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묻혀 있는 탄소가 어떻게 전 인류를 위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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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묻혀 있는 탄소가 어떻게 전 인류를 위협하는가
  • 오명철 기자
  • 승인 2023.01.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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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이야기 / 수 나탈리(Sue Natali)

사람들에게 제가 북극과학자라고 말할 때마다 늘 이런 질문을 먼저 받습니다.

거기 얼마나 추워요?”

, 북극은 꽤 추워요. 영하 40도에서 야외에서 일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2019년 여름엔 전혀 춥지 않았어요.

그해 여름, 저는 제 연구팀과 알래스카 유콘-쿠스코큄 삼각주에 있는 유픽족과 추픽족의 원주민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죠. 그곳까지 수백 파운드 무게의 장비들을 들고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툰드라 지역을 지나야 했습니다. 섭씨 30도였어요. 바람도 불지 않고, 그늘도 찾을 수 없고, 눈이 닿는 데라곤 끝없이 펼쳐진 툰드라뿐이었죠. 설상가상으로 1년 전에 갔을 때에 비해 땅이 엄청나게 변해 있었어요. 지반이 가라앉고 갈라지고 있었죠.

 

동토 속에 엄청난 양의 탄소, 지구 위협

북극에서 10년 넘게 일해왔지만 이런 급속도의 변화를 목격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보이지 않는 변화들을 측정하기 위해 북극에 갔죠. 북극의 변화가 지구 기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저희는 에디 공분산 타워라는 장치를 설치했는데요. 여기에 설치된 여러 장비들로 온실가스의 변화를 측정합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가스의 지표면과 대기 중 변화량을 측정하죠. 근본적으로 마치 지구의 호흡을 측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주변의 땅이 무너지고 있던 이유는 바로 영구동토층이라 불리는 영구적으로 얼어있는 땅이 녹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해빙이 시작되면 무너지는 대지가 북극의 광대한 툰드라 지역과 북쪽 수림대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북극 주민들의 보금자리와 그들의 생활 방식을 위협할 수도 있죠. 여러분의 집을 받치고 있던 땅이 갑자기 내려앉는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뿐만 아니라 동토 해빙은 지구상 모든 인류를 위협합니다. 동토 속에 엄청난 양의 탄소가 얼어있는 상태로 잠들어있고, 그 탄소가 녹으면 온실가스가 되어 대기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기온은 더욱 오르고 동토 해빙도 더 늘어납니다.

,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러분 시각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21세기 말이 되면, 동토 해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다 온실가스 배출국들의 배출량과 맞먹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미국의 배출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이보다 많을지도 몰라요. 미국은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죠.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극 주민들과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동토 해빙을 관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 연구의 규모는 이 거대한 난관을 헤쳐나가기에 충분치 않았습니다. 동토 해빙의 책임이 단지 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그 어떤 국가도 북극 전역에 걸쳐 해빙의 영향을 추적 관찰하는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여기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측정되지 않은 것들은 고려 대상에서 빠지니까요.

동토 해빙에 따른 탄소 배출량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책 수립자들은 이것을 결국 제외시켜 버립니다. 탄소 배출량의 목표 수준이 재앙 수준의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인 것이죠. 동토 해빙에 무지한 것은 미국 같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를 국가 간 기후 협약에서 제외해버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죠.

우리는 북극 전역에 걸쳐 어디에서 동토 해빙이 발생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10, 50, 100년 후의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야 합니다. 이 질문들에 답하려면 하나된 커다란 노력이 필요하며, 이 문제의 심각성에 맞는 대규모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계획이 있습니다.

동토해빙해결단이라는 새로운 야심찬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북극 주민들과 과학자들, 토착 지식가들, 그리고 북극 기후 정책 제안자들의 연합을 만들어 이 사안이 요하는 긴급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기후 변화 추세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다 함께 생각을 넓히기 위해 이 팀을 꾸렸습니다. 더 과감히 움직이고, 국경의 경계를 넘어 협력하여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죠.

이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북극 전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선 단 몇 개의 관측탑만으로 북극 전역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단 몇 개만 1년 내내 가동되며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측정하고 있는 수준이죠. 그래서 우리는 전 세계의 과학 전문가 팀과 협력하여 관찰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전략적으로 배출량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북극 전역에 새로운 장비들을 설치하여 현재 추적 관찰이 이뤄지지 않는 외진 곳까지 관찰하려는 거죠. 새로운 관측소를 단 10개만 세워도 동토 탄소 배출량 측정의 정확도가 많이 향상될 것이고, 이것이 세계 기후 정책 수립과 관련하여 부정확성이라는 걸림돌을 해결해주리라 믿습니다.

기후 위기는 결국 인권의 위기

하지만 최첨단 과학만으로는 부족하죠. 동토 해빙에 따른 탄소 배출량까지 고려해서 세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우도록 해야 합니다. 동토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지 않는 해가 있을 때마다 부지불식간에 더 심각한 기후 온난화에 잠식될 테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선도적 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이 새로운 지식이 최고위 논의 테이블에 올려져서 세계 기후 정책 수립에 있어 동토 해빙이 반드시 고려되어 제대로 된 감축 목표가 설정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가장 대담한 기후 행동에도 불구하고 동토는 녹아내릴 것입니다. 현재도 발생하고 있죠. 바로 지금, 북극 전역에 걸쳐 주민들은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그들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죠. 그래서 저희는 저희 팀원들과 동토에 거주하는 저희 파트너들과 함께 이 관측 시스템과 장비들을 가져가서 북극 사회에 동토 해빙이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평가하고, 기후 적응 계획을 함께 마련하여 북극 주민들의 건강, 복지, 인권을 보호 관리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보완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북극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또한 기후 위기는 결국 인권의 위기라는 사실과 이미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현재 취하고 있는 이 기후 행동이 있다면 미래의 위협을 상당 부분 줄이고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한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내용 및 사진 출처 / www.ted.com

정리 / 오명철 기자 mcoh98@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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