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인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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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인을 아시나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6.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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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최근 해외에서도 유명해진 한류 드라마 중의 하나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 변호사가 장애인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취급되는 주인공이 정상인 변호사들이 보지 못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거나 해내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신경다양인은 신경전형인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최근 이러한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장애라고 하는 것이 단순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하나의 특징적인 증후군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우선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용어부터 정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폐증, 주의력 결핍증, 양극성 성격장애 등과 같은 증세의 질환자들을 장애인이라고 하지 말고, 신경다양인(Neurodivegent)이라고 부르자고 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나 행동,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담긴 용어다.

신경다양성은 인간의 발달 과정 중 전형적(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양상과 형태에서 벗어난 모든 행동적, 심리적, 신경적 특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신경다양인은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며, 신경전형인은 전형적인 발달 단계를 거친 사람(이른바 비장애인)을 의미한다. , 위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환자가 아니라 다양한 신경증상 중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신장애를 둘러싼 편견과 차별에 반대하며 질병이 아닌 독특한 신경의 종류로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많은 신경다양인들은 뇌의 감각처리 체계가 신경전형인(정상인)과 다르다. 신경다양인 당사자들은 감각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거나, 감각이 적게 들어온다고 말한다. 많은 양의 정보가 한꺼번에 인식되어 길가 낙엽의 잎맥까지 들어오거나, 감각이 적어져 목소리가 커지고 키보드를 세게 치는 등의 양상을 나타낸다.

사회성에 대한 다른 감각 역시 신경다양인의 특성이다. 사회적 단서를 잘 포착하지 못하거나, 문장 의미를 넘어선 맥락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한 특성이 주변인들에게 유쾌함을 줄 수도 있지만, 신경다양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인들은 당사자들을 무례하다’, ‘엉뚱한 말을 한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에는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특정한 관심사에 전형인보다 깊은 이해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자신만의 루틴(routine)을 고집하기도 하고, 혼잣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 하기도 한다. 신경다양인의 특성은 다양하지만 모두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e마인드포스트 인용)

그래서 신경다양인들은 정신장애가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신경다양인들은 그 특성을 활용하여 전형인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거나 더 높은 실적을 기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폐인은 디테일에 세심하게 신경 쓰고 일처리를 확실하게 한다거나, ADHD 당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력을 폭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조현병 당사자는 창의력이 뛰어나고, 양극성 장애 당사자는 생산성이 좋고, 우울증 당사자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우영우 변호사가 보여주는 특이한 행동이나 특이점은 그녀의 이러한 신경적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신경다양인은 신경전형인과 다른 특성을 가져 구분될 뿐, 열등하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닌 동등한 존재라는 것이 신경다양인들의 설명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중요

드라마 속 우영우처럼 신경다양인 직원의 특출한 능력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경우도 있다. IT 장비 제조사 휼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에서 소프트웨어 테스트 업무를 하던 신경다양인 직원이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반복되는 것을 찾아냈다. 다른 직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뛰어난 패턴 인식 능력을 가진 신경다양인 직원 능력 덕분에 문제를 조기에 해결했다고 한다.(조선일보 기사)

이러한 특성에 기인하여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러한 신경다양인들을 채용하는 경향이 들어나고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언스트앤드영(EY), 포드 등은 2017년부터 신경다양성 고용주 원탁회의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우영우채용에 나서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기업이 2019년에는 15개에서 올해는 59개까지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경다양인을 뽑기 위해 모의 면접과 피드백 등을 실시하며 나흘간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지원자들이 실제 면접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차원이다. 이런 방식으로 2013년부터 작년까지 200명 정도를 뽑았고, EY는 코딩 등 실무 능력만 평가해 신경다양인 직원들을 뽑고 있다. 면접 등 통상적인 채용 방식으로는 이들의 진짜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정신장애를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이 우리 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일상화되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이나 취업현장, 사회 각 분야 등에서 많은 변화와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 신경다양인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동등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교육, 각기 다른 경험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존중하는 취업 현장,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사회 분위기 등이 조성되어야 한다.

사람은 각자 다르게 태어난다. 서로가 다른 것을 두고 어디까지 전형인이고 어디까지 비전형인이라고 명확히 구분지울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어떤 한두 가지 점에서는 일종의 장애인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어떤 한두 가지 점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잘하기도 한다. 그 잘하는 점을 살려서 조직에 기여하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역사였다.

매년 423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 모두도 신경다양인의 한 사람이라는 시각으로, 신경다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그 사람들의 장점과 특성을 활용할 줄 아는 지성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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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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