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어마켙, 세대를 넘어 공감을 이끄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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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어마켙, 세대를 넘어 공감을 이끄는 브랜드입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3.04.0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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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Company |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기왕에 태어났으니까 멋지게 살아봐’, ‘밥 잘 챙겨먹어. 그래야 힘이다’, ‘굶으면 안돼’. 스티커로, 엽서로, 키링으로 탄생한 노인들의 격려와 위로가 2030 청년들에게 닿는다. 폐지를 수거하던 노인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그 이야기는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얻는다. ‘신이어마켙은 시니어 크리에이터가 만든 초안 위에 디자인을 더해 굿즈로 탄생시킨다. 세대가 어우러져 유쾌한 온기가 가득한 곳, 아립앤위립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Q. 아립앤위립을 소개해주세요. 대표님은 어떤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립앤위립은 201710월에 만들어졌습니다. 나 아() 자와 세울 립() 자를 씁니다. 위는 우리를 뜻하는 위(We)이고요. 우리와 함께 일하는 어르신 한분 한분이 세워지면 좋겠다(아립)고 생각했고, 세워진 이들 서로가 서로의 공동체가 되어 주자(위립)는 의미를 담아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아립앤위립을 만들기 전부터 선한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도 즐겁게 일했지만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하지만 막상 사업에 뛰어들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어요. 지난 6년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굳게 버텨온 결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어요. 저는 그냥 보통 사람이거든요. 탁월한 혜안이 있거나 불확실성을 즐기며 사업에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더 감사해요. 우리의 이야기에 주목해주시는 분들이 늘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다시 또 버틸 힘이 되거든요.

 

Q. 주로 어떤 사업,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설립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드리는 사업들을 펼쳐 왔습니다. 신이어마켙도 같은 맥락에서 전개하는 브랜드고요. 한 주에 한 번씩 어르신들과 모여 같이 손글씨를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미술 작업에 참여하신 분께 저작권료를 드리고 작품을 제품화하여 신이어마켙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어르신들과 제품화하는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스킨푸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어르신들의 작품이 담긴 화장품이 나오기도 했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브랜드에서 저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셔서 지속적으로 협업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Q.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신이어마켙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신이어마켙은 어떻게 탄생한 브랜드인가요?

아립앤위립 초기에 세월의 지혜가 젊은날에게라는 부제가 달린 인생꿀팁이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자꾸 무거워지더라고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가볍게 전달한다면 세대가 공감하며, 서로 가지고 있는 오해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생꿀팁신이어마켙으로 리브랜딩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청년 세대의 고민을 받아서 고민에 대한 어르신들의 답변을 굿즈의 형태로 만들었죠. 어르신들과 함께 굿즈를 만드는 과정과 이야기를 피드로 올리면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Q. 신이어마켙의 상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어르신들은 어떤 영역을 담당하시나요?

일단 청년 구성원들이 기획을 맡습니다.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정해지면, 이런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자고 어르신들께 설명합니다. ‘이거 그려 주세요라는 식의 주문이 아니라 기획 이해를 위한 대화의 시간이에요. 어르신들도 충분히 주도적으로 생각하실 수 있거든요. 어르신들이 생각하시는 대로 그리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어르신들이 주도적으로 작업해 탄생한 상품들의 감성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요. 그렇게 탄생한 1차 작업물을 스캔해서 굿즈로 디자인해요. 글씨나 그림을 어딘가에 새길 때도 있고, 글씨 자체를 디자인해서 스티커 등을 만들기도 하죠.

함께 작업을 하는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80세가 넘어요. 처음에는 이 활동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셨어요. ‘내가 무슨 그림을 그리냐’, ‘내가 뭘 할 줄 아냐이야기하셨죠. 근데 지난 6년 동안 어떻게 상품이 되어가는지 직접 보시고 나니, 이제는 오히려 저희에게 상품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세요(웃음).

 

Q.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일하면서 꼭 지켜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존중사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 구성원들의 나이가 26, 30, 33, 77세거든요. 요즘 사무실에서는 뉴진스 노래가 계속 나와요. 누군가 노래를 듣기 싫어하면 팀 분위기가 흐려지죠. 사실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부분은 이렇게 작은 것들이에요.

또 저희는 구성원 모두를 식구로 생각하고 늘 함께 점심을 먹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혼자 밥을 대충 때우는 일은 절대 없어요. 함께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식사하는 시간은 사실 모두의 존중과 배려, 사랑 덕분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청년 구성원 한 사람은 고기를 먹지 않고, 다른 한 사람은 김치를 먹지 않아요. 그래서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지만, 그래도 서로를 이해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정해 밥을 먹어요.

이렇게 조직마다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어요.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한다면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것은 전혀 불편하거나 낯선 것이 아니에요.

 

Q. 함께 일하면서 겪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요?

시니어 구성원이 한 주에 3일을 출근하시는데요. 출근하시는 날은 여지없이 아침밥을 먹어요. 떡을 싸오시기도 하고, 계란도 삶아 오시고, 떡볶이를 해오시기도 하거든요. 닭똥집을 튀겨오셨던 날도 있어요(웃음). 아침마다 잔치에요.

청년 구성원들의 식성을 고려해서 만두를 종류별로 튀겨오시기도 해요. 고기를 먹지 않는 구성원을 위해 새우만두, 김치 먹지 않는 구성원을 위해 고기만두, 그리고 맵싹한 맛을 위해 김치만두까지 종류별로 튀겨오시는 걸 보면서 우리를 배려하고 예뻐해 주시는 마음을 느끼죠. 출근하지 않으시는 날은 사무실이 휑해요.

 

Q.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어르신들과 함께 미술 활동을 하는데, 화요일부터 설레서 잠이 안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또 청년세대와 어른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을 때 보람을 느끼고요. 페어나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마켓을 열었을 때, 손녀가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우리 브랜드가 하는 일을 알려주면서 키링을 걸어주고, 아빠랑 같이 온 딸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을 봤어요. 우리 브랜드를 소재로 세대 간 대화가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Q. 어렵거나 고민될 때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 조직적 차원에서 겪었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지금은 딱히 어려움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때도 지나왔고요.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팬들과 소통하면서 감사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많은 분들께 기회를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할 수 있는 고용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요. 그게 저의 할 일이라고 보고요. 어르신이 이제는 못하겠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쭉 모시고 갑니다. 조금씩 조직의 수용력을 늘려가면서 차근차근 한 분씩 모시는 과정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켠에서 신이어마켙 외의 다른 사업으로도 어르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고요. 앞으로 또 어떤 영역에서 신이어준이어의 시너지를 보여드릴지 기대해주세요.

Q. 아립앤위립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르신들을 계속 만나고 있잖아요. 그만 둘 수 없어요. 활동하는 공간에도 이른 시간에 오셔서 기다리고 계시고요. 그 모습을 볼 때, 저도 정말 즐겁고 내가 이걸 어떻게 그만두지?’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어르신들이 보여주시는 변화와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죠. 신이어마켙 브랜드의 팬을 준이어라고 칭하는데, 준이어 여러분들도 그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고 응원해 주세요. 준이어 여러분들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우리 브랜드를 응원하고 공감해주시는 것도 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어요.

 

Q. 아립앤위립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가치, 꿈꾸는 세상이 궁금합니다.

노인 일자리에 관심이 많아요. 보통 만65세 이상을 노인 세대라고 하는데, 요즘엔 평균 만55세가 되면 퇴직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몸은 건강하고, 일도 더 하고 싶은데 현업에서 은퇴하면 갈 곳이 없죠. 65세 이상의 노인 세대도 마찬가지에요. 신체는 건강하고 일도 하고 싶은데 기회가 많지 않죠. 저는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든, 나이가 몇 살이든 존중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Q.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창업한 사람으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정말 확신이 있다면 버텨보는 게 답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도 아직 엄청나게 큰 성과를 얻은 건 아니지만, 빈곤노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가지 해결방안들을 찾아가며 4~5년을 버텼어요. 확신이 있으니 버틸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번엔 될 거라는 희망으로, 다양하게 시도하다 보면 길이 보이고, 결국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사진제공 | 아립앤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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