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일어서서 영화보기
상태바
극장에서 일어서서 영화보기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5.12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청년들의 의대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의대 열풍이 초등학생에게까지 미치며 최근 학원가에선 초등부 의대 준비반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초등부 의대 준비반엔 최소 1년 이상의 선행 학습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입학 고사를 치르는데 경쟁률이 높게는 101까지 올라간다.

서울 강남구의 한 수학 학원에선 의대 합격과 수능 1등급을 목표로 하는 8명 소수 정예 의대반을 운영하고 있다. 무학년제라 초등 4학년에서 중3 학생까지 입학 가능하다. 이 학원만이 아니다. 경기도 김포에서 15명 정원으로 초등 의대반을 모집하는 한 수학 학원의 홍보 문구는 의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등부이다. 이 학원 의대반 초6 학생들은 고교 1학년 과정을 공부한다. 경북 포항의 한 학원도 의학 계열 진학을 목표로 두고 완벽한 성공 로드맵을 제공해 주겠다는 광고로 초6 의대반을 상시 모집한다. 이외에도 서울·경기·부산·경북 등 전국에서 인터넷으로 초등 의대반을 홍보하고 있는 학원만 20곳이 넘었다.(조선일보 2023.2.18.일자 기사 내용 일부)

 

초등부 의대 준비반’, 개인적교육적국가적으로 큰 폐해

우리나라가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까지 이렇게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우선 초등학생에게 의대 진학을 준비하기 위한 학원은 교육적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엄청난 폐해를 끼친다.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한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인위적으로 유도하면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줄어들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둘째로, 초등학생에게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것은 개인의 발전에도 큰 장애가 된다. 의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미래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초등학생 시절부터 의대 진학을 위해서만 공부하는 것은 그러한 가능성을 제한한다.

셋째로, 어린 시절부터 학교 교육을 벗어난 사교육은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백브레이크(Back Breaker)의 주범이 된다. 초등학생부터 고가의 학원을 다니는 것은 비용적으로 부담이 크며, 이러한 부담은 결국 교육적 기회 균등성을 해치고 금수저 또는 흑수저 계급을 양산한다.

또한 초등학생에게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을 별도 운영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도 큰 장애가 된다. 아이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면, 그들이 교육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더구나 미래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미지의 분야가 생기고 발전할 터인데, 한 분야로 우수 인재가 몰린다면 우리 사회는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인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과외를 받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적을 잘 받지 못하면, 그들의 부모들은 더 많은 과외를 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압박은 부모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결국 가정 내의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냉철히 되짚어보면, 이러한 기현상은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의 개인적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자식사랑에 대한 이기심의 적나라한 표출이다. 내 자식만은 다른 자식들보다 더 잘되어야 한다는 이기심이다.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지만 내 아이만은 별도로 과외를 시켜서 남들보다 더 잘하게 하려는 의도다. 그렇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다 잘되게 하려면 학교 교육 전체를 더 발전시키고 선생님들이 더 잘 가르치게 하는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학교 교육에 불만이 있으면 학교를 고치고 더 낫게 해서 학교 전체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들은 공교육장인 학교는 놔두고 자신의 아이만 별도의 비용을 들여 과외를 시키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교육비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아이 가진 집안의 생활비의 가장 큰 비중이 사교육비다. 누가 사교육시키라고 하였던가? 스스로가 저질러 놓고 죽겠다고 하는 형국이다. 높은 교육비 때문에 아이도 더 못 낳겠다고 아우성이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나만이라도 앉아서 영화를 보자

이러한 현상을 영화관에서 일어서서 영화보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관에서 처음에는 모두 앉아서 영화를 본다. 갑자기 한 사람이 영화를 더 잘 보겠다고 일어선다. 그 뒤에 사람이 가려서 안 보이니 다시 일어선다. 결국 극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어서야만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모두 앉아서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데, 갑자기 한 사람의 일탈로 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불편하게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으로 변질된다.

모든 학부모가 학교의 공교육을 믿고 학교에 맡겨두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같이 뛰고 놀면서 과외에 시달리지 않고 정상적인 교육을 잘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이기적인 학부모의 일탈로 결국 전체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전체 학부모들이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이러한 기현상이 오늘의 한국을 키운 성장의 기본정신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극도의 한국인만의 이기심, 경쟁심이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기적의 나라로 만든 기본 에너지였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이라고 할 정도의 경쟁과 이기심이 남들보다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게 하였다는 취지다.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을 가 보면 우리 한국만의 삶과 생각의 방식이 다르구나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한국의 사교육과 같은 치열한 경쟁과 이기심이 글로벌 경쟁에서 남들을 이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양보를 해도 초등학생에 대한 사교육, 그것도 의과대학이라는 한 분야를 위한,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사교육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사설 학원의 비즈니스라고 하지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할 일은 아니다. 우선 어린이 본인의 입장에서도 너무 불행한 일이다.

앉아서 편안하게 봐도 될 영화를 굳이 서서 불편하게 볼 것인가?

해법은 의외로 간단한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다 일어나더라도 나만이라도 앉아 있자. 처음에는 앞이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잠시만 참고 앉아 있자. 그리고 주위에 일어선 사람들에게 잘 안 보이니 좀 앉아달라고 주문하자. 조만간 주위에서도 다 같이 앉을 것이다. 그리고 다 같이 편하게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