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기업이야!
상태바
바보야! 문제는 기업이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9.07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필자는 개발도상국 지원사업(ODA)을 수행하러 해외를 자주 나간다. 최근 거의 매달 드나들다시피 하는 나라가 우즈베키스탄이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나라는 국경을 두 개 지나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내륙국가로, 국토 면적은 우리 남한의 4배가 넘는 넓은 나라이지만 인구는 36백만 명 정도이다. 구 소련연방국가에서 1989년 체제 붕괴와 함께 독립을 했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와 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국가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강대국인 이유는?

처음 이 나라 수도 타슈켄트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내 도로가 매우 넓게 잘 뚫려있고, 거리가 깨끗하며, 높지 않지만 웅장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것이었다. 그래서 이 건물들이 무슨 건물들인지, 호기심에서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정부의 관공서이거나, 대학이거나, 공공건물, 은행, 박물관 등이었다.

그래서 그러면 기업들 건물은 어디에 있는가물었다. 기업들 건물을 찾아서 한동안 시내를 돌아다녔다. 정보통신기업 건물을 하나 찾았는데 그것 역시 공기업이었다. 뒤늦게 알아차린 것은 그 나라는 눈에 띌 정도의 민간 기업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기업이야 있겠지만, 수도에 눈에 띄게 건물을 가진 기업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에 여행이나 업무 출장을 가보면 사람들이 길가에 모여 앉아 할 일 없이 웅성거리거나, 놀거나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우즈베키스탄도 비슷하다. 특히, 길거리에서 할 일 없이 지내는 젊은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으로 일하러 가장 많이 오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두 현상의 원인은 결국 그 나라에 일자리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충분치 않다는 것은 기업이 충분치 않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타슈켄트 길거리에 기업 건물이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 한국의 서울은 어떤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서울 길거리를 지나가면 관공서 건물보다는 민간 기업들의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길거리에서 특별한 일 없이 장난치고 노는 청년들은 쉽게 볼 수 없다. 한국 청년들의 취업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이것과는 다른 문제다.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는 많은데, 일하고 싶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완전 다른 나라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오는 곳이다.

두 나라의 근본적인 차이는 기업이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있느냐의 차이다. 더 나아가 얼마나 큰 대기업이 많은가의 차이다.

최근 화제의 뉴스 중 하나가 유럽이 점점 가난해 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유럽은 세계 부의 중심이고, 문화와 역사의 시작점인 곳이다. 큰 줄기의 역사와 종교와 문화는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기술과 산업도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 유럽이 최근 점점 가난해지고 미국과는 해가 갈수록 경제력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경제력 크기가 미국의 한 주(State)만도 못하고, 미국의 각 주와 비교해도 유럽 중심국가들의 경제 규모가 더 작다고 한다. 양적인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1인당 GDP 규모도 미국보다 적고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이라고 분석된다. 기업의 시장 가치 기준으로 세계 30대 기업에 미국기업은 21개가 있는데 유럽은 오직 4개 밖에 없고, 아시아가 5개인데 그중에 한국기업도 하나가 있다. 불행히도 일본 기업은 없다. 물론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대만 같은 나라도 있기는 하다. 결국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일자리의 관건이고,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밑바탕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미국이 유럽보다 더 많은 기업을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 수준 차이에 의한 기술력 차이, 노동 유연성으로 기업 활동의 자유로움, 세계 유능 인력을 흡수하는 이민정책, 유럽의 고령화 등을 지적한다. 세계 유명대학 30개에 미국 대학이 20개를 차지한다. 유럽은 7개이고 아시아와 기타가 4곳이다. 한국은 없다. 기술과 기업에서 미국이 앞설 수밖에 없는 풍토에서 유럽과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인가?

최근에는 기업이 단지 사업을 해서 이윤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는 역할 그 이상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국가가 아니라 특정 기업이 전쟁의 우세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소형 인공위성 수만 개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가 전쟁 초반 패색이 짙은 우크라이나를 구했다. 개전 직후 러시아에 의해 완전히 망가진 우크라이나 인터넷망을 자사의 인공위성망을 이동하여 단번에 복구하여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예상치 못한 한 기업의 역할이었다.

지금까지는 국가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우주 개척도 이제는 기업들이 앞서가는 시대다. 민간 우주여행을 시작한 스페이스 엑스,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은 전부 민간 기업이다. 미국의 NASA도 이제는 우주 프로젝트를 민간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번 나로호 발사에 300여개의 기업들이 참여하였고,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는 범죄인을 관리하는 교도소 관리도 국가에서 민간으로 위탁하는 추세이다. 기업의 영역이 국가의 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그 나라가 기업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안다. 가장 확실한 단일 지표다. 우리나라도 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어떻게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는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 좋다고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유럽이 미국에 추월당했듯이, 언제 개발도상국에 추월당하고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질지 모른다.

답은 나와 있다. 창업하려는 청년들이 많고, 창업하기 좋은 환경인가? 기업들이 필요한 우수한 인력이 충분하고 고용과 해고가 얼마나 자유로운가? 출산율이 낮으니 미국과 같이 우수 인재들이 해외에서 몰려올 수 있는 여건인가?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후대까지 물려주면서 기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과 제도인가? 기업인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선망받는 직업인가?

우리는 어떤가? 미래에는 어떨 것인가? 관건은 기업이다! It’s the Enterprise, Stupid!

------------------------------------------------------------------------------------------------------------------------------------------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