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영문법을 제일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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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영문법을 제일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3.02.0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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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y Life | 이경현 영어유치원 교사

따스함을 잃지 않는 힘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될까. 스타트업 마케터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영어유치원 교사가 되기까지 길고 깊은 고민의 시간을 지나온 이경현 씨를 만났다. 커리어 전환까지의 과정과 지금 누리는 행복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생동하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어린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사랑을 주고받는 자리에 있기에 따스함을 잃지 않는 힘이 더욱 빛난다. 그가 그리는 꿈이 무엇인지 함께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국제 영어유치원에서 5세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유치원 교사로 일한 지는 5개월 남짓 되었고요. 이전까지는 스타트업 소속의 마케터로 4년간 일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9시에요. 915분부터는 아이들이 등원을 합니다. 저는 1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8시까지 출근해요. 출근해서 당일 진행할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해요. 모든 일과는 수업에 맞춰 진행됩니다. 원어민 선생님 1인과 이중언어 선생님 1인이 한 반의 담임을 맡는 체계이고요.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하실 때는 교무실에서 제가 맡은 다음 수업을 준비하거나 학부모 상담을 합니다.

아카데믹한 수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원어민 수업과 다르게 저는 다양한 활동과 필수적인 글로벌 매너 등을 배우는 수업을 맡고 있어요.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이 영어유치원인 동시에 영어 학원이기도 해서 초등학생들 대상의 수업도 진행합니다. 주로 영어 문법을 가르치는데, 영어 문법을 영어로 가르쳐요. 수업을 전부 마치면 오후 5시쯤이 되고요. 그때부터 한 시간 동안 다음날 수업을 준비합니다.

 

Q. 마케터에서 유치원 교사로 커리어 전환을 하셨는데요.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왜 영어유치원 교사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셨는지, 현재 하고 계신 일을 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마케팅이라는 분야에서 일에 재미를 느끼려면 타깃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들의 욕구와 필요를 앞서 고민하는 일이 즐거워야 하는 것 같아요. ‘앞서는 것이 중요한 직무라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웃음). 저는 트렌드에도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들의 생각을 예측하는 일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일을 하면서 늘 물음표를 품고 있었어요. 그 물음표는 타깃고객이 어떻게 하면 이것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문장보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문장 뒤에 더 자주 찍혔어요.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한 뒤, 모두 완료되었을 때 성과가 있어야 그 물음에 답변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어요.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종종 느끼던 답답함이 마케팅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2021년에 그 생각이 깊어졌어요. 답답함으로 남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바로 이직을 하려고 보니까 어느새 마케터 구직 공고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스탑을 외쳤어요. 정말 진지하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멈춰서 생각해보기로 했죠. 1년간의 갭이어 기간이 시작됐습니다.

Q. 갭이어 동안에는 진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셨는지, 하루는 어떻게 채우셨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출근하지 않는 일상이 너무 좋아서 흔히 말하는 백수생활을 했어요(웃음). 그러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적어도 이것만큼은 꼭 달성하자는 목표를 매달 한 가지씩 정해서 실행하기도 했고요. 1월은 운전면허 취득하기, 2월은 한국사 자격증 취득하기, 3월은 주5일 필라테스 하기, 4월은 무조건 아침 7시에 일어나기 등 목표를 세우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부지런해지더라고요.

오전 시간에는 동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오후 시간에는 진로탐색을 했어요. ‘진로탐색이라고 이름을 붙이니 굉장히 심오한 활동일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았어요. 쉽게 말해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띄워둔 채로 일상을 사는 거죠. 책을 읽을 때에도, 친구를 만날 때에도 그 질문을 절대 지우지 않았어요. 무심코 지나쳤을 일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보이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하다가 무엇을 견디지 못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이 되는 순간 모든 영역에서 100% 만족하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를 덜 깎아 먹는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차적으로는 과도한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관점에서 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직업적으로 살리고 싶은 특기와 흥미에 대해 나열해봤어요.

 

Q. 어떻게 정리되었는지요?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되더라고요.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영어를 부전공했는데요. 아주 어려서부터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경험도 정말 좋아해요. 3학년 때 한 학기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진짜 미국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교환학교 리스트에서 가장 시골에 위치한 학교를 선택했어요. 사냥을 하는 것이 보통의 주말 일상인 동네이고, 주민 대다수가 백인이라 인종차별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미국 시골의 일상을 한껏 느낄 수 있었어요.

두 번째 키워드는 가르치는 일이었어요. 갭이어 중 영어유치원에서 방과 후 뮤지컬 지도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해봤거든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게 정말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새로운 언어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 둘은 조합하니 영어유치원이라는 길이 보였어요.

 

Q. 영어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싶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5세 아이들만이 가진 매력이 있어요. 아이들은 그야말로 사랑을 퍼부어주는데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기분은 정말 행복해요. 학부모 상담 중에 계속 선생님 수업만 기다린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도 정말 뿌듯해요. 영문법을 학습하는 초등생 친구들을 보면서는 조금 다른 뿌듯함을 느껴요. ‘하이밖에 못했던 친구들이 저와 함께 몇 권의 책을 떼고, 실력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일 때,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이 친구들에게도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영어를 처음 접하는 이 친구들에게 마냥 하기 싫은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크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며 즐거워하고 좋아할 때는 저도 항상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영어유치원 교사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어 교육보육이라는 측면이에요. ‘영어 교육의 영역에서는 끊임없이 연구할 수 있는 탐구심과 지구력이 필요해요. 특히 교육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똑같은 영문법도 어떤 교사는 아이들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칠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을 즐기면 잘 맞으실 거예요.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던 개념을 새롭게 연구한 방식으로 설명했을 때 아이들이 잘 흡수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거든요.

보육의 영역에서는 어른의 시선을 내려놓고 아이의 마음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아이들이 선생님과 놀고 싶어서 장난을 칠 때, 어른의 시선에서는 왜 이렇게 버릇없이 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의 시선에서는 선생님이랑 가까워지고 싶어요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먼저 그 마음을 받아주고, 가르칠 때 아이들과의 소통이 더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Q. 어떤 커리어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한데요. 단기/중장기적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적어도 3년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할 계획입니다. 초등생들을 가르치며 최근에 세운 목표는 대한민국에서 영문법을 제일 쉽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고요(웃음). 처음엔 영어로 문법을 설명하는 일이 많이 겁났었거든요. 그래서 헤더로 계신 원어민 선생님께 찾아갔더니, 수업을 몇 차례 참관할 수 있게 해주시더라고요. 수업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직관적이고 쉽게 영어로 영문법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저도 처음 영문법을 접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가장 쉽게 영문법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목표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제가 지금 평생교육원에서 한국어교원자격증을 공부하고 있거든요. 해외 어디서든 모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도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습니다.

Q. 직업이 바뀌어도 흔들 수 없는 인생철학, 혹은 직업적 철학이 있으신가요? 직업의 영역뿐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직업은 봉사의 개념이 아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경제생활이잖아요. 제 신념은 거기에서 시작돼요. 아르바이트하던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문을 닫고 일터를 나설 때, 대가에 맞는 노동을 했나 스스로 물어봐라. 그 순간 망설여진다면 그날 너는 충실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래서 어느 자리에 있든 그 질문을 늘 던지면서 퇴근하는 게 버릇이 되었어요. 스스로 당당히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일했는지 매일 체크해요.

동화 해님과 바람아시죠? 어렸을 때 그 동화가 저에게 정말 충격이었어요.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해님이었잖아요. 조금 크고 나서 그 이야기가 따스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맥락으로까지 이어졌어요. 가슴에 늘 품고 있어요. 상대가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모든 사람에게 따스함은 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요. 나로 인해 주변이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다정하게 행동하게 되고, 따스함을 느낀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원리인 것 같아요(웃음).

 

Q. 경현 님의 일과 중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순간들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이 정말 많아요. 일단 평일에는 퇴근하고 남산타워가 보이는 순간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 때 행복해요. 주말에는 6~7시쯤 일어나 일찍 문을 여는 가게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요.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여유를 한껏 즐기다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시작하는 시간대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과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해요. 오래전부터 요리하는 것도 취미로 삼고 있는데요. 주중에 하나씩 재료를 준비해서 요리에만 대여섯 시간이 소요되는 음식을 주말 내내 만들기도 하고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유를 부리며 다시 한 주를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 같아요.

 

Q. 이제 막 유치원 교사로 발을 뗀 사람들이나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 혹은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마다 각자 가르치는 스타일이 있어요. 정답은 없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이미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 장점을 교육하는 일에 적용하면 튼튼한 무기를 가진 교육자가 되는 게 아닐까 해요. 다른 누가 특출난 모습을 보여도 불안하지 않고, ‘너는 이런 특기가 있구나. 나는 이게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웃음). 높은 효능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든 적용할 수 있겠네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이미 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나만의 무기가 있다는 생각은 자아효능감의 바탕이 되고, 훨씬 더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될 거예요.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사진 제공 / 이경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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