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열차에서 일단 뛰어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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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열차에서 일단 뛰어 내리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12.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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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우리 일상은 너무 바쁘다. 연초는 연초라고 바쁘고 연말은 연말이라고 바쁘다. 주초는 주초대로, 주말은 주말대로 바쁘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바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바쁜 것이 일상이고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바쁘지 않거나 한가하면 이상하게 보거나 스스로 불안해한다. 남들과 같이 정신없이 바쁘고 분주해야만 안심이 되고, 남들과 같이 허겁지겁 다녀야 무엇인가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하고, 쉬고 싶다고 한다. 모처럼 어렵게 시간을 내서 잠시 휴가를 가서는 오히려 불안해한다. 왠지 뭔가 잘못된 것 같고, 소외된 것 같고, 남보다 뒤처지는 것 같다. 다시 정신없이 돌아가는 직장을 복귀해야만 다시 안심이 된다. 현대인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이고 모순이며 딜레마이다.

 

세상이라는 열차는 방향 없는 질주일 뿐

늘 그렇게 분주하게 뛰어다니다 보니, 제대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세상에 그냥 휩쓸려 산다. 세상의 잣대로, 세상의 유행어에 휩쓸려 그냥 떠내려간다.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은 격이다.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도 아니다. 그냥 세상이라는 열차가 철로가 깔린 방향대로 가고 있다. 열차를 안 타면 그나마 낙오자로 찍히기 때문에 타기는 탔는데 타고 보니 이 방향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뛰어내리자니 다칠까 두렵고, 그냥 있자니 점점 더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것 같아 안절부절 못한다. 초조하게 창밖만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굴리는 형국이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행복감이나 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는 해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고 있고, 하고 나면 뭔가 성취는 한 것 같은데, 진정 자아 내면은 허허하다. 무엇인가를 해서 분주는 했고, 순간적인 만족은 되지만, 자고 나면 또 허전하다. 스포츠로 해소를 하려고 남들이 한다는 헬스센터도 등록하고 골프도 해 보지만 순간적인 만족이다. 무엇인가를 더 해야 할 것 같고,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어느 한가한 어촌에 도시에 사는 직장인이 모처럼 휴가를 내서 여행을 왔다. 해안가를 거닐던 도시인이 낮잠을 자고 있는 어부 한 사람을 만났다. “왜 이런 대낮에 고기를 잡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느냐고 묻는다. 어부는 자신은 매일 고기 잡으러 가지 않고 3일에 한 번씩만 바다로 나가고, 나머지 시간은 이렇게 낮잠을 자거나 쉰다고 답하였다.

도시인은 그렇게 게으르게 사니 평생 이런 어촌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어부는 왜 그렇게 당신과 같이 쉬지도 않고 열심히 살아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도시인은 어부가 한심하다는 듯 길게 설명을 한다. “매일 열심히 고기를 잡아야 돈을 모을 수 있고, 그 돈으로 더 큰 배를 사서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으며, 그래야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어촌을 떠나 대도시 큰 아파트에서 큰 차를 굴리며 살 수 있다.

그러자 어부는 그렇게 큰 부자가 되고 대도시 큰 아파트에서 살면 그 다음엔 뭐하냐고 다시 묻는다. 그러자 도시인은 부자가 되면 더 이상 고기를 잡지 않아도 되고, 휴양지에 가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으며, 낮잠도 실컷 잘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어부는 도시인이 한심하다는 듯 나는 이미 당신이 휴가를 온 어촌 휴양지에서 충분히 쉬고 있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면서 나를 위해서 잘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매일 고기를 잡으며 매일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부자가 될 필요가 없다.”

맹목적인 분주함과 방향 없는 질주가 문제다. 열심히 분주하게 사는 것은 좋지만 왜 분주한가가 문제다. 삶의 방향성 문제다. ‘에 대한 뚜렷한 명분이 없으니 허전하고, 싫증이 나며, 월요병이 생긴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멈추면 바로 직장에, 삶에 문제가 생긴다. 일단은 뒤처지지 않게 같이 달려야 한다. 일단 그냥 가고 본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일단 멈추자, 현재 직장을 그만두라는 극단적 처방이 아니라, 잠시 시간을 내서 며칠이라도 현재 패턴과 속도를 무시해보자. 휴대전화, SNS를 차단하자. 불안하더라도 잠시 참자. 지금의 허전한, 무방향적, 바쁜 일상을 벗어나는 길은 세상 속도에 맞추어 같이 뛰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나만의 속도, 나 자신을 찾는 것이다. 세상에 휩쓸려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리다가, 내 길이 아님을 뒤늦게 알고 후회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내 방식과 방향과 속도를 찾아서 달려야 한다.

좀 쉬자. 그냥 계획 없이 쉬자. 휴식에 지나친 계획을 하면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억지로라도 쉬자. 일하듯 쉬자. 일종의 안식일을 갖자. 종교에서 말하는 안식일은 인간들이 먹고 살기에 바쁘고 분주하여 창조주를 잊어버릴까봐 강제로 일주일 중 마지막 날을 안식일로 선포하고 강제로 쉬게 하였다. 종교적으로는 안식일에 쉬면서 창조주를 잊지 말고, 주님 뜻대로 살라는 취지였지만, 세상적으로는 쉬면서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말고, 각자의 삶 본연의 의미와 가치와 행복을 놓치지 말고, 주기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휴식에 대한 생각 전환이 시급하다. 노동은 선()이고 휴식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과거 개발연대의 낡은 유물이다. 지금은 Smart work, Mobile work, Independent work, Lifelong work 시대다. 큰 조직에 들어가서 시키는 일 하다가 정년퇴직하면 은퇴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하고 싶은 자신만의 일로 평생을 의미 있게 120세까지 사는 시대이다. 세상의 패턴과 속도로 희생하면서 휩쓸려 사는 시대가 아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대이다.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보다 얼마나 나답게사느냐가 중요한 시대이다.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기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는 생각의 주간(Think week)’을 갖고 일주일간 책만 가지고 별장으로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유명하다. 거기서 혼자만의 시간에 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을 만들고 방향을 새로 모색한다.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남들과 떨어져서 혼자여야만 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아무리 빨리 가도 엉뚱한 곳으로 가면 소용없다. 늦게 가도 제 방향으로 가야 한다. 평소에는 일상에 얽매어 방향감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때리면서 평소 생각지 못하던 것이 떠오르고 잊고 사는 무엇이 나타난다. 평상에 대한 고마움도 알게 되고 서운함이나 불만에 대한 의미도 되새기게 되고 새로운 행복도 찾게 된다. 작은 쉼이 큰 깨달음을 준다. 느리게 가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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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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