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의 전지적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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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의 전지적 시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1.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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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의 대중문화 칼럼 / 문화기호읽기 11
노진화 박사(밸류커뮤니케이션 대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1878)의 첫 문장은 이렇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다. 불행한 가정은 각자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소설은 19세기 러시아 신자유주의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들의 가십과 스캔들, 명예와 희생, 죽음과 운명, 귀족의 위선과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안나와 레빈이다. 안나는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갇힌 아름답고 세련된 여성이다. 사회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었으나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다. 남편 카레닌은 아내의 외도로 사회에서의 지위를 모두 잃었으나 끝까지 가정을 지키고 싶었다. 가족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브론스키는 열정적이고 충동적이며 독립적이다. 안나를 사랑하지만, 남자의 삶도 포기할 수 없었다.

레빈은 국가의 농업형태와 소작농의 곤경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이상주의자이자 철학자이다. 그는 슈체르바츠키 가문의 막내딸 키티와의 오해를 극적으로 풀어내 결혼에 성공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숙고하며 종교적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한다. 아내 키티는 사랑과 결혼이 열정과 로맨스의 동의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해와 존중, 책임과 공유, 그리고 자신이 먼저 완벽한 파트너가 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는 도시의 사교계를 중시하며 가정을 소홀히 한다. 가정교사와 불륜은 들키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아내 돌리는 아이들 때문에 희생을 감수한다. 그를 남편으로 여기고 사랑하던 습관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https://www.livelib.ru/book/1001483714-anna-karenina-roman-v-8-chastyah-chasti-14-lev-tolstoj

사랑과 결혼

19세기 러시아의 결혼 목적은 자녀를 낳고 가계를 잇는 것이었다. 동방 정교회의 종교적 가치와 사회적 기대는 여성의 순결과 정절을 강조한 반면 남성에게는 관대했다. 안나가 사랑을 택한 결과는 불륜녀라는 낙인과 사회적 냉대였다. 그녀는 하느님,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난 그에게 벌을 주고 모든 사람에게서, 나에게서 벗어날 거야라며 열차에 몸을 던지기 직전, 십자성호를 그으며 신()에게 용서를 빌었다.

레빈과 키티는 서로 성장하는 관계다. 키티는 레빈보다 브론스키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키티가 레빈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충실한다. 레빈은 안정적인 생활을 기반으로 최신 농업 기술과 혁신에 참여하고 국가와 농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철학자 키 케고르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수용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미셸 푸코는 사랑과 결혼이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팩은 사랑은 서로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사랑과 결혼은 장기적인 관계에 필요한 인내와 헌신보다는 쾌락과 열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이 있다. 톨스토이는 소설을 통해 결혼은 쾌락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와 인내의 미덕, 서로와 가족에 대한 깊은 헌신, 자애심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기차역이었는가

기차는 19세기 러시아의 급속한 산업화 메커니즘과 서유럽 사회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근대성과 진보를 상징한다. 사람마다 기차를 타는 사연도, 기다리는 사연도 다르다. 이는 새로운 시작이나 새로운 목적지의 가능성이며, 현재 상황이나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안나의 사랑의 시작과 끝도 기차역이다. 안나는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에서 브론스키와 처음 만났고, 철도역에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은 단절이다. 죽음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두 남자를 파멸시킨 비열하고 추악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브론스키도 기차를 죽음의 엔진으로 사용한다. 안나가 관계를 끝내기로 했을 때 깊은 상실감과 절망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안나가 죽은 후, 장교로서 전쟁을 위해 기차에 오를 때는 지난날의 사랑과 열정이 아니었다. “나는 전쟁에서 쓸모가 있겠죠.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난 폐인입니다며 자신을 전쟁의 도구로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과 욕구, 트라우마는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단된 욕망과 분노, 적대감은 자기 공격으로 전환되었다.

 

레빈의 3인칭 전지적 시점

소설은 전지전능한, 즉 모든 것을 아는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된다. 3인칭 시점은 서술자의 눈으로 비치다가,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자신과 타자의 내면 심리를 분리하고 객관성을 드러낸다. 때문에 독자는 등장인물의 생각, 감정, 행동을 마치 관찰자처럼 볼 수 있어 갈등의 이유를 더 깊이 공감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해결되지 않은 개인적인 문제는 인간적인 도덕성, 진정성의 중요성과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다. 안나에게 행복이란, 낭만적인 사랑과 열정이었다. 레빈에게 행복이란, 자연의 조화와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이다.

레빈이 말했다. “나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면 해답을 찾지 못해 절망에 빠지곤 했다난 여전히 마부 이반에게 화를 내겠지. 그것을 후회하겠지. 그러면서도 기도할 거야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 넣을 힘이 있어!”

톨스토이는 안나와 레빈의 시점에서 행복의 본질, 사랑, 가족, 삶의 의미, 그리고 전통적 가치, 사회적 규범과 피상적인 관계의 단점을 자신의 철학적, 도덕적 신념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내 인생을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본다면, 내 삶의 가치, 우선순위 및 신념을 식별하고 자기 인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지금 내가 나를 바라보는 는 어떤 모습인가. 상황과 감정을 분리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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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는…

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밸류커뮤니케이션 대표(現)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콘텐츠 &인지기호 LAB 연구원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즈니스 평가위원

(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심사위원

(전) 송파구청 자문위원

realroji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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