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작품 만들고파
상태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작품 만들고파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3.06.13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직업 | 이슬기 플로리스트

길을 가다 문득 혹은 필요에 의해 꽃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꽃집마다 스타일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꽃집을 일부러 찾아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꽃과 음악의 공통점은 누군가의 사연,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 진심으로 만든 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듯이 꽃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에 집중할 때 정말 멋진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진심을 담되 자신만 예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이슬기 씨를 만나본다.

 

음악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보컬로 활동해온 이슬기 씨. 음악만큼이나 꽃에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을 찾아 듣기도 하고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다른 분야로 넘어가기엔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미련과 후회가 너무 크게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3년 전 플로리스트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두렵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 들어 입문

제 성향이 일을 할 때 제가 좋아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스스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꽃과 관련된 수업을 들을 때 음악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음악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잘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어서 열심히 해왔는데 꽃도 그랬죠. 그래서 기초반 수업을 마치고 화훼장식기능사 취득을 위한 자격증반 수업을 들으며 기본적인 지식과 테크닉을 다졌고,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조정해 꽃집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할수록 플로리스트가 제 적성에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나이도 어리지만은 않았기에 이제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가볍지 않은 문제여서 신중을 기하고자 꽃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에게 실제 필드에 대해 정말 많이 물어봥서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과 어려움을 들었는데, 두렵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플로리스트는 원예학과 등 대학에서 공부한 경우, 플로리스트 양성 학원을 다닌 경우, 해외에서 유학이나 연수를 받고 오는 경우, 아니면 바로 실무를 통해 경험을 쌓은 경우 등 굉장히 다양한 루트를 통해 진출할 수 있다. 플로리스트로 일하기 위해 화훼장식기능사 같은 자격증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격요건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서 취득하면 큰 도움이 된다.

플로리스트 기초를 배우고 나서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자격증을 준비했는데 꽃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실제 일에 필요한 테크닉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필기만이 아니라 실기도 있어서 학원 끝나고 집에 와서 연습을 하고 또 연습했죠. 플라워 수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이론과 규칙을 배우고, 선생님들이 더 조화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봐주기도 하시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재료와 꽃을 줘도 완성된 작품을 보면 정말 다 달라요. 라인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화려하고 러프한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여성스럽고 정돈된 작품이 나오기도 해요. 개인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작품을 구상할 때도 누구는 꽃보다 그린 소재를 중점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색감을 화려하게 사용하거나 두세 가지의 색 조합만으로 구성하기도 하는 등 각자가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미적 감각만큼 체력도 중요해

디자이너도 2D, , 상품 등 다양하게 전문 분야가 나뉘어지듯이 플로리스트도 분야가 넓기 때문에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업무도 달라진다. 꽃집에서 일을 하거나 웨딩홀, 호텔, 백화점 등에서 디스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범위를 넓혀 조경 분야에서 일하거나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 또는 교육 강사로도 일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꽃 배송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 꽃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비교하자면 대체적으로 웨딩홀은 공동작업이 많고 꽃집은 개인작업이 많은 편이다. 웨딩홀이 단기간에 많은 체력을 소진해야 한다면 숍은 좀 더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를 쏟는 만큼 웨딩홀은 다이나믹하고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클 수 있어서, 숍에서만 일을 하다 보면 너무 정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웨딩홀 안에도 다양한 역할들이 나뉘어 있는데 요즘은 식이 끝나고 장식했던 꽃들을 개별 포장해서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플로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미적 감각, 색채 감각이 중요하고 손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정교함과 섬세함이 있어야 해요. 손재주도 필요하고요. 음악을 하다가 이 분야로 넘어올 때 저는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플로리스트 분이 제가 음악을 했다고 하니까 감각이 있어서 잘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 일을 해보니까 플로리스트 분야가 예술, 작품, 전시, 미술, 패션 같은 분야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다양한 것들을 보고 적용시킬 수도 있고요.”

보통 꽃집을 기준으로 업무 패턴을 살펴보면, 고속터미널 꽃시장 기준 밤 1130분 이후부터 다음날 낮 12시까지 꽃 도매시장에 가서 꽃을 사야 한다. 금요일에 꽃이 들어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러 오기 때문에 좋은 꽃을 가져가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많은 양을 거래하다 보니 여러 집에서 꽃을 사는 사람은 영수증만 모아서 지원팀 직원에게 전달하면 각 가게에서 꽃을 거둬 주기도 한다.

서울에는 대표적으로 고속터미널, 양재 화훼시장, 남대문 꽃시장이 있고, ‘꽃사랑이라는 온라인 카페에는 구인구직을 포함해 플로리스트 관련 정보가 가장 많고 활성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플로리스트들은 일이 좋아서 하는 것 같아요. 물론 힘든 부분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꽃을 항상 볼 수 있는 직업이니까요. 같은 꽃이어도 화형이 다르다 보니 다양하게 디자인하고 만들다 보면 매일 하는 작업인데도 항상 새롭고 스스로 감탄하게 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반대로 이 일의 단점은 의외로 체력소모가 크다는 겁니다. 겉에서 봤을 때는 꽃만 만지는 일인 것 같지만 꽃, 식물, 화분, 부자재 등을 사와서 다듬고 분류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고, 새벽시장에 가야 할 수도 있어요. 힘을 써야 하는 작업들이 많아요. 꽃집 같은 경우엔 동시에 고객 응대도 해야 해서 일과가 끝나면 녹초가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체력과 부지런함이 필수인 것 같아요. 특히, 웨딩홀의 경우 행사 때 정말 많은 양의 꽃을 쓰기 때문에 실제 꽃꽂이를 하기 전에 컨디셔닝부터 기물 옮기기, 디스플레이 장식 등 작업들이 매우 많죠. 거의 준비기간이 일주일 정도 되기 때문에 체력이 정말 좋아야 해요.”

꽃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도, 경험해 보고 싶은 것도 많다는 슬기 씨.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찾아가고 싶다는 그녀는 많은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꽃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경력을 몇 년 채워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처음부터 자기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지만 저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본 다음에 시도해 보고 싶어요. 숍에서 일하면서도 이벤트나 행사장, 공간 장식도 많이 해보고 싶고요. 저도 여전히 갈길이 멀지만 플로리스트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는 플라워 디자인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현장 실무 경험을 쌓으시라는 것과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트렌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정말 많이 봐야 하고요. 일을 하고 있더라도 유능한 선생님이 하는 원데이 클래스 같은 것을 참여해봐도 좋고, 외국 서적이나 온라인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작품을 만들겠다고 구상하고 재료를 사러 갔는데 막상 시장에 그 꽃이 없을 수 있는데, 그때 대체할 것들을 찾고 전체적인 조합을 바꾸는 것도 자신의 역량이에요. 항상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사진 /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이슬기의 꽃 컨디셔닝, 물올림 tip>

절화 화훼류의 유통과정은 거의 건식유통방식이에요. 저희도 꽃시장에서 물올림이 안된 상태의 꽃을 가져오기 때문에 꽃을 오래 보기 위해서 물올림에 신경을 많이 써요. 꽃집에서 꽃을 구매하신 후에 오랫동안 공기에 노출시키면 물관에 공기가 차서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요. 그래서 꽃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서 물과 닿는 면적을 넓게 해주면 좀 더 오래갈 수 있어요. 물론 모든 꽃이 그런 건 아니고 꽃들마다 다듬는 방법이 좀 다르죠. 줄기가 단단한 장미와 같은 꽃들은 그렇게 해주는데 줄기가 무른 튤립, 거베라 같은 꽃들은 일자로 자르기도 하고, 열탕처리라고 해서 뜨거운 물에 넣어놓으면 물관을 팽창시켜 기포를 빼 줌으로써 물올림을 좋게 해주는 방법도 있어요. 꽃 소재들마다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꽃을 사실 때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리고 대부분은 월금요일에 새로운 꽃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때 사는 게 더 생생할 수 있어요. 장미 같은 경우에 재고가 생기면 시든 겉잎을 떼고 파는 곳들도 있는데, 꽃받침 쪽을 조금만 살펴보면 꽃잎 떨어져 나간 자리가 보이실 거에요. 그런 건 오래 가지 않아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