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로 커피가 사치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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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로 커피가 사치품이 된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5.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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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1958년에 만들어진 공상과학 영화 ‘The Blob(더 블롭)’을 보면, 미국의 어느 한 마을에 끈적이는 덩어리 같이 생긴 외계 생명체가 나타나 처음 발견한 사람을 시작으로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 등 보이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총을 맞아도 끄떡없다. ‘블롭이라는 이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새로 발견되었거나, 끔찍한 기후 현상을 과학자들이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등 국제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 1861년부터 2020년까지의 자료를 슈퍼컴퓨터로 계산해보니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의 이상고온 일수는 매년 4일에서 40일로 10배 증가했고, 저산소 현상이 일어난 날은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는 가축의 방귀세를 도입하고 있다. 가축들이 공기 중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늘면서 바닷물에 녹아드는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해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후 변화가 와인산업에도 타격을 준다는 기사를 접했다. 서리·가뭄·홍수·우박이 예전보다 잦아지면서 와인용 포도재배에 애를 먹고 있는데, 와인 농가들이 이상 기후에 대비하거나 수습하는 과정에 비용을 투입하면서 제조원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격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게 되고 사치품이 된다.

과거 켄터키 주의 정치인이었던 론 로완은 랍스터 껍질이 집 주위에 있으면 빈곤과 타락의 신호다라고 말했다. 랍스터는 한때 너무 흔해서 비료나 죄수의 음식으로 쓰였다고 한다. 랍스터를 사치품으로 바꿔놓은 건 미국 철도의 발전이었다. 랍스터에 대해 잘 모르는 부유층 승객에게 철도 회사가 랍스터를 제공하면서 랍스터를 맛본 이들은 랍스터를 도시로 전파했고,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 랍스터가 등장하게 되어 19세기 말에는 랍스터가 사치 음식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굴도 랍스터처럼 값이 비싸 근사한 식사나 특별한 행사에만 등장한다. 하지만 굴 역시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세기에 굴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었다. 미식가 폴리 러셀은 굴은 당시에 흔하고 쌌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스튜나 파이를 만들 때 부피를 더 크게 만드는 용도로 첨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남획과 산업 폐기물 오염으로 영국에서 굴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특별한 식재료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커피와 초콜릿, 향신료와 같은 특정한 음식들은 한때 사치품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가까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량은 향후 몇십 년 안에 이 상황을 다시 바꿔놓을 수 있다.

마야 문명이 전성기였던 시절 카카오 열매는 가치 있는 화폐였고, 커피는 한때 에티오피아에서 종교적 의식에 사용되는 지역 별미였다. 하지만 17세기 서양 무역업자들이 이 음료를 자국으로 가져가 커피하우스에서 선주와 브로커, 예술가들에게 대접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네덜란드인들은 묘목을 재배해냈고, 커피 재배는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일상 음료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초콜릿과 커피는 기후 변화로 다시 비싸지고 접근성 낮은 음식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

2013년 옥스포드 대학 환경변화연구소 모니카 주렉 연구원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2도 올라가면 가나와 아이보리코스트의 광대한 코코아 재배지는 더 이상 코코아를 키울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구하기 힘든 음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2015년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재배지 절반이 사라질 수 있고 했다. 기온 상승으로 2050년까지 라틴 아메리카에서 커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지역이 88%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로 초콜릿과 커피는 다시 희귀해지고 사치스러운 음식이 될 수 있다. 일상적인 커피가 사치품이 되는 것은 믿기 어려운 안타까운 일이다. 10년 후, 100년 후 세계 각지에서는 어떤 음식과 음료를 즐기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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