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합창 음악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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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합창 음악 만들고 싶어요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3.07.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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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y Life / 양재훈 지휘자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진심인 양재훈 지휘자. 그가 보여주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배려는 그의 음악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관객들이 좀 더 공감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합창이 얼마나 좋은 음악이고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인지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하는 양재훈 지휘자를 만나본다.

 

학창시절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던 양재훈 지휘자.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교육자가 되길 원하셨다. 교회에서 찬양인도도 하고, 예배 반주를 하면서 음악에 대한 마음을 이어가던 재훈 씨는 대입 재수 시기에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하게 된다.

당시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시던 사모님이 계셨는데, 음악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음악 입시 선생님을 소개시켜 줄 테니 한번 준비해보라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 두 달 동안 고민하면서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10년 계획을 짰죠. 당장 입시를 어떻게 준비할지, 입시에 필요한 비용이나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이후에 어떻게 음악가로 성장할지 등을 세세하게 적어서 부모님을 설득할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많았는데, 부모님이 설득을 당해주신 것 같아요(하하). 실제로 학교에 합격하고 나서 여쭤보니까 음악 하는 걸 원치는 않았지만 인생에서 한번은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하게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하십니다.”

 

가슴 벅찼던 윤학원 지휘자의 공연과 지휘 진로 설정

클래식 작곡과로 입시에 성공했지만 아무래도 준비 기간이 짧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해온 동기들에 비하면 음악 전반에 대한 지식이나 식견이 부족했다.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쌓아온 시간들을 한 순간에 채우는 건 불가능했고, 대략은 알지만 특별히 잘 안다는 느낌이 없다 보니 완성도 있는 곡을 작곡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졌다.

입학하고 보니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1학년 때는 정말 닥치는 대로 공연을 보러 다녔죠. 당시 인천시립합창단의 윤학원 지휘자님이 명예교수님으로 계셨는데, 그 분이 하시는 공연을 자주 보러 갔어요. 공연에서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시는데, 클래식과 국악, 반주와 합창 등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지휘하는 걸 보는데 가슴이 정말 벅차더라고요. 앵콜 공연을 보면서 너무 감격해서 울었는데, 그때 저의 꿈을 찾은 것 같은 확신과 전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2학년 때 합창지휘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지휘 전공이 없는 학교도 많고, 실제 지휘 리허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수업 중에 곡을 정해서 지휘 폼을 배우기도 하지만, 실제 연습이나 공연에 참관해서 배우는 것이 일상이다. 성인 합창단에 참관하면서 노래를 좀 도와주기도 하고, 어린이 합창단의 경우에는 간혹 지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전체 지휘를 하지 않더라도 부지휘자로서의 역할을 맡아 경험하기도 한다.

저는 운이 좋게 합창지휘 전공을 시작하면서 바로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시작했어요.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교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지휘자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그곳에서도 지휘를 하게 됐죠. 그리고 학교에서 기독교음악 작곡동아리 활동도 했는데, 작곡 전공인 회원들이 직접 작곡한 곡으로 합창단 공연도 하면서 동아리 활동이 왕성해졌어요. 졸업 후에 동아리 사람들을 모아서 예그리나라는 합창단을 만들었고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다수의 합창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활동영역을 넓혀 갔죠. 다들 비용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회비를 내면서 활동을 했는데도 정말 행복하게 활동을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다른 합창단을 지원할 때 교회와 합창단 경력을 인정받아 더 좋은 기회들을 얻을 수 있어 감사했어요.”

스스로를 자극하고 자극해 작품 완성도 높여

양 지휘자가 2018년부터 지휘하고 있는 성남시여성합창단은 성남시 문화예술과 소속으로, 대부분 성남시에 거주하는 여성 시민들로 이루어져 있다. 합창단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며 현재 30명 정도의 인원이 일주일에 2번씩 모여 연습을 하고, 지역별로 열리는 합창대회나 지역관련 행사에 참가하거나 1년에 한 번 정기연주회를 준비한다. 시청을 통해 예술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성남시여성합창단과 함께 제가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이 또 있는데, 작년 11월에 창단한 클라시쿠스라는 합창단이에요. 작년에 세계합창대회에 출전할 합창단을 뽑는 오디션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나가기 위해 이틀 만에 23명을 모았고, 2주 연습하고 나갔죠. 아무래도 방송에 맞춰서 준비를 하다 보니 일정이 너무 빡빡해 본선까지 올라가고 떨어졌어요. 단원들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요. 녹화가 9월에 끝났는데, 그때 모였던 단원들 중심으로 합창단을 계속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새로운 단원을 충원해서 작년 1111일에 클라시쿠스를 창단했습니다. 올해 7월에 열리는 강릉세계합창대회를 목표로 준비 중인데, 정말 좋은 곡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번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하하).”

합창단은 기본적으로 지휘자, 단장, 반주자, 파트장들이 있고 총무, 회계, 서기가 운영을 돕는다.

오케스트라와 비교했을 때 기본적인 지휘법이 다르진 않지만 대부분 합창단은 단원들이 단 위에 올라가고,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단 위에 올라가기 때문에 자세나 각도, 시선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악기는 악기군별로 호흡이 다르지만, 합창단은 모두 사람이 내는 소리를 모아서 표현하기 때문에 합창 지휘가 좀 더 섬세할 수 있고, 가사가 어떤 언어로 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휘자가 발성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발성 코칭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합창단 지휘를 할 때 저처럼 작곡을 전공한 사람들은 음악적인 부분을 적용해서 가르친다면, 성악을 전공한 지휘자는 좀 더 발성적인 부분을 잘 터치할 수 있어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서로 강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작곡과를 나왔기 때문에 편곡 활동도 함께 하고 있는데, 어떤 분들은 성악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누군가는 무대 위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긴장해서 떨 수 있는데, 저는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떨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너무 무뎌지거나 당연해지지 않도록 연습할 때나 공연 때나 스스로를 자극하고 또 자극하죠. 그렇게 스스로를 자극할수록 작품과 공연의 완성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만족도도 같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전문 분야가 그렇겠지만, 전문가로 성장할수록 학위나 공식적인 라이센스가 그 사람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은 시대마다 달라지고 트렌드와 흐름이 있기 때문에 음악관련 서적을 읽거나 아카데미, 모임 등에 나가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클래식이 서구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언어를 익히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좋은 지휘자의 자격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몇 가지만 꼽자면, 전달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정확하게 전달을 하지 못하는 지휘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저도 계속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죠. 그리고 합창은 즐거워야 해요. 합창은 우리 몸이 곧 악기이기 때문에 지휘자는 제한된 연습시간 동안에 단원들이 좋은 컨디션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흐름을 유연하게 이끌고 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단원들과 공연을 볼 관객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연과 곡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원들에 대한 배려, 관객에 대한 배려

지휘자는 단순히 지휘만 하지 않는다. 전체 공연의 레퍼토리를 잘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알맞은 곡을 잘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다. 가능하면 편곡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구성한 곡들을 충분히 연습시켜서 최종적으로 공연에 오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다.

공연장에서만 보면 지휘자가 가장 빛나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외로운 위치이기도 하다. 단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쌓을 수도 있지만, 합창단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기에 개인적인 관계가 음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절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제가 지휘자로서 가지고 있는 모토는 배려에요. 합창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마다 자신의 소리를 내게 되는데, 특히 지휘자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위치이다 보니 더욱 배려가 필요하죠. 단원들 모두가 각각 자신의 음색과 소리로 자신을 나타내는데, 연습을 하는 동안 소리가 너무 크면 스스로 낮추기도 하고 역량이 조금 부족하면 노력해서 발전하기도 하면서 서로 간의 소리가 하나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중심에 있는 지휘자는 단원들이 무리하지 않고 화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하죠.”

양재훈 지휘자의 배려는 단원들을 넘어 관객에 대한 배려로 확대된다. 곡의 구성이나 콘서트 사이사이에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공연의 테마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음악적인 것 외에도 객석의 의자가 불편하진 않은지, 관객들이 주로 보게 되는 지휘자의 뒷모습에 거슬리는 건 없는지 등 관객들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세심하게 챙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활동하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7월에 참가할 세계합창대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회와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고요. 가능하다면 기존의 합창단들이 잘 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대중들이 좀 더 공감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합창을 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견디고 인내하는 것을 배울 수 있고,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성과 자신감도 배울 수 있거든요. 합창이 얼마나 좋은 것이고 시대에 필요한 음악인지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양재훈 지휘자는

[학력]

-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힙창지휘전공 졸업(이상길 사사)

-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음악학과 합창지휘전공 수료(이상길 사사)

[]

- 클라시쿠스 단장 겸 예술감독

- 성남시여성합창단 지휘자

- 역곡동교회 임마누엘성가대 지휘자

[주요경력]

- 예그리나합창단 단장 겸 지휘자(2013.09~2023.01)

- 평택시여성합창단 지휘자(2019.04~2022.12)

[수상]

- 9회 한국창작음악합창제 작곡공모 당선

- 안산시립합창단 2015 ACDA Convention 초청기념 작곡공모 당선

-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 최우수상(성남시여성합창단)

- 춘천전국합창경연대회 대상(평택시여성합창단/예그리나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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