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대학 입시생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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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대학 입시생이 된다면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1.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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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대학 입시철이다. 긴장과 탄식과 후회와 환희가 연말 온누리를 휘감는다. 환희와 기쁨보다는 탄식과 아쉬움과 좌절의 소리가 더 많아 보인다. 원하는 대학 합격보다 가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전국 입시생의 1순위 지망대학들이 기가 막히게도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회인들의 현재 직무 대부분 대학 전공과 다르다

올해도 입시철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여느 때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 시대는 바뀌고 기술도 발전했으며, 세대도 교체되고 사회도 완전히 변모했는데 입시제도만은 고집스럽게 그대로다. 40~50년 전과 거의 같다. 대부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가정이 겪는 몸살인데도 참으로 다혈질이고 못참는 대한민국이 이것만은 답이 없는 모양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성숙된 민주주의와 함께 한류의 힘으로 문화 강국,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되었다. 과연 이대로 가야 하는가? 과연 대학이라는 곳이 그렇게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로또식 모험을 해야 하는 곳인가? 삶의 현장을 살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는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는가? 지금도 지옥에서 길을 묻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필자가 만약 지금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이라면 나는 지금 수험생과 그 부모들처럼 그렇게 고민하지 않겠다. 어느 대학이 더 좋을까, 어느 전공이 미래에 좀 더 유리할까, 서울이나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으로 무리해서라도 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규모가 큰 대학이 좋을까 작고 집중하는 대학이 좋을까살아갈 날이 창창한 우리 자식들을 생각하면 고민의 끝이 없고 답도 없다. 어린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막연하다. 그러니 소문에 휩쓸리고 학원가의 찌라시에 휩쓸린다. 답답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우리가 한 인생을 사는데, 대학과 전공학과가 실질적으로 우리 일상에 그렇게 많은 영향을 미쳤는가를 냉철히 생각해 보자. 대학과 학과 선택에 그렇게 예민,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미 대학 이름이나 학과 이름으로 사는 시대는 지났다. 심지어 많은 기업들은 대학 졸업장 요구 자체를 안 한다. 어느 전공을 해도 그 전공으로 평생을 사는 시대도 지났다. 어차피 여러 가지 직업으로 전환하면서 이동하면서 사는 인생이다. 한 가지 전공으로 시작하더라도 곧 다른 전공과 합치거나 전환해서 변신을 해야 한다. 우선 시작할 수 있는 전공으로 입학하고 들어가서 전과해도 되고, 그 전공으로 졸업하고 다른 전공과 융합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사회인들 대부분 대학 때 전공으로 일하지 않는다.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대학과 전공을 편하게 정하고 본인이 기회를 찾아서 공부하고 노력하고 전환해야 하는 시대이다. 어디를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졸업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로또식으로 어느 대학을 고르고 들어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서 실력을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학의 위치나 학교 이름, 학원가 서열로 대학을 고를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소통하며 각자의 개성과 상황에 맞는 교육을 시킬 수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 피끓는 청춘들의 열기와 관심사를 잘 들어주고 이끌어주는 것이 고등교육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그 관심사만 잘 유도해 주면 대학생들은 스스로 잘 알아서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미 기존 세대들을 능가하는 수준과 상식을 갖추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가르치려고 들면 꼰대가 되고 잔소리가 된다. 흔히 말하는 서열이 높은 대규모 대학들은 이런 면에서는 아니다. 학생들의 개별 관심과 관리가 어려운 구조다. 서열과 관계없는 작지만 강한 대학들이 유리하다. MZ세대 청춘들은 교수의 진정한 한 마디에 인생이 열리고 닫힌다.

학생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제공하는 대학, 그런 활동 실적이 많은 대학들이 있다. 대학에서는 교수가 가르치는 것보다는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는 여건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지식과 경험이 청춘들의 진정한 살이 되고 피가 된다. 큰 학교, 서열이 높다고 절대 보장되지 않는 부분이다.

 

지금은 평생학습의 시대다

학생들의 기업가정신과 창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대학이 미래 인재 양성에서 유리한 곳이다. 미래는 취업의 시대가 아니라 창업의 시대이다. 직장에 취업하여 월급으로 사는 것은 이제 한계가 있는 시대이다. 직장은 길어야 60세까지 다닐 수 있지만, 수명은 120세까지 연장된다. 기존 직장을 다니면 누구나 인생 후반의 절반을 일없이 살게 된다. 불우한 노후가 우려되는 인생이다.

지금 대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는 취업해서 사는 시대가 아니라 자신의 일은 자신이 만들어서 하는 시대다. 1인 기업, 1코노미, Independent worker, 엔잡러로 사는 시대다. 대학 때부터 남의 직장에 취업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것으로 기회를 만들 줄 아는 연습과 학습을 해야 한다. 서열로 줄을 세우는 대학들 대부분은 이런 실용적인 교육보다는 과거부터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업과 같은 실용적인 교육은 대학이 할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거나 소홀히 한다. 후발 대학 중심으로 이러한 실용적인 교육, 기업가정신 교육에 나서는 대학들이 많다. 학원가에서 제시하는 리스트에는 이러한 대학들이 없다.

대학을 꼭 가야만 하는가? 대학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 꼭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고한다. 지금은, 더구나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높지 않다. 학습효과도 높지 않다. 대학 교육의 내용을 배우는 방법은 대학을 가지 않고도 많다. 나중에 일을 하면서, 아니면 사회 경험을 한 후에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평생학습의 시대다.

대학에 대한 열망이 충분치 않고 직접 사회진출을 통한 기회가 확실히 있다면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도, 빌 게이츠도 사회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학을 중도에 포기했다. 맹목적인 주위의 눈치로 억지로 가지 말자. 오히려 대학을 가지 않은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는 사례들이 일상화되는 시대이다.

대학입시 문제는 지금과 같이 그렇게 노심초사할 일 아니다. 제발 대학입시 지옥에서 우리 자신부터 벗어나자. 좋은 대학 가야만 인생 성공 보장된다는 70년대 개발연대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놓고, 스스로 갇혀서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아비규환 입시지옥에서 모두 깨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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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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