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사랑한다면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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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사랑한다면 도전하세요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3.05.1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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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Woman | 박민경 글로벌 아트 어드바이저, A-lens 대표

아트 컬렉터이자 글로벌 아트 어드바이저인 박민경 씨는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 뉴욕, 홍콩 등 국내외 미술 시장부터 경매사, 아트페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현재 차별화된 글로벌 시각을 가지고 국내 미술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미술 생태계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아트컨설팅펌 A-lens의 박민경 대표를 만나 미술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트 컨설팅펌 A-lens는 미술 작품을 통해 위로와 힐링을 받고, 예술을 통해 새로운 렌즈를 끼듯 흑백의 삶이 컬러로 변화하길 바라는 박민경 대표의 마음이 담긴 단어이다. 어떤 이들은 박민경 대표를 통해 미술을 만나면서 자신이 개안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작년에 모임에서 모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났는데, 첫인상은 조금 시니컬하고 어두워 보였어요. 그러다 작품을 소장해 보고 싶다고 해서 오랜 대화 끝에 작품 하나를 추천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그 분의 삶에 우여곡절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게 작품을 하나 들여놓으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뵈었는데 누가 봐도 표정이 달라지고 분위기가 너무 밝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실제로 대표님 자신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시고, 지금은 일하는 것도 즐겁다고 하시더라고요. 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들을 만나거나 술로 푸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집에 가서 그림 앞에 앉아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새로운 힘이 생긴다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땐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다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샐러리맨 생활을 했다. 미술은 그저 취미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취미로 삼았던 미술 작품 감상과 컬렉팅 등을 접할수록 미술의 매력에 깊게 빠져들어 갔다. 그녀는 결국 미술계로 전업을 했다.

고민 끝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글로벌 아트마케팅 회사인 서튼(Sutton)’에 입사했어요. 서튼은 주요 글로벌 미술 기관과 세계적인 기업들의 아트 프로젝트와 홍보를 맡는 미술계 최고의 아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회사인데요. 런던에 본사, 홍콩과 뉴욕에 지사가 있어요. 대표적인 클라이언트로는 독일 문화부 예산보다 많은 비용을 아트 마케팅으로 진행하는 BMW를 비롯, 구겐하임 미술관, 스미소니언 국립미술관, 그리고 가고시안과 페이스 갤러리 같은 블루칩 갤러리들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죠. 연간 주요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는 서튼 거의 모두 진행해요. 저는 아트바젤 관련 홍콩 정부 업무를 지원하다가, 아트바젤을 클라이언트로 십수년 째 일해 온 서튼 홍콩팀의 잡오퍼를 받고 이직했어요. 당시 제가 글로벌 오피스 최초의 한국인이라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정말 몰입해서 일했죠. 성과도 인정받았고요. 그 치열했던 시간 덕분에 글로벌 아트씬과 마켓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레 터득하고, 인사이트도 도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서튼 근무 후, 뉴욕으로 넘어간 박 대표는 Christie's Education(크리스티 경매사가 직접 운영)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수업 과정이 빡빡하기로 유명했던 커리큘럼으로 인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강도 높은 수업이 진행되었고, 주말에는 과제에 파묻혀 지내야 했다. 공부를 하면서도 현업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기에 일도 함께 병행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미술과 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미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갔고, 미술계 정보 공유를 위해 팟캐스트나 스터디 모임에도 참여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 인턴십도 하고 일 제안도 받았어요. 하지만 비자 때문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았어요. 특히, 미술, 건축 쪽은 대부분 비자를 스스로 준비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죠. 비자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첼시에 소재한 미술재단에서 Marketing&Development 팀장으로 업무를 담당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이민국이 멈추면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사실 그때는 상황이 좋아지면 가을에 바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에 집도 연장해 놓고, 짐도 그대로 놓고 들어왔어요. 뉴욕이 전 세계 미술계의 허브이지만, 맨하탄이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라 갈 수가 없었죠. 한편으로는 교육과 교양의 수준이 경제 성장 수준만큼 올라온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확대될 것이라 생각해, 한국과 글로벌 미술계를 잇자는 생각으로 한국에 남기로 했죠.”

세분화된 영역별로 전문가 수요 증가할 것

미술 분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시기획을 미술관에서 하고 싶다면 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갤러리나 대안공간 등에서 전시기획을 하는 큐레이터는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작가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고 주제에 맞추어 기획하기 위해서는 미술사와 미학을 잘 알고 활용해야 한다. 이에 미술계 매개자는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다른 영역보다 높은 편이다.

글로벌 경매사의 경우 카탈로거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함께 주요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에 대한 평가, 감상 또는 소장과 출품 관련 에피소드 등을 글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스페셜리스트의 경우에는 경매별 카테고리에 맞는 주요 작품의 수작을 섭외해 판매 위탁을 받기도 한다. 또한 경매에 출품된 작품들이 취향에 맞는 컬렉터를 찾아가도록 소개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감정 및 평가부서 담당자는 이름처럼 작품에 대한 진위 여부 감정, 적정가격 산출 및 추정가 도출 등의 역할을 한다. BI(비지니스 인텔리전스)는 경매장 현장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경매 및 프로젝트에 활용하기도 한다.

미술 작품이 지닌 가치는 정말 다양한데 최근 자산으로서의 가치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그 요소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소장하는 일은 어느 아티스트의 삶에 대한 태도’, 그리고 내가 살아보지 못했거나 실천해보지 못한 철학을 시각 언어로 전환한 결과인 미술 작품을 내 공간과 시간, 더 나아가 내 인생에 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미적 취향이 있는지를 먼저 알고 컬렉팅을 하면 진정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되죠. 이렇게 컬렉팅의 순수한 즐거움을 알아가는 건강한 컬렉터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어느 정도 안목을 갖춘 이후에는 작품의 시장 가치가 오르는 경험도 하는데요. 그런 선택을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분석적으로 도와드리는 게 아트 어드바이저의 역할 중 하나예요. 현업에서 알게 되는 인사이트나 안목을 높이는 방법은 다양한 곳에서 강의로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교육 수준, 높아진 인문교양에 대한 욕구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미술시장이 지금보다 3~5배는 더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박민경 씨. 그래서 미술계는 세분화된 영역별로 전문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는 미술시장 데이터를 가공, 분석하는 자료도 많고,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신뢰도가 높아서 데이터를 종종 활용하고 있죠. 저도 나름 데이터 분석툴도 익히고 활용하지만,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하기는 쉽지 않아요. 해외 금융사의 경우, 고액자산가들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자산 중에 20% 정도가 미술 작품인 것을 확인하고 ‘Art Advisory’팀을 두고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회사 컬렉션 매니징부터 VIP 고객들의 미술품 거래, 유산 상속, 세금 관련 등 컨설팅을 담당하기도 하죠. 우리도 차차 미술을 본격 활용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것 같아요. 그래서 데이터 분석툴 같은 스킬셋도 갖추고 있으면 활용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요.

 

국내 미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파

국내 미술시장은 이제 막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미술 분야의 직군도 세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초창기 변화에 대한 대응이 그렇듯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반면 그만큼 기회와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이기도 하다. 미술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글로벌화될 시장에 대비해 미술에 대한 지식, 전문 역량, 언어능력을 겸비한 인재들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프리즈 서울같은 글로벌 아트 페어의 한국 에디션 런칭을 통해 해외 미술계를 접한 컬렉터들이 많아질수록 국내 갤러리 비지니스의 기준들이 글로벌화될 것입니다. 이에 빠르게 적응하고, 아티스트를 글로벌과 로컬 양방향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소개하는 갤러리들이 더욱 돋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 보고 싶다는 박민경 대표. 작가별·작품별 상황 등 미술계의 특수성이 강하다 보니 어떤 사업 아이템으로 구현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술시장을 확장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미술 작품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 보고 싶다는 그녀다. 그러면서 미술계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미술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자신의 성향과 에 대한 이해, 발전가능성 등을 빠르게 캐치한 후 판단해야 해요. 갤러리에서 일해보고 싶다면 큐레이션, 마케팅, 세일즈까지 폭넓게 일해 본 후 자신의 전문 영역을 살려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요. 만약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미술 분야 디지털 마케팅, 아트 이벤트 전문가, 감정 및 복원 전문가 등 특정 직군을 정하고 차별성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해요. 살짝 결이 다른 예이긴 하지만, 점차 수요도 공급도 늘어나게 될 수장고(미술작품 전용 스토리지) 비지니스의 경우, 몇 년 전에 오픈한 UOVO(우오보)가 뉴욕을 생각보다 빠르게 장악했어요. 1층에 쇼룸을 두고 고객이 요청한 때에 작품을 쇼룸에 배치해주는 이 작은 차이가 고객에게는 큰 편의로 와닿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한국 미술계도 점차 글로벌 미술계로 편입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보니, 영어도 기본적으로 활용하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예요. 다른 분야도 내수시장보다는 훨씬 더 큰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려면 외국어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픈 마인드와 미술을 사랑하는 힘을 갖추었다면 평생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자부합니다. ”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우리나라 미술 생태계가 건강하게 확장되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 건 저만의 팁이기는 한데, 저는 컬렉팅을 오래 해와서 작품을 통한 수익이 경제적 자유를 준 편이에요. 다시 말해, 제 작품들이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술계에서 일하는 것이 더없이 즐거워요. 저의 바람은 실력으로 무장한 멋진 친구들이 미술 분야에 더욱 많아져서 한국 미술 생태계가 더욱 건강하고 견고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도 우리 미술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사진 / 조준우 사진기자 yuioopp123@naver.com

박민경 글로벌 아트 어드바이저는

아트 컨설팅펌 A-lens 대표

   - BMW 본사 아트 프로젝트 리드

   - 글로벌 아트페어 관련 활동(아트바젤, 프리즈 뉴욕, 인디펜던트 뉴욕, 아모리 쇼, KIAF)

   - 전시기획: 전희경, 정원, 황혜순 등 개인전

   - 아티클 및 발간물: 아트 나우, 퍼블리, 모노클 서울편, 뉴요커의 서재, 미술시장 실태조사 외 다수

   - 강의: 컬렉터 스쿨, 기업 강연, 서울시민대학 등 공공기관 및 대학() 연간 50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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