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동작,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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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동작,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치료합니다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3.01.02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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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업 | 김하람 예술심리치료사

최근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각종 스트레스와 심리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동작, 무용, 음악, 미술 등 예술 활동을 매개로 심리치료를 하는 전문가를 예술심리치료사라 한다. 다양한 예술심리 분야 중 무용동작을 통해 사람를 치유하는 김하람 치료사를 만나본다.

 

예술심리치료는 음악이나 미술, 연극, 무용, 시 등 예술이라는 방법을 통해 내담자의 감정이나 경험을 표현하게 하면서,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 학대를 받거나 폭력적인 사건을 경험했을 때, 그것을 말하는 것 자체가 공포나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데, 예술은 그러한 불안을 감소시키면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심리치료 대상자 또한 매우 다양하다. 조현병, 발달장애 등과 관련해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진단을 받은 대상자들도 있고, 학교나 가정에서 교우관계, 폭력사건, 소통문제 등을 겪는 대상자들도 있다. 요즘에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불안, 적응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고, 5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은 언어발달 지연, 사회성발달 지연 등의 문제를 경험한다.

예술 활동 경력과 심리치료가 만나

저는 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무용동작 심리치료를 하고 있어요. 아동심리센터나 학교 등 관련 기관과 연계가 되어 있죠. 대상과 상황에 맞게 기간을 정해서 단기, 중장기 형태로 진행하고, 일반 학생들 외에 소외계층,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직접적인 심리치료 외에도 공공예술 프로젝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죠. 심리치료는 다각적으로, 대상에 맞춰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주의력이나 관계 맺는 방식의 성향을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치료적 구조를 만들어가며 목표를 설정합니다. 아동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를 진행합니다.”

김하람 치료사의 경우, 심리치료 현장을 잘 알진 못했지만 전부터 몸을 사용하는 예술 활동을 해온 경력이 있어 몸의 경험, 심리적 경험들을 심리치료에 접목해 무용동작심리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몸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것도 좋았지만, 보편적인 움직임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치료사에게 요구되는 책임감과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무거웠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직업에 대한 만족감과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분야가 대부분 석사, 박사 과정에 있다 보니 저도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했어요. 처음에는 관련 자격증을 먼저 취득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제가 전공이 다르다 보니 실제 필드에서 일을 하려면 신뢰성을 위해 석사 등의 대학원 과정이 필요했죠. 공부를 하면서 공신력 있는 학회나 협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들도 취득해야 하고요. 간혹 정식적인 교육, 훈련 없이 심리치료를 하는 분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치료사로서의 관점을 배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지와 정서, 그리고 신체를 함께 다루는 무용동작심리치료

일반적인 상담심리치료는 대화와 말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예술심리치료는 일반 상담에 예술적 매개가 더해져서 진행된다. 그렇다보니 일반 상담은 인지적인 접근이 많은데 비해 무용동작심리치료는 움직임, 표현방식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신체는 정말 다양한 기능과 기억을 담고 있는 그릇입니다. 사람에게 인지와 정서, 신체 모두 중요한데 ‘top to bottom’이 아니라 ‘bottom to top’, 즉 감각을 통해 인지와 정서가 바뀌어지는 부분이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대상에 맞춰서 치료 프로그램 내용, 치료 속도 등을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조사도 많이 하고, 병명, 이슈의 특성들을 조사하고 이에 맞춰서 전략을 짜고 도구들도 준비하죠. 하지만 언제나 돌발상황이 발생하고 대상자의 반응을 보면서 맞춰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변경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수십 가지 대안들을 함께 준비해 둡니다.”

대학원 시절 김하람 치료사가 관심 갖게 된 분야는 다름 아닌 트라우마. 트라우마의 범주는 굉장히 다양해서, 과거 세월호 사건이나 최근 이태원 사건처럼 국가 재난의 큰 이슈도 있지만 개인이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압박을 느꼈거나 낙상 등 삶 전반 속에 있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서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에 사회적 관계 내에서 그런 것들이 잘 해소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 다루어지지 못하면 당시 느꼈던 심리적 불편감이 몸에 남게 되고 이것이 산만함, 우울감, 고립감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단순히 시각적인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고요. 실제 이번 이태원 사건의 경우, 언론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시각적인 자극들이 배포되면서 이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볼 때마다 치료사로서의 책임과 의무감을 느끼게 됩니다.”

몇 년 전, 무용 예술계 안에서 실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용관계자들이 지지하고 다각적으로 지원해서 피해자가 승소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김하람 치료사가 활동하던 오후의 예술공방이라는 단체에서 이를 주제로 공연을 기획했고, 그녀도 함께했다.

“‘오후의 예술공방은 폭력, 국가재난, 세월호, 성폭력, 기후 관련 등 사회 이슈를 주제로 공연을 하는 단체에요. 당시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활동에 작게나마 함께하면서 관련 공연을 준비하기도 하였고, 그러면서 연대자,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피해 생존자는 사건 이후 일터나 사회에서 단절되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일상회복 치유 프로그램을 도모하는 예술가, 연대인, 생존자들이 모였다. 김하람 치료사도 그 팀과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일상회복 치유프로그램 제작에 3년간 참여하고 실행하였다.

생존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기 때문에, 학문과 이론의 언어가 아니라 실제적인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가깝게 듣고 함께할 수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재 진행형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치료사는 내담자와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게 아주 중요한데요, 이 과정에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제 안의 어떤 벽이 많이 허물어진 것 같았고, 성폭력 관련 이슈와 현상에 좀 더 익숙하게 되었어요. 제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냈다가 아니라, 이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일상 속의 아주 가까운 일들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생존자, 연대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의미 있었습니다.”

타인과 평등하고 유연하게 교류할 수 있는 태도 중요

현실적으로 심리치료의 특성상 내담자의 의지에 따라 치료가 좌지우지될 때가 많다. 초기에 논의를 통해 치료 기간과 방법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해도 내담자 또는 보호자의 상황에 따라 갑자기 변경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갑자기 종결되는 경우도 있다. 심리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의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전에 단기에 눈에 띄는 효과를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당사자나 보호자들이 겪는 상황과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에요. 나아지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럴 때일수록 더욱 전문 치료사의 이야기를 믿고 따라줘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담자들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상황과 상태가 좋아지고 마지막에 좋은 마무리와 헤어짐의 시간을 잘 가질 때 개인적으로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서로 그간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다독여주고 고마움을 전하는 거죠. 좋아졌기 때문에 헤어질 수 있는 거니까 좋은 헤어짐인 거죠.”

전문적인 치료사로 성장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좋은 관계망이다. 열심히 혼자서 공부하고 능력을 키워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잘못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치료사는 좋은 관계망 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동역자, 스승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치료사도 힘든 상황을 만나기 때문에 관련 분야 관계망 안에 있으면서 이런 부분을 잘 해결할 수 있고, 이에 대해 다른 사람과 오픈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 인정하지 않고 혼자 주먹을 꽉 쥐고만 있으면 안 되는 거죠.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 보고, 타인과 평등하고 유연하게 교류할 수 있는 태도가 치료사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심리치료라고 하면, 음악, , 미술 등 각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수 있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다. 특히 무용동작심리치료의 경우 춤을 잘 춰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무용동작심리치료는 춤이라기보다는 움직임(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것이고, 춤의 요소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는 분야이다.

물론 저는 무용 관련 분야에서 활동을 하던 사람이지만 무용동작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춤을 잘 추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몸의 동작, 움직임을 이해하고 감각적으로 몸이 편안해지는 게 더 중요하죠. 게다가 심리치료는 철저하게 대상에 맞춰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절대 춤을 추는 게 메인이 될 수 없어요. 무용동작심리치료가 예술심리의 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신체를 소유한 각 개인을 정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먼저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일단 경험을 해보면 다들 좋아하고 매력을 느끼시거든요.”

무용동작심리치료는 아직 많은 알려진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심리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몸에 대한 관심과 연구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무용동작심리치료는 더 많이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김하람 치료사도 이 분야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사진제공김하람 치료사

김하람 예술심리치료사는

) 무용동작심리치료사, 오후의 예술공방 소속 무용수, ()-여자의 착지술 운영단

2013년 국민대학교 종합예술대학원 Dance Theatre 현대무용 전공

2019년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전문대학원 표현예술치료학과 무용동작심리치료 전공

2019년 서울문화재단 청소년인문예술교육사업 예술가 교사 TA

2020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위한 통합예술치유 프로그램 <-여자의 착지술>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2021년 아동심리발달센터 자람 무용동작치료사

2021<아직 가닿지 못한 그곳, 찬란한 벌판> [전사의 땅] 출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022년 굿네이버스 경기구리남양주지부 좋은마음센터 협력 치료사

2022<오늘의 날씨> 출연 @댄서스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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