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황에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큰 직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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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상황에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큰 직업이죠!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3.02.02 15: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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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 / 김하영 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긴급하게 치료가 필요하거나 응급상황일 때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사람들을 구급대원이라 부른다. 구급대원은 환자를 응급처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과는 다른 정리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환경에서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신속히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 이송 병원과 응급처치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크다. 때로는 비응급 환자를 이송하거나 악성 민원인을 상대할 때도 있다. 현재 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하영 씨를 만나 구급대원의 일과를 들어보자.

 

액티브한 성격에 맞아 구급대원에 도전

국군간호사관학교 육군 간호장교로 임관 후 6년간 근무하고 대위로 전역한 김하영 씨. 전역에 맞춰 소방시험을 준비한 그녀는 현재 119서울소방 은평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학생시절 군인이 되려고 했던 이유가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어릴 적부터 사람들을 좋아하고 특히 활동적이고 운동신경도 좋았거든요. 그래서 간호장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복무를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좀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당시 군 병원에서 일을 했는데 응급실에 있을 때 가장 즐겁고 큰 보람을 느끼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런 일이 액티브한 저의 성격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간호장교 업무도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실제적으로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전역준비와 함께 소방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군 의무 복무 6년을 채우고 본격적으로 구급대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하영 씨는 군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소방시험도 병행해 준비했다. 당시 소방대원 출신인 지인 덕분에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지만, 전역 말에 업무에 주력하면서 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 시간 부족은 오히려 절박함과 간절함을 가져다 주어 정말 밀도 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군 복무도 열심히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 처음에는 시험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시험과목이나 공부 내용이 아니라, 10명도 안 되는 여자 구급대원 모집인원 수였어요. 100명씩 뽑는 남자 인원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수였죠. 제 고향인 광주 지역은 여자를 4명 뽑았어요.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데 모집인원도 적으니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그런 여건들이 저에게 간절함을 주었고 저는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운도 따라주었다. 하영 씨가 지원하던 그해에 서울시에서 최초로 여자 모집인원을 20명으로 증원했던 것. 그녀는 시험 난이도가 아주 높은 시험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필기시험에서 전과목 100점을 맞으면 붙는다고 생각했고, 무조건 한 문제도 틀리지 않는 100점을 목표로 공부에 전념했다.

구급대원은 필기시험 외에 체력시험도 중요하다. 그녀는 유연성 테스트를 준비하다 햄스트링을 다쳐 3주 동안 고생했다. 그때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고 공부에 주력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2019년 가을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다.

구급대원, 소통능력이 매우 중요한 직무

합격 후 서울소방학교에서 3개월 동안 본격적인 훈련을 받았다. 사실 군 시절부터 많은 훈련을 받아왔기에 크게 두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군 훈련은 전쟁을 대비해 상대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면, 소방학교 훈련은 상대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초점을 두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아 훨씬 더 어렵게 느껴졌다.

소방학교 훈련 때는 훈련이 끝나고 막상 현장에 가서 사람을 못 살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 두려움 때문에 훈련이 어렵게 느껴졌고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 와서 일을 해보니 응급환자를 살리는 것만큼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능력도 중요하고, 힘쓰는 것만큼 상황과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무엇보다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하기 때문에 훈련기간에 느낀 두려움이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게다가 팀원을 너무 잘 만나서 출근길도 힘이 났고요.”

하영 씨가 생각하는 구급대원의 자질은 어떤 상황에서도 놀라지 않고 차분해야 하며,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설명을 잘해야 하고, 사람 만나는 걸 어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이 힘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힘이 세면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에 대한 경험이 더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구급대원의 일과는 어떨까?

하영 씨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대원은 출근 후 바로 전 팀으로부터 인계를 받고, 구급차량의 장비를 점검한다. 행정업무도 일부 있다. 대기 중에 벨이 울리면 출동지령이 떨어지고, 업무 핸드폰에 대략적인 신고내용이 뜨면 1분 안에 구급차를 타고 바로 출발한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신고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가는 길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합니다. 도착하면 상황을 판단해서 바로 처치를 하거나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을 하고요. 사실 구급대가 소방이나 구조보다 연간 출동횟수가 100~200배 많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쉽지 않고, 너무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출동 마치고 돌아오면 서로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고 격려하는 걸 잊지 않습니다.”

그녀가 일하는 근무지는 지역 특성상 노인들이 많아 그런지 사시사철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아침부터 낮까지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다. 그나마 낮에 출동하면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의 선택지가 많지만, 야간에는 선택지 자체가 한정적이라 더 어려움을 겪는다. 그 순간순간에 생사가 오가기에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구급대원으로서 누군가를 살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로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는 마음이 정말 안 좋아요. 임용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거의 100세가 다되신 할머니가 돌아가신 적이 있었어요. 가족들이 다 모인 날 밤에 평소처럼 잠이 드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숨을 안 쉬셔서 신고를 하셨더라고요. 사실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시니까 가족들이 어느 정도 죽음을 예상하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자녀들이 너무 슬퍼하면서 우시는 걸 보니 제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별은 어떤 경우든 슬픈 것이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리고 노인분들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살린 경험보다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더 많아요. 그래서 제가 혹시나 죽음에 대해 너무 차갑게, 냉철하게, 건방지게 대하진 않았나 돌아보게 돼요. 돌아가신 분과 가족을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죽음이 있기에 지금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상치 못한, 황당스런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 것이 구급대원의 삶이다. 특히 허위신고가 있을 때는 몸도 마음도 허탈해진다. 급하게 출동해서 가보니 음주 상태에서 정신없이 그냥 신고한 경우도 많다.

허위신고도 심각하지만,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는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을 해야 하는데, 현장에 가보면 길가에서 손을 흔들고 저희를 반겨(?) 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때로는 가족도 있고 이동할 수 있는 차도 있는데 119를 타면 병원에 편하고 빨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부르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자치 구마다 구급차량이 8~9대 정도밖에 없는데, 이기적으로 자신들의 편함만 생각하는 분들을 보면 화가 나죠. 이런 분들 때문에 진짜 응급환자를 놓치면 안 되니 진짜 필요한 상황에서만 신고를 하셨으면 해요.”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

언론에서 가끔 구급대원들이 난동을 부리는 시민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보도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소수라고 한다. 그녀는 구급대원에게 감사 표시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감사 표시를 정말 많이 해주세요. 저희는 봉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인데도, 감사 인사를 많이 해주시니까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죠. 군대 있을 때는 잘해도 칭찬을 받거나 감사 인사를 듣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감사를 받으니 너무 기뻐요. 그리고 손자 손녀처럼 챙겨주시니까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어떤 직업을 해도 이런 인사는 못 받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이런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저의 역할을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합니다.”

구급대원 중 원하는 사람은 본인 역량과 희망사항에 따라 승진 시험을 봐서 빠르게 승진하는 경우도 있고, 신고를 토대로 구급차를 보내는 소방상황실에서 일을 하거나 현장 활동을 계속 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구조나 화재진압 등 다른 분야로 가기도 한다. 그러나 하영 씨는 현장 일이 좋아 현장에서 계속 일하는 구급대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일한 기간이 길지 않기도 하고, 현장 구급일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다치지 않고 건강이 따라준다면 앞으로도 쭉 즐겁게 현장에서 일하는 구급대원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구급대원이 된 후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있는데, 1년 동안 꾸준히 써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하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구급대원을 알리고 싶고요. 119하면 화재진압이나 구조를 많이 떠올리는데 어찌 보면 시민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건 구급대원이거든요. 119하면 구급대원을 많이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쓰고 있는 소설 <구급대원 도곤용의 이야기>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사진이상미 기자

네이버 블로그 <구급대원 도곤용의 이야기> https://naver.me/FAQJbC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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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건 2023-03-04 17:14:17
크~ㅋㅋㅋ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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