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여생을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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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여생을 도와드립니다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3.06.09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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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Woman | 이정욱 간호사 / 서초방문간호재가요양센터장

노인장기요양보장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없는 노인들이 건강을 증진시키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기요양급여를 통해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을 제공한다. 이는 당사자의 건강한 노후는 물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이다.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서초방문간호재가요양센터 이정욱 센터장을 만나본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다양한 곳에서 경력을 쌓다가 부산의 한 암병동에서 일하게 된 이정욱 센터장. 이곳에는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암치료를 받다가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상태가 돼서 내려오는 환자들이 많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말기암 환자들이 많다 보니 긴급 응급이 터지거나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몇 분이 동시에 숨을 거두는 일도 적지 않았다.

당시 병원에 인력이나 재정이 많이 부족했던 때라 간호사 1명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들도 많았어요. 간호 업무 외에 병원의 전반적인 일들도 간호사들이 직접 해야 했고요. 야간 근무 끝나고 퇴근을 못하고 이어서 낮 근무를 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계속 환자들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경험하다 보니 사람이 살고 죽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업무에 지치고 회의감도 들었어요. 제가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삶과 죽음의 대한 생각 정리

수많은 고민 끝에 삶의 무력감을 극복하고자 병원 일을 그만 두고 해외 봉사활동을 떠난 정욱 씨. 베트남 병원에서 일을 하며 조금 숨을 돌리는 동안 지금까지 고민해 왔던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삶의 에너지를 다시금 충전한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병원 일을 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러다 마취전문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부산 동아대학교 마취과에 입사했지만 인생이 항상 제 뜻대로 흘러가진 않았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마취과 일을 계속 하진 못했고, 비뇨기과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로봇 수술의 VIP 환자들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다가 결혼 후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울에 올라온 후 국민연금관리공단 장애인심사 파트에서 일을 하다가 둘째 아이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이의 장애를 고치기 위해 일도 그만두고 아이의 치료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일하게 된 곳이 방문간호센터였다.

당시 뇌경색, 파킨슨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간호와 재활이 필요한 분들을 방문해서 처치도 하고, 신체 재활활동을 해드렸어요. 간호사이다 보니 사람을 보면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어딘지 금방 캐치할 수 있었죠. 그리고 간호사 생활을 할 때부터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주어진 방문 시간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 프로그램도 많이 준비하고, 어떤 경우에는 제 사비로 도구들을 사서 사용하기도 했어요. 방문간호 시스템의 특성상 정부에서 서비스 이용료는 지원이 되지만 신체활동이나 기타 활동에 필요한 도구나 장비 등이 지원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아쉬움이 많았어요.”

 

신체기능 유지를 위한 예방활동 필요해

일을 하면서 시스템의 한계와 아쉬움을 느낄수록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체계적인 간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 센터장은 오랜 고민 끝에 지금의 서초방문간호재가요양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 방문요양과 방문간호를 모두 하는데, 센터장인 제가 간호사이다 보니 아무래도 간호사로서 스캔을 하게 되더라고요. 병원에서 환자들을 오랫동안 봐와서 일반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대부분의 노인분들은 평소에 체크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다가 갑자기 응급실에 가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평소 팔다리의 움직임이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전문 지식이 없으면 어떤 경우에는 밥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식사를 하다가 숨을 못 쉬어서 응급실에 가는 경우도 있고, 그냥 기운이 없는 줄 알았다가 영양부족이나 탈수로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어요. 가족들이 정성으로 보살펴도 비전문가이다 보니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거죠. 타이밍을 놓치면 병원에 응급으로 가서 돌아가시는 일이 많아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실제 노인장기요양보장제도에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의 대부분은 식사, 청소, 목욕 등 요양의 편리성을 위한 지원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분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신체기능 유지를 위한 예방활동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신체건강을 잃은 후에 방문간호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방문요양은 많이들 아시는데 방문간호는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도를 관리하는 기관에서도 간호를 처치나 치료 정도로 인식하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고요. 장기요양제도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신체 건강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방문간호 활용이 더 활성화되어야 하고, 방문간호에 대한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어요. 외부에서 체육활동이나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건강하니까 그런 곳에 가서 참여할 수 있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집에 계시는 분들은 그런 기회들이 없거든요. 신체활동이나 재활은 안 해도 티가 많이 나거나 눈에 보이게 좋아지진 않다 보니 많이들 안 하시는 것 같은데, 신체기능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비전과 소명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지만 직접 센터를 운영해 보니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았다. 간호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상담, 노무, 회계 등 센터 전반의 일을 모두 해야 하고, 요양, 간호, 목욕 서비스가 각각 별도의 행정 서류로 진행되기 때문에 서류 업무로 밤을 새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요양에 비해 간호는 위급한 상황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갑자기 방문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병원에서도 잘 안 받아주다 보니 방문간호사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제가 직접 운영을 하니까 좀 더 안정되면 인력이나 간호의 질을 높여서 어르신들이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될 거라는 믿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그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 하는 거죠. 저도 결국 나이가 들고 늙게 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늙음의 시간이 다가올 텐데, 그걸 기억하면 지금의 순간이나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다만, 조금 더 빨리 만났다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던 분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실버 전용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게 꿈

노인들의 대부분이 아프거나 질병이 생기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가정에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요양병원을 가게 된다. 그렇다 보니 그 둘의 중간 단계에 있는 노인들은 제대로 된 케어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병원과 요양병원 중간 단계에 있는 노인분들을 케어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춘 기관을 만들고 싶다는 이 센터장이다.

저는 노인분들이 정말 건강하게 살다가 돌아가셨으면 해요. 이를 위해서는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기 전 단계에서의 예방과 케어가 정말 중요하죠. 복지관은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많고, 보통 센터에는 일반인이 많은데 막상 노인분들만을 위한 기관은 없어요. 방문간호만 진행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노인분들의 신체 기능 상태에 맞춰서 여러 가지 신체활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신체가 굳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죠. 이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실버 전용 피트니스센터,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싶은 게 저의 꿈입니다.”

정욱 씨가 병원에서 일할 때는 환자들이 퇴원을 하면 아쉬움이 있어도 그 환자에 대한 케어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병원이 아니라 가정에서 진행되는 간호이다 보니 가정에서의 일상을 함께하게 되고, 여생을 최대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전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요즘 요양보호사 교육을 실시하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도 많아졌어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저는 무엇보다 이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임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방문간호에 지원하시는 분들도 병원업무가 힘들어서나 좀 더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노인분들의 건강과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지원하셨으면 해요. 단순히 상처나 질환에 대한 처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고 관찰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고, 그런 전문성과 함께 친절함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병원처럼 퇴원하면 끝이 아니라, 그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건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만한 능력을 갖추셨으면 해요. 자신이 방문간호 일을 왜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보시고 지원하셨으면 합니다.”

·사진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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