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굴 껍데기가 특히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우툴두툴한 껍데기를 열면 그 안에는 우아한 보석이 숨어있죠.
진주는 표면이 무지갯빛으로 반들거리지만 사실 겉 껍데기와 성분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진주, 성게 가시, 홍합 껍데기, 달팽이와 조개 껍데기, 그리고 산호까지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동일한 화합물로 만들어집니다. 바로 탄산칼슘입니다.
어떻게 동일한 한 성분으로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만들까요?
연체동물, 유생으로 시작해 신속하게 껍데기 만들어
탄산칼슘 혹은 CaCO3은 육지에서 흔하고 바다에서는 더 흔하게 보입니다. 지각에는 칼슘이 많이 있는데 이것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강과 바다로 녹아들어 갔습니다. 이 현상이 현저한 곳은 열수 분출공 주변인데 여기에서 뜨거운 바닷물과 칼슘이 많은 현무암이 섞이죠.
한편,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해수와 반응하면 용존 탄산염이 생성됩니다. 매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1/3 정도가 바다로 흡수되면서 탄산염이 물속으로 매우 많이 녹아듭니다. 해저 생물들은 당연히 이 풍부한 탄산염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칼슘과 탄산염이 서로 엮여서 다양한 구조를 만드는 과정은 놀랍도록 교묘합니다.
보잘것없는 굴 얘기로 돌아와 봅시다. 수생 연체동물 대부분이 그렇듯 굴도 껍데기가 없는 유생으로 시작해 신속하게 껍데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우선 외투막이라는 기관에서 유기 기질을 분비하는데 이는 골격을 만들 단백질과 다른 분자들의 복합체입니다.
다음으로 굴은 바닷물을 여과해서 껍데기 재료와 결합할 칼슘과 탄산염을 뽑아냅니다. 굴은 이 결합체를 골격 위로 쌓는데 골격은 전하를 띠는 단백질로 덮여 있어서 칼슘과 탄산염 분자들을 끌어 당기고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 단백질 골격의 독특한 배치 구조는 연체동물 종류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껍데기 모양과 크기, 색깔도 이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되죠.
연체동물은 탄산칼슘 생성물의 모든 성분을 정교하게 조절합니다. 심지어 CaCO3를 분자 수준에서 조절하죠. 연체동물은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탄산칼슘의 두 가지 결정 구조를 만듭니다. 바로 방해석과 산석입니다. 두 화합물의 화학적 구성은 같지만 결정격자 배열 방법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방해석은 더 안정적이고 시간이 지나도 잘 용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체동물 껍데기 바깥층은 대부분 단단한 방해석으로 되어 있죠. 산석은 좀 더 쉽게 녹는 분자라서 대체로 산성 환경에 더 적당합니다. 그래서 연체동물 대부분은 껍데기 안쪽의 산석 층을 이용해 내부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산석과 단백질이 상호 교차해 쌓이면서 진주층 만들어
그런데 산석 중에서 다른 부분보다 더 견고하고 더 유용한 형태가 있습니다. 바로 진주층입니다. 연체동물은 산석과 단백질을 상호 교차해 연속적으로 쌓으면서 독특한 진주층을 만듭니다. 이는 마치 육각형 벽돌 같은 계층 구조인데 각 벽돌 층은 방향을 정렬하는 다른 유기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바로 이 진주층의 균일한 벽돌 구조가 찬란한 진주 광택을 내는 핵심 요소입니다. 내층의 두께는 가시광선의 파장과 비슷해서 안쪽 표면에서 반사한 빛과 바깥 표면에서 반사한 빛이 서로 간섭을 합니다. 광자가 진주층에 부딪치면 다층 결정 구조 사이에서 튕기면서 무지개가 번지는 것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진주층은 단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는 가장 단단하고 가벼운 생물 소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진주를 만드는 생물은 굴 외에도 많습니다. 사실 수많은 종류의 연체동물이 주요 방어 수단으로 진주층을 이용합니다. 외부 침입 기생충이나 떠다니는 모래 입자가 외투막을 자극하면 연체동물은 이 침입자들 주위를 진주층 생성 세포로 감싸고 진주낭이라는 것을 만듭니다. 진주층 생성 세포는 침입자를 단백질과 산석 층으로 둘러싸고 결국 진주낭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게 합니다. 유백색의 동그란 진주층이 적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거죠.
이 방어 과정이 바로 연체동물의 진주 생성에 대한 유력한 이론이며 이를 통해 일시적인 침입자가 불멸의 보물로 바뀝니다.
내용 및 사진 출처 / www.ted.com
정리 / 오명철 기자 mcoh98@hkrecrui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