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농장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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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농장에서 일어난 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8.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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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의 대중문화 칼럼 Ver.2 | 문화기호읽기 6
노진화 박사(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1938>193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 농장에서 쫒겨난 조드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때 오클라호마 농장은 목화밭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땅은 점점 윤기를 잃어 붉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갈 때 수건으로 코를 가려야 했다. 농사를 짓지 못하자 점차 생계가 끊겨 굶어 죽을 지경이었다. 어린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놀았다.

어느 날 지주들이 와서 말했다. “땅이 메마르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당신들이 너무 오랫동안 파먹었거든.” 커다란 트랙터가 들어와 울타리와 집을 부수었다. “나는 내 손으로 이 집을 지었다. 이건 내 거다. 자네에게 명령한 놈이 누구냐?” 트랙터 운전자는 은행의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은행은 다시 동부의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아니, 그러면 어디까지 가는 거야?”

가족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마침 광고 전단지에는 캘리포니아의 콩 따기 노무자 모집, 연중무휴, 임금 고가, 800명 모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엄청나게 큰 포도를 한 송이 송두리째 따고 그걸 얼굴에다가 꾹 눌러서 포도즙이 줄줄 볼을 타고 흘러내리게 해봤음 좋겠다.”
그곳은 일자리도 풍부하고 하얀 집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중고차 한 대를 구입하고 세간살이를 실었다. 고향은 기억 속에 남겨두었다.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겠지. 새 출발 하는 거야.”

길 위의 사람들

1930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균형 예산을 강조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세입이 세출을 감당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전체 농장 90%가 아직 전기 구경을 못했을 때에도, 캘리포니아는 전력화를 달성하였다. 한 편에서는 새로운 농업 기술이 진보하였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엄청난 불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66번 도로는 쫒겨난 수만의 노동자들이 캘리포니아로 무작정 떠나고 있었다. 길 위에는 비웃음과 조롱, 속임수가 가득했다. 어떤 사람들은 고향으로 되돌아간다고 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보상은 커녕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고 했다.

조드 가족은 돌아갈 곳이 없었다.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목화밭이든 복숭아밭이든 일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지주들의 셈법은 이상했다. 이주자들이 많아지면서 품삯은 점점 낮아졌고, 식료품값은 자꾸만 비싸져 갔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할수록 지주들은 곳간이 채워지고 아이들은 배탈이 났다.

지주들은 담합했고, 노동자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 권총을 든 자들이 언제든 쏠지도 모를 일이었다.

차별과 혐오, 궁핍함, 그리고 분노는 사상의 자극제가 되고, 사상은 행동의 자극제가 되었다. 목사였던 캐시는 부당함에 맞서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플로이드도 마찬가지였다. 톰 조드는 저항에 적극 가담했다. “나는 저항하는 곳이면 어디에든 있을 거예요.” 그는 자신의 옳다고 믿는 신념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갔다. 비가 거세게 오던 날, 물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삼키는 듯했다. 조드 가족은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 높이, 더 높이 판자를 쌓아 올라갔다.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은 대공황으로 어려워진 농촌의 실상을 소설 <분노의 포도>에 담았다고 말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분노는 커졌다. <요한계시록> 4장에는 진노의 포도주를 마시리니 그 진노의 잔에불과 유황으로 고난을 받으리니’, 19절에는 맹렬한 진노의 포도주 틀을 밟겠고라고 쓰여 있다. ‘진노의 포도주는 악인에 대한 하나님의 형벌과 보응을 상징한다.

포도의 상징도 의미심장하다. 포도는 생계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와인 생산의 핵심 요소다.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으깨는 과정은 소설 속 인물들이 견뎌야 하는 가혹한 현실이다. 조드 가족과 다른 이주 노동자들은 마치 포도를 으깨서 본질을 추출하는 것 같다.

조드 가족은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을 하여 40년 광야 생활을 한 것 같다. 그들이 가나안에 들어간 것처럼 조드 가족도 언젠가는 바라던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성들을 이끌었던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조드 가를 이끌었던 조부모들도 캘리포니아를 앞두고 죽고 말았다. 약속은 다음 세대를 거쳐 흘러가고 있다.

 

연대와 희망, 그리고 성장

고통과 분노 가운데에도 연대와 헌신, 성장이 있었다.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가던 중 만나게 된 캠프는 곤경에 처한 또 다른 가족을 만나 서로 위로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가진 것이 거의 없었음에도 가진 것을 나누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도왔다.

조드의 딸 샤론의 장미는 아이를 사산하는 슬픔 속에서도 헌신을 보여준다. 그녀는 상처를 뒤로 하고, 굶어 죽어가는 한 남자(아버지)에게 모유를 물린다. 이 장면은 로마 시대 <시몬과 페로>와 비슷하다. 시몬은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아사형을 선고받았다. 감옥은 음식이 일절 금지되었다. 외동딸 페로는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모유를 먹인다.

인권 운동을 했던 마틴 루터킹(1963)어둠이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오직 빛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미움은 미움을 몰아낼 수 없다. 오직 사랑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빛의 이미지는 지식, 깨달음, 적극적인 행동의 힘을 은유한다. 어둠은 무지, 두려움, 편견을 상징한다. 소설은 보복의 길을 넘어,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더 보람 있는 사랑과 이해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개인적, 육체적, 영적 성장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화하고, 배우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조드 가족의 역사는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살만한 세상은 오기나 하는 걸까? 질문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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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는…

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세계문화기호연구원 원장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콘텐츠&인지기호 LAB 연구원

상지대학교 경영학과 강사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즈니스 평가위원

(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심사위원

(전) 송파구청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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