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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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만든 사람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3.08.23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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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평생 직업과 자기발견_블라인드 인터뷰

콘텐츠 마케터에서 유치원 교사로 전직한 K씨와 디자이너에서 CX매니저로 직장 내 직무 전환에 성공한 C, 영업관리자에서 개발자로 직무를 바꿔 이직에 성공한 H씨와 개발자이자 미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L씨를 만났다. 이들이 직업을, 직무를 다시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첫발을 디딘 영역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뻗은 4명의 여자와 내가 좋아하는 것나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K : 반갑습니다, 이름을 대면 아실만한(웃음) 대행사 소속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다가 유치원 교사로 직업을 바꿔 이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K입니다.

C : 저는 직장을 옮기진 않았고요. 같은 직장 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CX매니저로 직무를 전환했습니다.

H : 저는 국내 식품업계 대기업 영업관리자로 일하다 부트캠프를 거쳐 외국계 회사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H입니다.

L : 저는 프리랜서 개발자로 집에서 개발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L입니다.

 

Q. 기존의 직업에서 관계가 적은 영역으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어떤 계기로 커리어 전환을 결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C : 제가 다니는 회사는 교육 업계의 스타트업이라 직무 전환에 굉장히 열려 있습니다. 내부 구조상 디자인 업무를 할 때 대표님, 기획자들과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요, 제가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얘기를 회의 때마다 했던 것 같아요(웃음).

디자이너 인턴 시절에 잠깐 마케터 업무를 같이 맡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고객 인터뷰를 진행했었어요. 이전에 근무했던 곳인데, 회사에 오신 고객님이랑 대화하면서 서비스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혹은 아쉬운지 얘기를 듣는 게 정말 업무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주더라고요. 지금 회사에서는 디자인 업무만 하다 보니까 고객과 대면할 일이 없는 게 많이 아쉬웠거든요. 근데 마침 CX매니저 인턴 포지션이 공석이 되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다이렉트로 제가 저 자리에서 세 달만 일해 보면 안되겠냐고 여쭤봤어요. 다른 디자이너들한테 양해를 구한 상태여서 더 부담없이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대표님도 굉장히 흔쾌히 그렇게 해보고 싶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이너 인턴을 뽑고, 제가 CX매니저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3개월이 지나고 면담을 하는데 계속 CX매니저로 일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직무 전환을 한 지 이제 1년 조금 안 됐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K : 저는 광고 대행사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면서 과부하가 와서 일을 쉬면서 학위를 다시 따고 전직한 케이스예요.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회사 내 서열 문화도 있었고, 팀 간 경쟁도 심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업무적으로도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결국 스트레스성 위염이 심해져서 응급실에 두 번 실려 가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퇴사하고 나서 몇 달은 건강 회복에만 전념했어요.

건강해지고 나서는 바로 취업을 하지 않고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도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까 하루 4시간짜리 키즈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애들이 너무 예쁜 거예요. 인터넷 커뮤니티 들어가 보면 키즈카페 진상 어린이, 진상 부모 욕하는 글들이 있어서 처음엔 좀 겁먹었는데, 몇 달 일해보니까 그런 고객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리고 울고 떼써도 미운 마음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고요. 제가 조카가 세 명인데 조카 생각도 나고요. 언니한테 얘기하니까 언니가 유치원 교사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언니가 결심만 하면 1년 학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얼른 갈 수 있는 학교를 알아봤어요. 제가 대학을 외국에서 나와서 영어가 익숙한 편인데요, 유아교육과 학위를 따니까 영어유치원 취업이 아주 어렵지는 않더라고요. 이제 취업한 지 반년 됐는데, 아직은 힘든 일보다 보람찬 일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H : 저도 K님이랑 비슷해요.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몸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내 역량이 자랄 수 있나에 대해 엄청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아무 대책 없이 사직서를 쓰고 그동안 모았던 돈을 탈탈 털어서 스페인으로 갔어요.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가 시간엔 여행을 하면서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어요. 어느날,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개발자 부트캠프 광고 글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어요. 바로 다음날 신청하고, 부트캠프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생활코딩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를 엄청 했어요. 저는 개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어서 진도를 못 따라갈까봐 겁이 났던 것 같아요.

6개월 간의 부트캠프를 마치니까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외국계 개발 에이전시에 지원서를 내봤어요. 연습이니까 떨어져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고 멘탈 관리하고 있었는데 덜컥 붙어 버린 거죠. 그 길로 면접을 보러 한국에 귀국했고, 지금 그곳에서 2년째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 공부는 끝이 없지만, 늘 배울 게 있어서 매일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L :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대학 입학 당시, 환경이 좀 어려워서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집에서 혼자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대학 졸업 후에 게임 개발사에 취업해서 직장을 다니다가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서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는 것에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으로만 활동하고 있는데, 곧 유튜브를 통해서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Q. 다양한 이유로 기존과는 다른 직업의 길을 선택하셨네요. 다른 길을 가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H : 저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따져봤어요. 사실 연봉은 이전 직장이 조금 더 주는데요, 거기서 반복되는 일만 하면서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러워요.

C : 저는 제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해요.

K : 저는 조금 두렵긴 했어요. 워낙 힘들게 취업했던 곳이라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니까 더 놓기가 힘들어지더라고요. 몸이 아파서 반강제적으로 직업을 바꾸긴 했지만, 지금이 훨씬 좋아요. 워라밸도 좋고,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도 사이가 좋고요.

L : 저는 아직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온전히 다 보여드리진 않아서 지금 가장 두려워요. 좋아하는 일이니까 사실 꾸준히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진 않는데, 반응이 없더라도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스스로 많이 다독이고 있어요.

 

Q. 아직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조언, 혹은 응원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H :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동안 내가 경험한 일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아도 도전해보세요. 요즘엔 유튜브나 강의들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얼마든지 전공과 상관없는 길을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C : 저도 조바심 내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분명 잘 할 수 있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이것 저것 경험해보면서 진짜 내 일을 찾으시길 바라요.

L :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잘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믿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K : 회사 타이틀만 봤던 취업준비 기간에 조금 더 시야를 넓혔으면 어땠을까, 다른 사람이 어디에 취업이 됐는지 궁금해하고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스스로 좀 많이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마음처럼 되지 않아 답답하겠지만, 힘내시길 바라요, 화이팅!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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