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과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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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과 인간의 조건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6.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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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의 대중문화 칼럼 Ver.2 | 문화기호읽기 4
노진화 박사(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작가 메리 셸리가 친구들과 여행에서 나눈 공포 이야기를 원형으로 한다.

소설의 나레이터는 항해사 로버트 월턴이다. 그는 바다의 생활에 대해 누이 마카릿에게 자주 편지를 썼다. 어느 날 윌턴은 북극 얼음에 갇혀 쓰러진 한 남자를 구조한다. 소설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삶을 윌턴의 편지로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빅터는 인간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 무생물에서 살아있는 존재를 창조하는 과학자였다. 그는 한때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인가를 쫓고 있다고 말했다. “들어보시오. 내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그는 과학과 생명의 신비를 연구하면서 납골당과 도살장에서 가져온 것들로 아름다운 피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창조물이 흐릿한 노란 눈을 떴을 때, 기괴한 형체에 겁을 먹고 도망치고 말았다. 괴물에 대한 의무보다 동료 인간들의 의무가 더 컸던 까닭이다.

괴물은 처음부터 버려졌다. 스스로 언어학습을 통해 사회를 모방하고 지성을 발달시켜 인간처럼 인정받고자 했다. 그러나 자신을 본 사람마다 그를 저주했다. 괴물은 빅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목숨을 차례로 빼앗았다. 분노에 휩싸인 빅터는 괴물을 찾기 위해 북극까지 쫓아갔다. 빅터가 선상에서 죽어가던 날 괴물이 찾아왔다.

당신도 불행했지만, 내 고통은 당신의 고통보다 더 크다오. 인간들은 나에게 죄를 저지르는데 왜 나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오?” 빅터가 죽자, 괴물도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림 https://time.com/4980454/frankenstein-monster-history-mary-shelley/

지성의 발달

인간은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빅터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 현상에 매료되었다. 그는 그 뒤에 숨겨진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즐거웠다. 지식은 그에게 기쁨이자 환희였다. 마침내 발견한 생명의 원리는 과학의 혁명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큰 결실이었다. 그러나 연구와 실험에 더 깊이 빠질수록 관계에서 단절되었고, 희망보다 절망에 빠졌다.

지식의 함정은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숨은 욕망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욕망은 다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있지만 단계들은 모두 사라지고 결과만이 중요하다. 윤리적이고 올바른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사회적 고립에 처하거나 사회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빅터가 만든 괴물도 지성을 가졌다. 감각을 구분하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며, 사고력이 점점 발달해갔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 걷고 뛰는 성장의 과정과 같았다. 심지어 밀턴의 실낙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읽으며 언어를 습득했다. 책을 통해 고매한 인간 사상을 배웠다. 그러나 괴물이 지성을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이 흉측한 외모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거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말을 들어주세요. 제발 날 버리지 말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오.” 괴물에게 지식의 끝은 죽음뿐이었다.

 

창조주와 피조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흙으로 인간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인간들을 위해 올림푸스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불은 따뜻함, 보호, 음식을 요리하는 능력 등을 상징한다. 그러나 불을 훔친 죄로 제우스의 분노를 얻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초래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지식의 힘과 전기를 이용하여 그의 창조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그는 책임을 회피하고 말았다. 괴물이 말했다. “어떻게 생명을 가지고 그렇게 장난을 친단 말이오. 삶이 비록 고뇌 덩어리라고 해도 나한테는 소중한 것이오. 나도 인간처럼 사랑받고 싶고 아내를 얻고 싶소.”

빅터는 괴물이 마지막으로 요구한 아내만들기를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또 다른 생명체가 만들어진다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죽는 순간까지 영원한 지옥에 묶이는 신세가 되었다. “넌 나를 만들었지만 네 주인은 나야. 어서 복종해.”

인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유전자 편집, 합성 생물학, 심지어 생물학적 불멸성을 향한 도전은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높이기 위해 뉴럴 링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는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책임과 윤리성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창조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 생명 창조의 의미를 숙고하고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도덕적, 실존적 논의가 필요하다.

 

인간의 조건

어느 날, 괴물은 헛간에서 드 라세 가족을 관찰하며 자신에게는 어린 날 지켜보던 아버지도, 미소와 애정을 나누던 어머니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일까. 외롭게 사랑 없이 살아야 한다면, 난 미움과 악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 생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 요건은 안전사랑이다. 괴물이 인간에게 바란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 고유성은 모두가 동등하면서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고 말한다. 괴물은 인간인가? 아니면, 그저 과학적 산물일 뿐인가? 비인격 존재라도 인격은 있지 아니한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복제 인간 레플리컨트는 어린 시절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출산까지 한다. 인간과 구별하기 위해 매일 사상을 테스트한다. 인간성을 드러내면 즉시 폐기된다. 인간은 앞으로 순수 인간, 기계 인간, 인조 인간 등등 등급으로 매겨질지도 모른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복제 인간의 탄생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소설에서 괴물이 정의한 인간은 이렇다. “인간이란 그렇게 강인하고 덕과 품위를 지녔으면서도 그렇게 악하고 비열한 존재란 말인가? 인간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부와 결부된 고귀하고 순수한 혈통이었다.”

어쩌면 괴물은 정체성과, 선과 악 사이에서 더 갈등하는 존재이자 더 인간적 존재일지도 모른다. 괴물의 복수는 빅터의 죽음 앞에서 막을 내린다. 미래를 사는 우리에게 인간의 조건이라는 실존적 물음은 무엇이 아닌 어떻게를 통해 공존을 생각해야 할 때다.

당신은 정말 인간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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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는…

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세계문화기호연구원 원장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콘텐츠&인지기호 LAB 연구원

상지대학교 경영학과 강사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즈니스 평가위원

(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심사위원

(전) 송파구청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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