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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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8.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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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해외 의대 진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진출하는 국가도 40개 국가나 된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가 평소 잘 들어보지도 못한 국가인, 쿠바 동남쪽에 있는 인구 10만여 명의 영연방 그레나다도 있다고 한다. 의대를 가고 싶은데 국내 의대는 진학이 워낙 어려우니 해외 의대를 가서 졸업하고 국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해서 국내 의사가 되는 코스라고 한다.

현재 해외서 의대를 졸업하면 국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대학이 40여개국 140여개 대학이나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미국과 필리핀 의대에서 시작이 되었으나, 수요가 늘어나면서 헝가리와 체코 등 동유럽권 의대가 각광을 받다가, 최근에는 몽골과 우즈베키스탄으로까지 확대되고, 급기야는 그레나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국내에서 의대를 가려는 학생들이 많고, 그 중에서도 의대를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그 만큼 많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의대 바람이 학생 당사자나 학교 당국이 아니라 일부 사설 학원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설 학원에서 이러한 해외 학교 입학을 위한 특별반을 개설하고, 초등학생 단계의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대 지망생들을 유치하여 조기 유학반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교육개혁이 학교나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설 학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이채롭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민족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교육을 시키는 것을 뭐라 탓할 수는 없지만, 지나친 과열이고 과잉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남들이 하는 것은 나도 해야 한다는 평등의식과 경쟁심, 목표를 향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열정과 도전, 어린 초등학생 단계에서 조기 교육을 통한 맞춤형 교육, 남들보다는 뭔가를 다르게 해서 남들보다는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는 시기심과 경쟁심. 지금까지의 전형적 한국식 삶이었다.

이것으로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되었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되었다. 짧은 기간에 옆에 있던 많은 후진국들을 추월하고 경쟁국들을 물리쳤다. 한국식 발전 모델을 창출하고 지금은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국가가 되었다.

우리는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민족이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목표를 남들보다 먼저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족이다. 극도의 경쟁지향이고 평등지향이다. 등산로에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도 누군가 들어가서 흔적을 남기고, 빨간불 신호등에서 다른 차들은 다 정지하고 있는데 혼자서 옆길로 들어가서 우회해서 신호등을 피해서 불과 몇 초를 먼저 앞서가려는 민족이다. 기부금 입학제를 허용하지 않는 지구상 몇 안 되는, 금수저를 못보는 국가이다. 누구나 대등하고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극도의 경쟁심과 평등의식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의 역사에서 찾는다. 우선 일제침략과 약탈이다. 우리는 일제 36년에서 많은 것을 수탈당하면서 기득권층이 많이 약해졌다. 그리고 해방과 독립 후 취해진 농지개혁에서 기존 소수 지주의 농지가 다수 농민들의 소유로 전환되면서 소수 기득권층이 얇아지고 많은 다수의 농민층이 넓어지면서 평등의식이 급속히 확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6.25 전쟁을 겪으면서 다시 재산과 소유의 재분배가 일어나면서 가득권층이 약화되고 다수 일반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소위 말하는 너나 나나식의 한국형 평등주의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해방 독립 후 단행된 농지개혁은 소수의 지주층 토지를 유상으로 몰수하고, 유상으로 분배를 함으로써 70% 농민들이 소작농을 벗어나고 한국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시발점이 되는 중요한 조치였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는 한민족의 장점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이러한 극도의 한국적 평등주의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다른 나라들이 흉내낼 수 없는 성과를 창출하였고, 따라올 수 없는 속도를 기록하였다. 사촌이 땅을 사면 온 집안이 땅을 사서 자기들끼리 피 튀기는 경쟁을 한 결과,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재벌들이 탄생하였다. 이 좁은 나라에 자동차 생산기업이 5개나 되고 민간항공사가 미국보다 많은 10개나 된다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얼마나 자유로운 도전과 내부 경쟁을 도모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한 아이돌이 음악이나 춤에 성공하면 유사한 이이돌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서로 경쟁하면서 아예 새로운 시장을 직접 만들어버리는, 세계시장에서 유례가 없는 사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적 평등사상은 다양한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누구나 옳다는 인식과, 내가 너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의식은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극도의 대립과 상호 부정의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상호 권위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결과로 통합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평등의식은 잘못하면 성공에 대한 인정 거부나 존경의 철회로 나타나거나 개인의 실패를 사회나 국가의 탓으로 돌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근래 들어 평등주의가 강화되면서 잘못은 외부에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개인의 실패를 전적으로 불평등한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추세로 인해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이 강조되는 사회적 현상이 보편화되고, 결국 시장경제의 근본원리가 훼손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결과의 평등이 강조되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만들어 분배를 둘러싼 계층 간의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송호근,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

경쟁은 인류가 창조한 가장 위대한 유물이라는 명언이 있다. 인류의 발전과 진화는 경쟁에서 시작되었고 경쟁은 자유로움과 평등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민족은 자유로움과 경쟁에서 타고난 민족이다. 자유경쟁과 도전, 열정과 시기심에서 타고난 문화적, 지리적 강점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이미 세계와의 경쟁에서 그 성과가 입증되었고,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시대는 이러한 우리의 타고난 강점이 더욱 더 필요로 하는 시대이다. 다시 대한민국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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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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