품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에 보석같은 빛을 비춰주는 작가가 될 테니 저와 저의 작품들 꼭 기억해주시고, 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 보엘아트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보엘아트: 홈페이지 http://boelleart.com, 인스타그램 @boelle.art>

/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사진 / 보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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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연 2022-10-13 16:07:41
정말 생명력있고 촉촉하고 따뜻한 작품들이예요! 작가님의 이력과 마음을 알게 되어 좋습니다. 인터뷰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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