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앵무새를 죽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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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앵무새를 죽였는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09.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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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의 대중문화 칼럼 Ver.2 | 문화기호읽기 7
노진화 박사(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1930년대 미국 남부의 메이컴 마을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스카웃(8)과 오빠 젬과 딜이다. 세 아이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본다.

메이컴 마을은 두 부류의 인간이 있었다. 대체로 백인들은 평범했다. 그러나 부 래들리(이하 부)와 흑인은 평범하지 않았다.

부는 15년 동안 은둔하는 백인이었다. 그에게는 무수한 소문이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짓궂은 장난을 해댔다. 몰래 마당에 숨어들었다가 혼쭐이 나기도 한다. “부 아저씨가 우리를 죽일지도 몰라아이들은 호기심과 편견을 구분하지 못했다.

흑인은 마을 밖에서 살았다. 어느 날 톰(흑인)은 메이엘라(백인)를 강간한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는 톰을 변호하기로 했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은 애티커스를 흑인의 애인이라고 부르며 협박했고,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으며 목숨도 위험했다.

재판이 있던 날, 아이들은 법정에 몰래 숨어 듣다가 눈물을 흘리고 만다. 톰이 죄를 지었다는 증거가 부족했고, 고소인 밥 유얼과 그의 딸 메이엘라 증언은 모순 덩어리였다. 그럼에도 배심원들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얼마 후, 톰은 감옥을 탈출하다가 총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영화 <앵무새 죽이기>(1962, 감독 로버트 멀리건)의 한 장면

차별의 이유

소설에서 백인들은 흑인을 본질적으로 위험하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흑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가정, 흑인은 기본적으로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가정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면, 오해 되고 두려움이 된다. 근거 없는 가정은 편견을 더욱 키울 뿐이다. 그러나 대상을 이해하게 되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아이들은 점차 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따듯하고,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는 복잡한 세상을 사는 어른들보다 순진한 아이들과 더 소통하기를 바랐다.

편견과 차별의 역사는 인류 역사의 고대부터 오랫동안 눈에 잘 보이지 않으나, 뻔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표현 양식으로 존재해 왔다. 15세기 유럽의 식민주의 시대는 원주민을 인종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묘사했으며,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했다. 1930년대 당시 남부사회는 대공황으로 경제적인 궁핍을 겪었다. 노예제도가 남아있었고 사회적으로 격리되었기 때문에 삶의 질도 나쁠 수밖에 없었다.

법과 제도도 흑인에게 차별을 허용했다. 실제 스카츠보로(1931) 사건은 흑인 소년 9명이 소녀 2명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썼지만, 소년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변론할 기회조차도 박탈당하고 말았다. 당시 재판에서 흑인이 백인을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는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제도적 구조에 깊이 뿌리내려 있음을 말한다.

 

앵무새는 누가 죽였는가?

젬은 어느새 총을 만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총은 위험한 도구다. 아버지 애티커스가 당부했다.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앵무새는 순수와 무해를 상징한다. 따라서 앵무새를 죽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대상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그런데 애티커스는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과감히 총을 쏜다. 미친개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죄 없는 앵무새가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무지와 편견에 둘러싸여 있다. 믿음은 절대적인 무지에서 시작된다. 정말 그 믿음이 나의 생각인가? 죽여야 할 것은 앵무새가 아니라 무지와 편견이다. 우리의 인식은 경험을 통해 제한되며 경험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무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앵무새가 죽어가는 것을 방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회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은둔자였던 부는 밥 유얼이 아이들을 해치려는 것을 보고 나서 방관하지 않았다. 마을 보안관도 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다. “한 시민이 범죄가 자행되는 것을 최선을 다해 막는 것이 법에 저촉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밥 유얼은 자기 칼 위로 넘어진 겁니다. 읍내를 위해 훌륭한 저 부끄럼 많은 사람을 백일하에 끌어낸다는 것은 제게는 죄악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세상

소설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으로 어른들의 세상을 관찰하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그대로 학습한다.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른들이 사용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긍정의 문화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사회와 어른들에 대해 느끼는 상실감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애티커스는 아이들에게 롤 모델이었다. 그에게는 공평과 정의가 살아있었다. 흑인 가정부에게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훈계할 권한을 주었다.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에서도 이성을 지키며 아이들에게도 침착할 것을 요구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미국의 44대 대통령 오바마는 애티커스의 대사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법은 충분치 못하고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흑인이었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출신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의 삶은 무지와 편견, 차별이 촘촘히 점철되어 있다. 어떤 변화를 바란다면, 마음을 바꾸기로 작정하고 작은 성공 확률일지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 실패조차 성공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어야 한다. 승리를 향해 나아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두려움 그 자체 말고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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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는…

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세계문화기호연구원 원장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콘텐츠&인지기호 LAB 연구원

상지대학교 경영학과 강사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즈니스 평가위원

(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심사위원

(전) 송파구청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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