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에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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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에게 무슨 일이…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10.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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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그간 꿈의 직업이라고 불리던 공무원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공무원 지원율이 급격히 낮아지는가 하면 기존 공무원들의 이직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5~6년 전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100:1을 넘었는데 최근 29:1로 추락하였고, 7급 공채의 경우도 201676.7:1이던 것이 올해는 42.7:1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고급 공무원 채용시험인 5급 공채 경쟁률도 201741.1:1에서 최근에는 34:1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실제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청년들의 미래 직업 선호도 1위는 대기업이고, 2위가 공기업, 3위가 국가기관인 것으로 나타나 공공보다는 민간 기업의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기존 공무원들의 이직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정년에 의한 퇴직이 아닌, 자발적인 이직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지난해 자발적으로 사표를 쓴 공무원은 전체 퇴직자 44,676명 중 11,500명 정도로 4년 전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자발적 이직을 하는 공무원 중 입사한지 5년 차 이하가 전체의 25% 정도를 차지해 젊은 공무원들의 이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MZ 세대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공무원 조직문화

이와 같은 탈 공무원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년까지 가려는 공무원의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체 퇴직자의 31% 정도가 정년퇴직인데 이는 10년 전에 7.9%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젊은 공무원은 공직을 조기 탈출하는 분위기이고, 중견 이상의 공무원들은 공직에 더 머무르는 경향으로 파악된다. 공무원 조직의 노화와 고인물 현상이다.

잡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이나 구직자들의 희망직장이 72.3%가 신생 스타트업(창업)이라고 답하였다. 과거에는 신생 스타트업은 안정적이지 않고 보수가 약하다는 이유로 기피 대상 1호였지만, 최근에는 전혀 다른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 선호의 주 이유가 안정성이었는데 공무원을 탈출하여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현상은 직업에 대한 선호 기준이 크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정성보다는 성장, 변화, 발전과 같은 가치로 직업 선호도가 이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을 기피하거나 탈출하는 주 이유로 낮은 보수와 잦은 야근, 많은 업무량, 꼰대적 조직 문화, 개인 발전과 성장 기회의 제한, 민원 스트레스 등을 지적한다. 과거에 비해 공무원 보수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최근 민간 기업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과 보수 수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열악하다. 민간 기업들은 열심히 일한 만큼 성과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는데 공무원은 그렇지가 못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경직된 조직 문화다. MZ 세대들을 비롯한 젊은층들의 다양한 개성과 변화 욕구를 수용하지 못한다. 과거 지향적 업무 관행, 하향식 의사결정, 정치인들에 의한 정책 결정 주도 등은 의식 있는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흔히 말하는 꼰대문화도 심각하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시각이나 의견보다는 상관에 의한 일방적 지시는 젊은이들이 견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반 민간조직의 경우도 이직이나 직장 불만의 가장 큰 요인이 상사의 꼰대짓이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 싫어서 조직을 떠난다는 직장인이 가장 많다.

지금까지 공직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로 안정성을 꼽아왔다. 그렇지만 공직의 안정성도 문제가 많다. ‘개별의 안정성이 아니라 모두의 안정성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다 같이 안전하려고 하니 평가가 제대로 안 된다. 우수한 사람만 안전해야 되는데 모두가 안전하려고 하니 개인별 역량이나 성과에 따른 객관적 평가가 안 된다. 정작 남아야 할 사람은 떠나고 떠나야 할 사람만 남는 퇴행적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요사이 읍면동 사무소에 가면 민원인보다 공무원 숫자가 더 많은 것을 쉽게 본다. 많은 행정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는 민원인들은 별로 없는데, 공무원 숫자는 최근 오히려 급격히 늘었다.

 

국가도 민간과 경쟁하는 시대다

이제는 전반적으로 민간과 공공의 비중이 기울어졌다. 공공이 줄고 민간이 커졌다. 개인들의 일상에 미치는 공공의 영향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고, 공공이 민간을 따라갈 수가 없게 되었다. 과거는 정부의 움직임과 방향이 민간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민간의 움직임에 따라 공공이 움직이는 시대다. 공무원 기피현상이나 조기 탈출 현상은 미시적 요인보다는 이러한 큰 흐름의 거시적 요인 때문이다.

드디어 행정 개혁, 공직 혁신, 국가 개혁을 제대로 해야 할 때가 왔다. 대통령이 바뀌거나 정치 교체에 의한 인위적, 정치 구호적 개혁이 아니라 진정한 행정 서비스와 효율성, 국가의 미래를 위한 총체적 개혁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개혁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몰렸고 우수한 인재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민간과 경쟁이 안 되는 시대가 되었고 우수한 인재가 기피하는 공직이 되었다.

무엇보다 행정 전반을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기업가적 시스템으로 개혁해야 한다. 이른바 기업가적 국가(Entrepreneurial State)로 전환하여야 한다. 행정 전반에 기업의 경영철학과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확실한 목표와 경쟁, 그리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체계와 같은 것이다.

David Osborne는 그의 책에서 기업가적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 기업과 같이 확실한 장단기 목표가 설정되고 철저한 성과관리에 의한 확실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의 외압이나 상사로부터의 일방적 지시로부터 보호되고 확실한 권한과 책임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절차나 법률 위주의 행정보다는 결과 위주의 성과관리, 모든 절차와 서비스에 경쟁체제 도입, 대증 요법적 사고 처리식 행정보다는 사전 예방적 행정, 지출 자체보다는 수입과 편익을 고려한 지출, 일방적 소통보다는 민간 참여와 수평적 행정 체제 등과 같은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운영 철학과 방식, 공무원 관리 시스템을 분석해 보라.

국가도 민간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경쟁력이 없으면 민간으로 이양하거나 맡겨야 한다. 서방 국가들은 이미 교도소 운영과 같은 국가의 중요 기능도 민간으로 이양하고 있다. 심지어는 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의 일부도 민간과 합동으로 하거나 아예 민간에 의뢰하는 시대이다. 민간이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기업가적 국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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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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