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고민하는 것이 아닌 증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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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고민하는 것이 아닌 증명하는 것입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12.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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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Up 청년창업가 | 임용신 터틀크루 대표
임용신 터틀크루 대표

삶에서 변하지 않는 진실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본질을 잃지 않는다면 계획이 변하는 것 또한 우리가 자연스레 감내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많은 변화의 과정들을 지나왔고, 그 결과들을 마주하고 있다. 임용신 터틀크루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팬데믹 기간 중 강화된 방역지침으로 커피전문점 영업시간과 매장 취식이 제한되면서 카페 검색 서비스가 위기를 맞이했고, 커피 큐레이션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했다. 계획은 바뀌었지만, ‘기술을 통해 누구나 나만의 취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터틀크루의 철학은 그대로다. 똑똑한 커피구독 서비스, 카페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임용신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보자.

 

Q. 터틀크루 설립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창업하게 되신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스무 살 무렵부터 플랫폼 회사를 경영하는 게 꿈이었어요. 경영학 서적에 처음으로 O2O 플랫폼이 막 등장하던 시절이었는데, 플랫폼 서비스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꾼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창업을 하기 전에는 광고 미디어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소상공인 구좌를 분석했는데, 카페 업종의 광고가 거의 없더라고요. 우리나라에 카페가 이렇게 많은데, 카페 사장님들은 왜 광고를 안 하시는 걸까 궁금했어요. 조사해보니 아예 광고를 포기하신 것이더라고요. 흔히 말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카페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시장 자체가 아주 기형적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었어요. 광고를 열심히 해봤자 대형 프랜차이즈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죠. 소상공인 카페 사장님들도 시장 안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터틀크루의 첫 서비스 어바웃카페가 시작되었습니다.

방문 지역, 방문 목적, 방문 인원에 따라 적합한 카페를 큐레이션 해주는 카페 검색 서비스였어요. 신뢰도 낮은 과도한 광고 콘텐츠로 피로감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어바웃카페가 적절한 솔루션이 되었는지 빠른 속도로 사용자가 증가했습니다. 전국에 있는 700여 개의 카페가 플랫폼에 입점했고, 플랫폼 파워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2천여 개의 카페에 직접 방문해 파트너 입점을 제안하며 열심히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어요.

 

Q. 첫 시작은 커피구독 서비스가 아니었군요. 카페 검색 서비스에서 커피구독 서비스로 전환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힘은 들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니 매일 신나게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닥쳤고,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해 아예 카페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저희 서비스에는 치명적이었죠. 사용자들이 카페에 갈 수 없으니 카페를 검색할 일이 줄었고, 어바웃카페의 서비스 효용성이 급격히 떨어지더라고요. 직접 방문해 입점을 제안하던 활동에도 브레이크가 걸렸어요. 방문 영업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서비스를 설명하기도 전에 안 좋은 시선을 받기도 했죠. 좌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쯤 풀릴까 생각하며 친한 사장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어요. 가만 보니까 손님들이 카페에 들어와 원두를 200g씩 사가더라고요. 사장님께 여쭤보니 소량으로 원두를 사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셨어요. 홈카페 시장에도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듣게 되었고요. 그때부터 시장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아예 도시 전체가 봉쇄되기도 하는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살펴봤더니, 정기배송 서비스들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보다 3배 가량 높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럼에도 원두를 사다가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일에는 약간의 심리적 허들이 있어요.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등 원산지도 다양하고 품종이나 가공법 등 따져봐야 할 것들도 많고, 내가 어떤 커피 취향을 가졌는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죠.

그래서 카페 검색 플랫폼에서 활용했던 큐레이션 개념을 홈카페로 옮겨, 커피를 취향에 맞게 정기 배송하는 카페박스 서비스를 런칭했어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했고, 카페검색 플랫폼을 계기로 안면을 튼 사장님들이 선뜻 같이 해보겠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전국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요. 파트너 브랜드들도 제주, 강원,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커피를 로스팅해주고 계십니다.

Q. 카페박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어떤 목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게 되셨는지 터틀크루의 철학도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카페박스의 목표는 누구나 쉽게 다양한 커피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에 좋아하는 카페를 하나씩 들여놓는 것이 목표이고, 이 목표를 카페박스라는 이름 안에 담았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 뭐 좋아해?’라는 질문에 답변을 유독 잘 못한다고 해요. 나만의 취향을 가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터틀크루는 기술을 통해 누구나 나만의 취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고요. 하루 서너 잔씩 마시면서도 취향을 잘 알지 못하는 커피 영역부터 저희의 철학을 녹여내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카페박스 서비스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저희는 카페박스를 커피계의 넷플릭스라고 부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다양성큐레이션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다양성이란 단순하게 많은 종류를 구비해 놓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종류가 마냥 엄청 많다고 해서 고객들이 다양함을 느끼진 않거든요. 넷플릭스에 수많은 콘텐츠들이 있지만 우리가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뭘 볼지 찾는 건 아니잖아요? ‘다양하다고 말하는 사용자의 말속에는 뭘 선택해도 마음에 든다’, 혹은 내 마음에 드는 게 많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의미로서의 다양성은 뭘 선택해도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품질이 굉장히 좋아야 해요. 카페박스로 상품이 입점될 때 MD들이 24개 항목을 기준으로 철저히 품질을 평가합니다. 그리고 Q-grader 자격이 있는 품질위원회가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하고요. 절차를 거친 커피에 데이터를 라벨링해요.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커피도 신선도가 굉장히 중요해요. 로스팅하는 순간부터 생명력을 잃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카페박스는 고객들이 신선한 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로스팅 후 3일 안에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두 번째 의미로서의 다양성은 고객 각자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많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 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을 제공합니다. 커피를 받아 맛본 뒤에는 고객이 열매노트를 작성해요. 열매노트에는 커피의 세부 항목에 대해 평가할 수 있어요. 이 내용을 알고리즘에 학습시켜서 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을 제공합니다. 배송받는 한 패키지 안에 단일 종류의 커피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브랜드의 고객 취향 맞춤 커피들이 들어있어요. 집에서도 내 취향에 맞는 다양한 커피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카페박스의 경쟁력입니다.

 

Q. 터틀크루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이 일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으신가요?

팀 내에서 자주 나누는 이야기인데, 홈페이지에 있는 리뷰들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어요. 그리고 파트너 브랜드에서 고맙다고 연락이 올 때 많이 감사하죠. O2O 플랫폼을 운영하니까 고객과 파트너사가 많이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저희가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파트너 브랜드에서 흔쾌히 함께하자고 해주실 때, 서비스 구독자들이 카페쇼에 찾아와 인사해주실 때 우리가 가는 길이 틀리진 않았구나 생각하기도 하고요. 2022년 초에 구독자 수가 폭증하면서 새벽 5시에 퇴근을 했거든요. 그때도 매우 기뻤습니다.

Q. 반대로 힘들었거나 어려웠던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2021년 연말을 기준으로 정부 지원사업에서 수차례 떨어지고, 미팅을 진행했던 다수의 투자사로부터 투자받지 못했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고민도 됐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화이티! go! go!’ 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은 서비스 신규 버전을 오픈했는데, 시스템 상에 구독자들의 결제카드를 재등록해야 했어요.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놀랐는데, 팀원들과 한분 한분께 연락 드리고 카드 재등록 요청을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같이 힘내준 덕분에 많은 이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고요.

그리고 사실 지금도 많이 힘들어요. 팀원들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그것과 관계없이 경기가 좋지 않아서 힘이 빠지거든요. 충분히 잘해온 팀원들한테 정말 잘했다고만 말하고 싶은데, ‘잘해왔지만, 앞으로 더 잘하자는 이야기를 해야 할 때 힘이 듭니다.

 

Q.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저도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몸으로 부딪치며 헤쳐나가는 중이라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깔끔하게 말씀드리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저의 고민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요즘 좋은 팀원들을 많이 모셨는데 팀원들과 다양한 주제로 조율할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신뢰할만한 리더가 될 수 있을지도 많이 고민하고 있고요. ‘응답하라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PD가 유퀴즈에 나와 했던 말인데, 연출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능력을 빌려 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창업가도 딱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계속 전진하고, 확장하다 보면 어디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전부 캐치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늘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생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거든요. 최종 책임은 늘 저에게 있지만,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CS, 개발팀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능력이 없다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거예요. 팀원들과 무엇이든, 어떤 상황이든 현명하게 잘 조율하면서, 신뢰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Q. 창업 과정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경제 상황과 연관 지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무리하게 경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서류 몇 장으로 굉장히 쉽게 융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장경제가 빠르게 변하면서 융자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모두가 다 다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 급변하는 시장을 겪으면서 , 창업이라는 게 원래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크지!’라는 생각을 다시 새길 수 있었어요. 오히려 규모가 작은 지금의 시점에서 급변하는 환경을 마주하고,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스타트업의 구조 자체가 끝없는 실패를 통해 유니콘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를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 아버지께서 항상 잘될 때는 차갑게 생각하고, 잘 안 될 때는 뜨겁게 뛰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거든요. 근데 사업이 지금 당장 잘 된다고 해서 무리하게 융자를 받거나 경영을 확장시켜 놓으면 예기치 못한 실패가 닥쳤을 때,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기가 어렵고, 초조하고 급한 마음이 앞서는 것 같아요. 이제는 늘 그 아버지 말씀을 새기며 사업을 일구어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예비 창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조언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어색한데, 시작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창업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창업하고 지금까지 어려운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 중 언제가 가장 머리 아팠냐고 물어보시면, 창업을 할까 말까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웃음). 온갖 변수들을 떠올리면서 상상과 걱정이 반복되기도 하고, 만류하는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창업을 하고 나니, 별 일이 아니거나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더라고요. 결국 3년을 버텼고, 만류하던 주변 사람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응원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걸 보면서 창업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사업을 시작하고 나면, 창업 전에 그렸던 꿈과 비전이 무색할 정도로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쁠 때가 많아요. 존폐를 위협하는 정도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어요. 창업하기 전에 여러 가지 케이스를 두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고민을 확장하기보다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내가 자신이 있는지만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하고 싶은 비즈니스의 본질적 측면에서 자신이 있다면 남은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마지막으로, 터틀크루의 향후 비전,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까운 미래에 커피뿐 아니라 홈카페 기구, 용품 등까지 품목을 넓혀갈 예정이에요. 티 큐레이션은 이미 추가되었고요, 서비스 고객이 서로의 취향을 나누고 홈카페를 자랑할 수도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로도 확장할 예정입니다.

브랜드 파트너들을 위한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로스터리와 소규모 카페 간 B2B 거래의 경우 계산서 발행을 근거로 후불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많아요. 근데 카페업 특성상 단기간에 업장이 사라지기도 해서 미수금이 엄청 쌓인다든지, 문자나 전화로 발주가 이루어져 실수가 생긴다든지, IT가 살짝 접목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서 공급자분들이 제품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해드리려고 해요. 또 국내 기반으로 쌓이고 있는 데이터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고 판단해서, 그것들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사진 제공 / 임용신 터틀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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