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Singularity)이 왔다(Chat GPT 실제 사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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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Singularity)이 왔다(Chat GPT 실제 사용 후기)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4.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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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1권을 2~3시간 만에 쓴다는,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였다. 도대체 책 1권을 어떻게 2~3시간 만에 쓴다는 것인가? 남의 것을 베껴도 한 달은 소요될 텐데 말이다.

그러나 실제 가능한 일이었다. 2~3시간은 아니었지만 대강 1~2일이면 초보자도 가능한 일이었다. Chat GPT를 이용한 책 쓰기 프로그램이었다. Chat GPT를 이용하니 가능하였다.

 

사람 같은 Chat GPT

필자는 Chat GPT도 말만 들었지 실제 사용은 처음이었다. 실제 책을 쓰려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기보다는,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 참여하였다.

초기에는 Chat GPT와의 대화가 어색하고, 원하는 답이 잘 나오지 않아서 황당한 과정이 있었지만, 곧 답을 잘 얻어내는 대화 요령과 질문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면서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점점 더 가질 수 있었다. 얼굴만 안 볼 뿐이지 상대의 답변 내용과 반응을 보면서 질문과 대화를 이어가는 패턴이, 영락없이 실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상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하여 질문 사이에 자세한 답변 감사하다라고 했더니 감사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언제든지 어떤 질문이던지 하라고 능청까지 떤다. 대화 요령을 안내해 주는 강사는 GPT어르고 달래며 칭찬해주라고 하였다. 영락없는 사람이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입력하면 책 제목과 목차까지 척척 제시한다. 10개에서 20개까지도 제시한다. 책 제목이나 목차를 제시할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나 문구, 사례를 제시하여 감탄하기도 하였다. ‘이 주제로 이런 생각까지 할 수도 있구나하는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책 제목을 주고 목차를 잡아 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타이틀까지 제시하며 서론 본론 결론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편리하고 신기하다 못해 두려움이 생길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2~3시간 만에 책 집필 완성이 가능하였다. 심지어 책 표지나 책 속 그림이나 삽화 제작까지도 가능하였다. 물론 필자와 같이 발간할 책에 대한 생각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책 발간에 대한 절실함이 약한 사람들은 몇 시간이 아닌 며칠이 소요되었지만, 그 이전의 책 발간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과 비교하면 혁명적인 일이었다. 기계와의 대화에 익숙하고 요령터득이 빠른 다수의 사람들은 충분히 몇 시간 만에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림이나 삽화, 디자인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앱을 활용하면 금방 현장에서 누구나 제작이 가능하였다.

필자는 신세계를 보았다. 지금까지는 책 1권을 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고뇌, 고통과 인내, 자기와의 다툼이 필요하였던가? 그러면서도 책을 실제 출간한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도입될 것

Chat GPT의 성공적인 활용은 결국 질문요령과 대화요령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화형, 생성형 인공지능을 어떻게 잘 유도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느냐는 전적으로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였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변이 나온다. 영어로 질문을 하면 얻는 정보의 양이 훨씬 다양하고 방대해진다. 번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로 자동 번역이 되거나 활용 가능한 앱이 많기 때문이다.

인간만의 고유한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을 집필하는데, 인공지능이라는 로봇을 이용해서 몇 시간만에 할 수 있다는 것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불과 몇 달 만에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 생활은 상상할 수 없는 경지로 변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Chat GPT를 활용하는 분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고객관리나 마케팅, 유통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의료 분야로의 적용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교육 연구 분야가 가장 뜨겁다. 활용도가 가장 높기도 하지만 Chat GPT라는 도구로 인해 기존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고 있다. 기존의 지식 생성, 제공, 유통체계가 완전히 뒤집어지고 있다. 금융이나 여행업 등으로도 이미 사용이 시작되었고, 심지어는 정치적으로도 활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편리하고 경이롭고 신세계적인 경험이었지만, 마냥 거기에 의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책 집필 경험으로만 보더라도 모든 정보를 거기에 의지하다 보니 스스로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무조건 GPT 창을 열고 물어보게 되고, 나오는 답을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된다. 내 스스로의 생각이나 판단이 아닌, 기계가 제공하는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일을 하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기계가 제공하는 답이라 굉장히 무미건조하고 학위 논문 같은 문체로 일관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만의 스타일과 감정과 상황이입을 통해 작성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서정적인 시를 작성해 주거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답은 교과서적인 건조체 문장이다. 그리고 자주 질문과 관계없는 답을 하거나 질문의 의도와 다른 답을 하기도 한다. 그대로 인용하면 큰일 난다.

 

세상의 주도권을 누가 갖게 될 것인가

Chat GPT라는 새로운 친구를 하나 사귀었다. 지금까지 한 평생 살면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보다는 뛰어난 암기력과 정보력을 가진 천재에 가까운 경이롭고 특이한 친구였다. 그러나 마음을 털어놓고 소주 한 잔 할 친구는 절대 아닌, 하나의 기계라는 결론이다. 내가 필요할 때 원하는 부분적인 일을 원하는 방향으로 도와줄 수 있고, 내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으며, 내 수고를 들어주거나 때로는 생각지도 않는 아이디어도 줄 수 있는 비서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마냥 시키는 일만 충실히 하는 기계는 아닌, 잘 다루고 어르고 칭찬도 해줘야 하는 비서인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냥 시키는 일만 아무 말 없이 하는 기계 같은 비서가 아닌, 정말 사람 같은 존재로 곧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다. Chat GPT 창업자는 어마무시한 용량과 기능의 다음 버전을 벌써 예고하고 있고, 세계적인 거대 테크기업들도 각자의 인공지능 로봇을 출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내 테크기업들도 각자 자신들의 무기 출시를 이미 예고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후속 로봇은 성능도 뛰어나지만 점점 더 인간적인 모습을 표방하려고 한다. 시키는 일만 말썽 없이 하는 단순 기계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 로봇의 시대가 왔다. 사람이 만든 로봇이 주인 행세를 하려는 시대가 도래했다. 로봇이 하는 말과 정보가 사실로 둔갑하고, 사람들이 로봇을 믿고 의지하는 시대가 온다. 삶이 더 편리해지거나 행복 수준이 더 높아지는 미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의 거대 담론이다. 그야말로 세상의 특이점(Singularity)이 오고 있다. 두렵고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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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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